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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2.3.10. 우리 대한이 이제 다음 단계로 갔는가 몰라

by 푸휴푸퓨 202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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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선이 끝났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화가 날 예정이었다. 초박빙인 판세를 스포츠 관람하듯 재밌게 지켜봤다. 어쩜 이렇게 남의 일 같을까. 누가 되든 그 사람의 관심사에 내가 없으리란 걸 알아서 그렇지. 인플레이션을 막아주고 집을 많이 공급해달라고 하기엔 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줘야 할 것 같다. 내 살 길은 알아서 찾아야 하는 법.

  온갖 찌끄레기같은 정치꾼이 득세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충분히 그럴 것 같기는 한데, 의미 없는 메아리라도 그저 남겨본다. 요즘 아주 인류애가 메마른다. 지긋지긋한 지구 일상.

진짜 이 얼굴들 보면서 웃는 일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찌

 

2.

  지난 주말에는 사주를 보았다. 살면서 대여섯 번쯤 사주를 보았다. 지난번 사주를 끝으로 다시는 안 보려 생각했는데 또 가게 되었다. 사주풀이 선생님 앞에 앉으면 나는 자주 남편에게 사랑받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좋은 이야기만큼 좋지 않은 이야기도 듣는다. 나쁜 이야기는 때마다 다르고, 종류도 다양한 그 이야기는 머리에 오래 남는다. 행복한 사주 포인트는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사주 포인트는 나름나름으로 불행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모든 불행을 합치면 삶은 너덜너덜해진다.

  몇 번이고 사주를 보다 이제야 흐름을 알았다. 앞선 사주러가 반드시 조심하라고 한 지점을 뒷 사주러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냥 넘어갔다간 큰일이 날까 싶어 앞 사주러의 지적을 물으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1번이 2번을, 2번이 3번의 말을 그렇게 뒤집는다. 누가 잘 풀이하고 누가 못 하는지와는 관계가 없다. 우습게도 다 그렇다.

  지지난 사주풀이의 고민을 지난 풀이가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을 얹어주어 지난 2년간 나는 특정 시기가 다가오기를 경계했다. 물론 지난 풀이의 고민은 이번에 풀렸다. 마음이 시원했지만 문제는 그다음. 이번에도 걱정해야 할 지점은 있다. 또 고민을 얹어가려 했다.

  한탄 끝에 말도 안 되는 사주의 굴레를 벗어던지기로 했다. 나의 일상을 짧은 한자 여덟 글자에 한정시키지 말아야지. 어차피 하고 싶은 대로 산다. 이 또한 사주에 나와 있을지 모르지만 알 바 아니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번 사주풀이는 녹음을 풀지도 종이를 간직하지도 않았다. 핸드폰 메모에 정리해두었던 지난번 사주는 2년 내내 잊지 못했는데, 이번 사주는 벌써 머리에서 거의 사라졌다.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거지. 속박에서 헤어나는 값으로 2만 원은 괜찮은 수준이었다.

 

3.

  '원더풀 아메리카'라는 1919년에서 1929년 정도까지의 미국 사회 상을 그려낸 책을 읽는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이 있을 줄 몰랐던 시기에 쓰인 책이다.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역사를 그저 세계대전 두 번 하고 호황 뒤 대공황이 왔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책은 나름 흥미롭다. 교과서 중에 재미있는 축에는 끼는데 굳이 교과서를 읽겠느냐고 하면 선택은 안 할 정도의 재미랄까. 아무튼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도 생각나고 그렇다(시대적 배경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 시대가 최신의 시대였을 사람들의 생동하는 모습을 읽는다. 인간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요즘은 내가 원하는 것과 의지가 시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내 의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사회의 유행이었던 그런 것. 인류애가 박살 나서 그런지 자유 의지도 부질없게 느껴진다. 미래 인류는 지금의 인류를 어떻게 생각하려나. 고마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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