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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10.30. 평범한데 좋은 EveryDay

by 푸휴푸퓨 202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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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주 토요일에는 남자친구와 연극을 보았다. 재밌게 읽었던 장류진 작가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연극으로 나왔다. 티켓 오픈에 맞춰 대기하다 맨 앞 줄로 예매했는데, 열심히 예매한 게 후회되지 않는 재미난 연극이었다. 아무튼 출근에 나왔던 모 카드사의 이동수 대리가 '언젠간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를 외쳤는데, 연극과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친구도 만족스럽게 보아서 공연이 끝난 뒤 신나게 소설에서의 디테일을 설명해 주었다.

  티켓 봉투 안에 당첨권이 있어 교환하러 갔더니 맥주 한 병을 주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 그 해방감은 좋아하지만 술은 좋아하지 않아서 맥주는 남자친구에게 넘겨주었다. 코로나 이후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행복했다.

나의 손과 너의 발이 빼꼼

 


2.

  이번주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예상치 못하게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전일 교육을 듣는데 굳이 출근할 필요가 없었던 것. 위드코로나 직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긴 재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재택은 생각만큼 좋지 않았는데, 강제로 집밖에 나가지 않으니 나갈 생각이 하나도 없어지는 집순이라 더욱 그러했다. 회사에 출근하면 좋든 싫든 하루에 5000보 이상을 걷는데, 재택을 하니 하루에 50보 걷기도 쉽지 않았다. 남들은 점심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오기도 하던데 나는 꼼짝도 하기 싫더라고. 집에서 일하다가는 몸이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프리랜서들이 힘겨워하는군.

  고작 3일도 온라인 수업을 듣기가 힘들었던 어른은 1년이 넘게 온라인 수강을 한 전국의 학생들에게 박수를 날린다. 이제 다들 대면 강의를 하겠지. 학교에 어린 학생들이 돌아다닐 게 기대되기도 하고 줄 설 생각에 아득하기도 하다. 평범했던 일상이 낯선 변화로 다시 다가오는 요즘.

열심히 들었다고는 못함

3.

  오늘은 남자친구와 서울 둘레길 한 코스를 걷기로 했다. 했는데... 구일역에서 석수역까지 7.9km의 쉬운 구간인 건 좋았는데 만나기 직전 남자친구네 옆 부서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아직 만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남자친구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 뚤레뚤레 안양 천변을 걸었다.

  완전 평지인 데다 날씨는 선선하고 구름도 적당해서 걷기가 아주 편안했다. 가을을 즐겨야지! 상쾌하게 걷다 '저 정도 아파트라면 조용히 살기 좋지 않을까' 싶어 검색한 아파트는 가장 작은 평수가 10억이어서 나를 슬프게 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어느 순간부터 물가의 날벌레떼가 어마어마하게 나타나서 생각이고 뭐고 할 겨를이 없었다. 가을이란 이런 겁니까.

나무 산책길 조하
코스모스 조하 (못 갖는 한신 아파트 사진이나 찍어야지)
둘레길 스탬프 조하 (케이스 마련해 스티커 붙이고 뿌듯한 30세)

  벌레를 헤치며 급히 걸었더니 코스가 너무 짧았다. 집에 가기는 이르고, 남은 체력을 어떻게 쓸까 하다 가디단의 아웃렛에 월동준비를 하러 갔다. 패딩과 코트를 살 생각이었다. 한 40만 원이면 될까? 올해 코트 핏은 작년의 오버핏과는 반대라고 하니 오버핏을 사랑하는 나는 필히 이월상품을 사야 했다.

  LF아웃렛은 점원의 안내가 없어 좋아한다. 오늘도 부담 없이 꼼꼼히 보고 살 수 있어 좋았다. 그렇지만 세상의 물건은 항상 내가 마음먹은 것보다 비싸. 40만 원이라니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어요. 예산을 고수할 수도 있었지만 원하는 수준보다 낮은 품질로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를 사도 좋은 걸 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한 금액을 훌쩍 넘겨 두 제품을 구입했다.

  한 번 카드를 긁으니 그 맛이 아주 좋았다. 마음의 고삐가 풀렸고, 마침 이벤트도 하고 사이즈도 맞아 필요했던 아웃도어 바지를 샀다. 이러려고 돈 버는 게 맞긴 하지만 이러면 안 되지. 집으로 가려는데 하필 문 앞에 자주(JAJU) 행사장이 있어 순식간에 파자마 세트를 샀다. 금방이라도 넘치게 쓸 수 있다고! 체력이 달리니 뇌의 쇼핑을 막는 부분부터 마비된 듯했다. 나에게서 도망치며 아웃렛을 나왔다. 하, 즐거웠어.

  그리하여 보부상처럼 집에 돌아왔다는 이야기. 이렇게 좋은 휴일을 보냈으니 다음 주부터는 또 돈 벌러 회사에 나가야지. 회사 밖에서도 활력 있게 보내는 일상이 좋다. 남자친구가 코로나로부터 무사하여야 할 텐데, 다음 주에는 꼭 같이 걷고 싶다.

엄마 바지는 보부상한테 몹시 짤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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