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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총결산 시리즈] 2022 올해의 OOO을 써보자!

by 푸휴푸퓨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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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1. 올해의 시작 :: 유튜브 채널 ‘무적의 백자매’

  언니와 의기투합해서 '무적의 백자매' 채널을 오픈했다. 영상 편집을 하게 된 후부터 나도 유튜브 채널을 꾸리면 좋겠다고 막연히 상상했다. 상상이 현실이 되기엔 난 너무 굼떠. 집에서 어도비를 결제할 생각에 막막해서 미뤘다가, 찍을 내용이 없다고 미루고, 그렇게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헤메는 와중 우연히 영상 편집 앱 VLLO를 알게 되었다. 언니에게 소개 시켜주고 격주로 영상을 올리면 재미있겠다고 궁리하다가 마침 친구들과 여행을 가니 콘텐츠도 생기네! 한 번 올리니 두 번은 쉬워서 한 달에 두 개의 영상을 찍어내고 있다.

  핸드폰으로 하는 편집은 간편해서 부담이 적다. 이동성이 좋아서 대중교통에서도 편집을 한다. 무심코 찍은 화면이 다시 보면 좋은 기록이란 생각이 들고, 자막을 쓰면서 마음을 단정하게 정리하기도 한다.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어야 하니까 주말을 알차게 보내고 싶고, 또 별 것 아니지만 찍어본 장면이 의외로 유용하기도 하다. 블로그와는 다른 매력 덕에 일상에 활력이 돈다.

처음으로 조회수 100 넘은 내 영상!

 

2. 올해의 습관 :: 인스타그램 줄이기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지인의 일상을 보는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시간을 메꿀만한 유머 콘텐츠를 보는 습관이 있었다. 켰다 하면 1시간이 가는 건 예삿일이던 때.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스타그램에 시간을 냅다 버렸다.

  의미 없는 게시물을 본 뒤면 허망함과 불쾌함에 찝찝했다. 이렇게 살 순 없지. 어플에 제한 시간을 두는 법을 찾아내서 시간 제한을 걸었다. 1시간을 걸었다가 30분으로 줄였다. 매번 제한을 지키지는 못했다. 어느 때는 45분으로 늘리고, 오늘 하루만 제한 없이 사용하도록 꼼수를 쓰기도 했다. 제한을 푼 날엔 부모님 몰래 정크푸드를 먹는 10대마냥 허겁지겁 게시물을 삼켰다.

  몇 달의 다이어트 끝에 나는 결국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몇 달이나 놓지 못했던 최후의 이유는 1) 좋아하는 언니가 올리는 드라마나 산업에 대한 한 명의 인사이트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2) 관심있는 가게는 전부 공지를 인스타로 올려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언니가 사실 자기가 지난 열흘 간 인스타를 올리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모르더라는 글을 올렸다. 나도 전혀 몰랐어서 깜짝 놀랐다. 그때서야 가게 공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자주 외출하지도 않으면서 모든 공지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뭐지? 보지도 않는 드라마에 대한 인사이트를 봐야 할 필요는 뭔데?

  인스타그램을 삭제해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봐야할 게시물이 있으면 인터넷 창으로 들어가면 된다. 가끔 무료할 때 무심코 뒤적일 어플을 찾다가 스마트폰을 내려 놓는다. 심심하지만 쾌적하다. 애초에 인스타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어플이었어. 어플을 지우고 나서야 겨우 알았다.

 

3.  올해의 운동 :: 점프와 푸쉬업 성공

  점프는 내가 심각하게 싫어하는 동작이다. 얼마 떠오르지 못하는 느낌도 착지할 때 무릎이 쾅 하는 느낌도 싫다. 단체 PT 시간에 조금 높은 스텝박스를 억지로 뛰어 오르려다 고통받은 후로는 아주 조금의 높이도 오르고 싶지 않아졌다.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점프를 시도해도 발이 옴싹거리기만 할뿐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번 PT선생님께는 미리 말씀드려서 점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같은 말을 올해의 선생님에게도 해뒀지만 소용 없었지. 선생님은 너무 낮아 오르지 않기가 더 어려운 스텝박스를 가져왔다. 오래 주저하다가 급기야 눈물을 흘릴 듯한 나를 보면서도 선생님은 끝내 시켰고, 나는 결국 발을 떼고 말도 안되는 큰 소리를 내며 어찌저찌 착지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지. 하나 둘 리듬을 타며 선생님과 열심히 오르다보니 제법 그럴듯한 점프가 됐다. 한 시간의 기적일까 싶어 혼자 뛰어보기도 했는데, 두려움을 극복하니 어설퍼도 되긴 되더라. 선생님이 나의 엄살을 받아주지 않아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숨이 몹시 찬 점프 운동이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푸쉬업은 한 번쯤 성공하고 싶었지만 늘 택도 없는 운동이었다.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면서 팔과 가슴에 근육이 차올랐다. 안 시키는 게 없는 우리 선생님, 푸쉬업도 기어이 시키고 말았지. 오들오들 떨며 힘겨워하지만 이젠 제법 그럴듯하게 푸쉬업 두어번 쯤을 할 수 있다. 내가 느꼈을 때도 꽤 많이 팔을 굽혀 내려갔던 때의 성취감이란. 제자리걸음 같아도 자세히 보면 차근히, 나는 나의 한계를 넓혀가는 중이다.

 

4. 올해의 과도기 :: 부모님의 은퇴 적응

  아빠가 현업에서 내려와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시게 되었다. 은퇴의 후유증이었을까, 아빠는 허리 수술을 채 회복하기도 전에 담낭염에 걸려 수술을 했다. 몇 차례의 간호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다.

  아빠가 집에 돌아오신 후 엄마는 번아웃이 왔다. 그런 엄마를 아빠는 이해할 수 없어서 마찰이 생겼다. 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힘들다고는 하지 마. 당신을 위해서 내가 얼마나 애썼는데 나도 지친다는걸 왜 몰라.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는 상황을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아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나보다 나아서, 어찌저찌 가족회의를 하고 몇 가지를 약속하며 절망을 뚫어내셨다.

  그리고도 또 몇 달이 지난 지금 집은 평안하다. 여전히 적응할 것들이 산더미지만 두 분은 하나씩 천천히, 상황을 이겨나가고 있다. 모든게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마음이 편안한 건 두 분의 30년 넘는 시간이 내 생각보다 훨씬 깊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해내시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으며 둘째딸은 조용히 갈 길을 간다. 내 할 일이나 잘 하는게 도와드리는 방법이더라고.

 

5. 올해의 음식 :: 똠양쌀국수

  남자친구와 갓 사귀기 시작했던 몇 년 전, 똠양쌀국수를 먹고 단단히 배탈이 났다는 너의 말에 나는 똠양꿍이라면 쳐다도 보지 않았다. 어쩐지 색깔도 수상하다며 편견을 마구 내뿜었는데.

우연히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시켜본 똠양쌀국수는 빨간 색깔과 다르게 아주 맵지도 않은 것이 몹시 맛깔났다. 세상에, 이렇게 반전일 수가 있나요? 평범한 똠양쌀국수도 이 정도인데 맛있는 곳은 대체 어떤 맛일까 싶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똠양쌀국수가 끝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서도 우직하게 다른 메뉴만 먹었던 콘타이에 부랴부랴 찾아갔다. 그리고 완똠 했고요. 행복했습니다. 인생의 행복이 멀리 있지 않더라고요.

이제 쌀국수 집에 가면 똠양쌀국수가 있는지부터 살핀다. 여느 음식이 그러하듯 똠양꿍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간다. 새로 무언갈 많이 좋아하게 되는 일은 즐겁다. 진심으로 좋은 발견이다.

 

6. 올해의 책 :: 문장과 순간

  오랫동안 좋아한 박웅현 카피라이터의 신작. 문장이 짧고 좋은게 좋은 문장들만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작가의 사유를 따라온 내 입장에서는 작가의 나이듦과 생각의 확장이 읽혀 감동에 푹 젖는 책이었다. 어느새 김민철 작가는 팀장이 되고, 박웅현 작가는 조직문화연구소장이 되었다는군.

  저자가 그 짧은 글을 쓰기 위해서 오래 했을 생각과 촘촘히 느꼈을 감각에 대해 떠올리면 단순한 문장도 크게 읽힌다. 의식을 누르고 느낌을 올리기. 순간을 살기. 늘 촉수가 뻗어 있는 삶을 살자는 말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다. 두 번째로 품을 문장을 이 책에서 낚았구나 싶다.

 

7. 올해의 어플 :: 노션(Notion)

  에버노트를 사용하다 기기 갯수의 제한이 마음에 들지 않아 Google Keep으로 넘어간 지 1년쯤 되었으려나. Keep은 갯수 제한이 없다는 부분은 좋았지만 꾸미는 맛이 없는게 내내 불만이었다. 너무 심플해! 세부적인 조작을 하고 싶어! 쌓이는 메모가 많아서 가뿐하게 움직이긴 어려웠지만 어플의 힙하지 못함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러는 와중 노션을 알게 되었는데 기본 조작법만 배우면 다꾸하듯 열심히 꾸밀 수도 있다는거야. 진입장벽이 높아서 그렇지 배우면 편리하다고 했다. 유혹에 넘어가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았다. 한 시간쯤 노션과 헤메었더니 글쎄, 정말 좋구나.

  노션은 할 일 목록, 글쓰기, 메모지, 링크 보관 등 무엇을 갖다 붙여도 다 만들 수 있는 멋진 프로그램이다. 메모하는 습관을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열렬히 즐거워하기까지 하다니. 지난 몇 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8. 올해의 영화 ::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정서경 작가, 주연 탕웨이, 박해일. 외국인이 말하는 정확하고도 생경한 단어의 쓰임이 나를 처음 매혹했고, 아름다운 화면에 감탄하다보니 어느새 배우들의 연기를 좋아하는 내가 있었다. 에세이 업계에 '오롯이' 광풍이 불어 마뜩찮던 때가 있었는데 자꾸 '단일한'과 '마침내'가 쓰고 싶어 안달이 났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참았지. 박찬욱 감독의 모든 작품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헤어질 결심은 마음에 꼭 맞았다. 감독과 작가의 인터뷰를 보이는 족족 소비했다. 각본집이 집에 왔고 스토리북도 읽었다. 좋은 콘텐츠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 좋아라. 좋아라!

 

9. 올해의 잘 산 물건 :: 유니클로U 싱글브레스트 코트(2022.FW시즌)

  유튜브의 바다를 헤매다 가성비 좋은 상품 추천을 보았던가. 앞뒤는 생각나지 않지만 유니클로의 여러 옷 중 르메르와 협업하는 U 라인은 가격에 비해 품질이 매우 좋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좋은 원단을 아주아주아주아주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그래? 기억하고 있던 중 유니클로U FW시즌 신상품이 공개됐고, 마침 내 취향에 딱 맞아 보이는 가을 오버사이즈 코트를 발견했다. 입던 바바리 코트가 소매가 해지던 참인데. 딱 좋군.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니 더 마음에 들었다. 착용샷을 본 언니가 너무 크다며 반대했지만 나는 냅다 사 버렸다. 옷이 배송 온 후에도 가족 모두가 크다는 의견을 내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색깔도 A라인도 나는 마음에 드는걸! 입을 때마다 매번 가족 중 한 명이 아이고 코트가 크구나 하며 당황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외출한다. 가볍고 편안하고 핏도 마음에 드는 부드러운 나의 코트! 원단도 마감도 훌륭한 나의 코트! 이만큼 흐뭇하기 쉽지 않아서 더 행복했다. 좋아하는 옷이 한 개 더 생겨서 아주 뿌듯한 쇼핑이었다.

 

10. 올해의 소비 :: 떨어진 주식값

  그 어떤 것보다 큰 비용을 지출해야 했던 건 주식이다. 매도 시기를 질질 끌다 늦어버렸다. 연 초에 분명히 주식을 할 시장이 아님을 알았음에도 콩같은 이익이 아까워 전량 매도를 망설였다. 그나마 마음이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남겨두었던 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척후병이라고 세워둔 1~2주 조차 미친듯이 떨어지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미장은 또 어떻고. 환율이 아니었으면 숨이 턱 막혔을 거다.

  규모를 착실히 줄여두었으니 100% 후회하지는 않지만 50%의 후회는 있다. 나는 늘 마지막 떡고물이 아까워서 정리가 안되는 것 같아. 시장을 구체적으로 읽어낼 수 없다면 느끼는 큰 틀에 따라 잠깐의 아까움은 접어두고 바리바리 행동해야겠다고, 하락장에서 뗏목을 탄 개미는 생각하였습니다. 덕분에 올해 중 몇 달은 열심히 월급을 저축하고도 저축 액수가 한 달에 100만 원이 넘지 않게 집계되기도 했다. 욕심을 놓자 이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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