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자친구와 지난 주말에 보았던 '헤어질 결심'을 다시 봤다. 관객이 몰려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관람객 수가 적대서 놀랐다. 내게 재밌는 영화는 다른 사람의 해석을 찾아보고 싶은 영화다. 몇 가지의 해석을 보고, 감독과 두 주연배우의 인터뷰도 보고 나니 영화가 새삼 보고 싶었다.
이미 이야기를 알고 보면 마음이 편하다. 다음에 나올 장면에 긴장하지 않고 감정과 사소한 부분에 집중하니 더 재미있었다. 어두워 보여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헤어질 결심 대신 탑건을 보러 가겠다는 주변 사람이 몇 있었다. 안타까웠는데 설득을 못했다. 헤어질 결심이 더 향유되고 더 이야기가 생겨나면 좋겠다. 나는 6년 전에 보지 않았던 아가씨를 봐야지. 남자친구가 진작에 추천했더랬는데, 너의 영화 취향을 믿으면서도 꿋꿋이 보지 않았던 이유를 모르겠다.
2.
박찬욱이 영화 주인공에 영감을 받았다는 '마르틴 베크' 소설을 읽고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몇 년 전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에서 분명 4권까지만 구입해뒀던 도서였다. 홀로 울분을 터뜨렸는데 이번에 검색해보니 8권까지 들어와 있어 신이 났다.
나른한 주말 오후 북유럽 특유의 풍경을 상상하며 무덤덤하게 살인사건 이야기를 읽었다. 적당히 서늘하게 여름날이 지나갔다. 겨울이면 겨울대로 니트에 파묻혀 읽고 싶은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책은 이렇거나 저렇거나 좋기만 하다.
3.
주중에는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집 '새 마음으로'를 읽고 연달아 '깨끗한 존경'을 읽었다. 가끔 주변의 어른이 궁금하다. 아침마다 '수고하세요'를 사무실 중간에서 외치는 여사님이나 친절하게 인사해줘서 직원들이 좋아하는 경비 선생님.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 문득 알고 싶다. '새 마음으로'는 그에 대해 약간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책이었다. 이런 책이 많았으면.
'깨끗한 존경'은 오로지 나만을 향하는 일기가 감추고 싶어지는 인터뷰집이었다. 나는 오로지 나의 안심(安心)에만 관심이 있다. 일기가 시작된 이유이자 이어지는 이유는 오로지 그것뿐이다. 나의 평안만 생각하고, 그러면서도 세상에 문제가 많다는 걸 알고, 그리하여 마음의 평화는 기만이라고 내심 느끼고... 내가 해결할 수도 방향을 움직일 수도 없는 일을 오래 생각하면 우울이 온다. 막막함은 지리멸렬한 일상을 견디는데 도움이 되지 않아서 나는 그냥 외면을 한다. 그것조차 한국인의 특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책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나도 결국 내가 지겨워할 어느 나이 든 인간이 되겠지.
4.
이번주 평일에는 의미 있는 생각도 좋았던 일화도 없었다. 사무실이 지긋지긋하다. 여름마다 돌아오는 지루함의 시간인지 진짜 요즈음의 사무실이 지겨운지 모르겠다. 그다지 분간하고 싶지도 않게 사무실에 정이 가지 않는다. 하루를 견디고 일주일을 견딘다. 3주를 견디면 여름 휴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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