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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2.3.4. 이렇게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모습에 조금 더 닮아간다

by 푸휴푸퓨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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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이 바뀌고 사무실 구성원이 바뀌었다. 업무도 바뀌어서 무언가 더해지고 조금 빠졌다. 빠지는 과정이 썩 편안하지 않았지만 결국 손을 털었다. 싫을 때 싫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길이 될 지라도 어쩔 수 없다. 반대로 모든 일을 내가 다 끌어안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깨닫고 있다. 마음 편하자는 이유로 그냥 내가 다 하겠다고 하는 것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균형을 잘 맞춰야지.

  뭐든지 열심히에서 나를 지키며 열심히로 넘어가고 나니 사무실에 대한 애정이 확 줄어들었다. 줄어들다 못해 아무 일도 딱히 하고 싶지 않다. 그게 뭐든 그저 면피 정도나 할 수 있을 만큼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큰일이 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이런 사람 정말 싫어했는데. 싫어하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책 수선이 업무에 콩알만하게 자리 잡았다. 어제는 처음으로 찢어진 표지를 붙여보았다. 오리고 붙이는 걸 좋아해서 상당히 재미있는데, 좋아하는 걸 본 실장님이 국중의 교육을 가보라고 추천했다. 시스템이고 정치고 필요 없는데. 그저 매일 망가진 책을 붙이고 고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2.

  동국대 경주캠퍼스라고 생각하고 말도 했는데 손은 경북대라고 쓰는 짓을 했다. 신경 쓰지 않으면 무언가 빼먹는다. 노력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한다. 정신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체감한다. 노화가 느껴져서 서글프다. 어쩌지. 기억력이 나쁜 나를 좋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PT를 두 번이나 쉬게 되어 자유 운동도 가지 않고 게으름을 피웠다. 무거워진 몸이 불편했지만 모르는 척 밀가루를 밀어넣었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1주일 만에 운동을 했다. 온몸에서 모든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어쨌거나 우리는 한 몸이라 같이 움직여야 된다고! 협조를 해야지 이렇게 각자 아프다고 소리 질러서 될 일이 아니야! 움직임은 힘들고 숨이 넘어갈 듯 하지만 끝나고 나니 시원하고 개운해서 좋았다. 오늘도 운동을 가야 하는데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구나. 머리도 몸도 가만히 내버려 두면 나빠지기만 한다.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쉬지 않고 옴싹 거려야 한다. 잘 사는 건 쉽지 않다.

 

picture from pixabay

 

3.

  전쟁이 터졌다. 21세기에 이런 전쟁이 날 수도 있구나 싶게 전쟁이 났다. 책에서만 보던 일이 뉴스에 나온다. 장갑차가 진격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본다. 현실같지 않다. 그렇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더 이상하다. 사람들이 울고 집이 새까맣게 탄다. 정치는 쇼비즈니스라고 생각했는데, 쇼비즈니스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세상이 엉망이다.

  젊은 장관은 타국의 CEO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덕분에 인터넷이 끊기지 않았다. 생생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는다. 21세기의 여론전은 빠르게 굴러간다. 70 넘은 노인은 예측하지 못했을 전투다. 자국의 군인에게조차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이가 무엇을 제대로 예측했으랴마는, 우크라이나를 이끄는 젊은 정부의 모습이 새롭다. 당연히 제일 먼저 도망갈 수 있었을 대통령이 자리를 지켰다.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좋았다. 대선을 완주하겠다 말하고 결국 합당을 선언한 어느 사람을 보니 더욱 그랬다.

  전쟁 초기 여차저차하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설명을 보면서 몸이 떨렸다. 현금과 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과 차라리 제일 먼저 죽고 싶다는 생각이 겹쳤다. 당장 전쟁이 날 지도 모르는데 전화선을 모아주는 커플러를 검색하는 내가 이상했다. 자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총을 든 적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는 사람일까. 누구도 타인에게 총을 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 지구라면 좋겠다. 우크라이나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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