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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8.31. 후두두둑 가을 장마

by 푸휴푸퓨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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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스피드의 한정판 굿즈에 당첨되었다. 응모를 했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검색해도 굿즈가 무엇인지 나오지 않았고, 행여 플라스틱 굿즈가 올까 겁이 났다. 마지막 순간에 응모를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제발 마음이 쓰일 굿즈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2.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컨베이어벨트에 놓인 마냥 안내를 따라서 분주하게 걸었더니 어느새 주사를 맞고 있었다(컨베이어 벨트 중간에 번호표를 뽑아주는 구청장 어르신이 계셨다. 다음에 만나거들랑 무엇을 건의할지 생각 중이다). 주사 자체는 아프지 않았다. 기념으로 15분 스티커를 챙겼다.

딱히 쓸 곳은 없지만도

  팔이 묵직하고 욱신거리더니 기력이 없었다. 백신을 맞은 다음날 두통까지 와서 타이레놀을 먹었다. 약효덕에 괜찮나 싶어 청소를 했는데 힘이 없어 금세 뻗었다. 조금 나아진 둘째 날에도 왼팔과 손이 저릿저릿했다. 두통이 자꾸 와서 약을 몇 알 먹으며 근무했다. 이런 증상이 싫어서 독감 예방접종도 꺼리는 편인데, 2차는 더 아프다니 솔직히 무섭다.

 

3.

  미술학원에 두 달 더 등록했다. 그 이후에도 다닐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내 그림에 굳이 터치를 더해주지 않는다. 나도 내 흥에 취해 하고 싶은 대로 빠르게 그려댄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한 달 만에 휘리릭 그려내면 사서가 아니라 화가였겠지. 이번 주 그림은 그나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의 질감이 울퉁불퉁해 섬세하게 그리기가 어려웠는데, 그 덕에 듬성한 실력을 숨길 수 있었다.

  선생님이 그림을 벽에 붙여주었다. 원작의 할아버지가 어째서 청년으로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재미있으면 그만. 집에서 혼자 그려보기도 했는데 역시 즐거웠다. 대충 그리면 뚝딱 완성되는게 취향에 딱이다.

이상과 현실 (그래도 재밌다구! 재밌다구!)

 

4.

오랫동안 마음의 짐이었던 클라리넷을 기증했다. 언니의 동기가 중고로 판다기에 덥썩 구입했던 클라리넷(마침 과외비를 받아서 돈이 많았지). 단 한 번도 불어보지 못하고 관리도 해주지 않고 넣어뒀다 기어이 녹까지 보고 말았다. 한 군데만 슬었으니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기만을 바라는 마음. 악기 자체는 괜찮은 거랬는데.

  아름다운 가게에서 매년 짧게 기증받는 기한을 놓쳐 안타까워 하던 와중 다른 단체를 발견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니 아름다운재단 교육 부문에 기부하고 있는 내 마음과도 잘 맞는다. 낙원상가에서 재능기부로 수리해주신단다. 부디 쓸만했으면. 곧 플룻도 보내줘야겠다.

*악기 기부처가 궁금하다면:: 올키즈기프트(https://www.allkidsgift.or.kr/)

 

올키즈기프트

아코디언,전자드럼 2개 악동들에게 상상의 내일을 응원 해 주세요~~

www.allkidsgift.or.kr

 

 

5.

  기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환경 관련한 기부도 하고 싶은데 기부 금액을 늘리는 건 부담이라 고민이었다. 천 원 단위도 고민해가며 쓰는 나에게 몇 만 원이 숭덩 나가는 일은 아예 부담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도 매월 결제되는 금액을 보며 '맞네, 기부금이 나가서 잔액이 이것뿐이군'이란 생각을 한다(어쩜 그리 꾸준히 생각하는지 나 자신이 놀라울 지경이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소득의 1%는 기부하자고 마음먹었다. 초심을 잊지 말자!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 연봉의 1%에 맞춰 총 기부 금액을 상향하고, 기존 기부처의 기부금을 조정했다. 그리고 세계자연기금에 기부를 시작했다.라고 쓰고 뭔가 이상해서 계산해보니 연봉의 0.1%를 매월 내는 금액으로 잘못 맞췄네(연봉이 3000만 원이면 한 달에 3만 원으로 맞춘..). 정말 나다운 행위라 할 말이 없다. 수학을 못하면 기부를 많이 해야지 뭐. 당분간 이대로 고(go)다.

짜식 귀엽기도 하지

 

5. 

  양동이로 들이부어대는 마냥 비가 쏟아진다. 비가 오면 나의 직장은 물안개 낀 산으로 둘러싸인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환경이지만 최근 직장인이 와글바글한 공덕에 갔다가 차이를 심하게 느끼고 더 좋아하고 있다. 여기가 정말 서울인가요? 쾌적한 사무실에서 비오는 창밖을 남의 일인양 바라본다. 출퇴근은 번거롭지만 복받은 환경인 건 맞다. 장마를 느끼지 못한 여름을 지나왔더니 가을 태풍이 사뭇 반갑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느낄 수 있는 호사스러운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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