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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우울한 4학년 외로운 4학년

by 푸휴푸퓨 201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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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은 절대 아니다. 뭐든 혼자서도 잘해요 스타일인데, 하나 딱 정말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밥먹기. 집에서 밥을 혼자 먹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앞에서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 주신 엄마 덕분에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학교에서는 당연하고 집에서조차 혼자 밥상앞에 앉아 밥을 먹는 일은 없었다.

  대학에 와서 공강이 안맞아서, 다른 약속이 있어서 하며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끔 혼자 밥을 먹게 되었을 땐 실습실로 달려가곤 했다. 거기서는 컴퓨터를 하며 점심을 때우는 동기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고 그것도 안되면 컴퓨터가 눈앞에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저냥 3년을 버텨냈는데, 4학년 1학기인 지금... 정말 힘들다! 큰소리로 외쳐봐요 정.말.힘.들.다!!!!!!!!!!!!!!!!!!!!!!!!!!!!!!!!!

  김밥을 샀다. 혼자 김밥먹는거야 뭐, 먹으면 먹는건데(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한 나를 기특하게 생각한다) 앉아서 먹을 곳이 없잖아ㅜ_ㅜ 여기저기 빙글빙글 돌아다녀봤지만 나를 위한 빼꼼한 자리 하나 없었다. 쓸쓸하게 가방에서 쓸려다닐 김밥을 생각하며 방황하다가 잠시 동기 언니를 만나서 한탄을 한 뒤(이언니도 쉬는시간만 있어줄 수 있었을 뿐 결국 가야 했다) 간신히 한 자리 발견해서 착석. 사방이 트인 곳이라 뭘 여유롭게 먹을 그런 상황은 아니어서 빨리 흡입하는데 하 이건 또 왜 예상보다 더 맵니! 마음이 쓸쓸했지만 어쨌든 김밥 한 줄을 어렵사리 다 먹었다. 그래, 다 먹었어!

  김밥을 먹고 앉아서 책을 펴드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절대 읽을 책 없이 학교를 돌아다니지는 않을꺼야... 앞으로는 김밥 같은건 절대 사지 말고 프라푸치노류의 음료나 바나나 같은걸 사서 먹어야 겠다. 같이 방황할 이가 한명이라도 더 있다면 좀 더 나았을까. 취리히에서 이미 경험했듯, 초라한 짓을 혼자 하면 진짜 초라한데 둘이 하면 선택해서 초라해 진 거라 기분이 괜찮다. 이 기분을 이 서울! 내 대학교! 내 강의실! 이렇게 익숙한 곳에서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이걸로 고난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 하하하^^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었다. 그러나 그 학교에서 나에게 우산을 좀 같이 쓰자고 해 줄 여지가 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은 이미 다 학교를 떠난 시간이었다. 문과대 강의실 매점의 우산은 이미 다 팔려서 학관까지 뛰어가서 사야할 수 밖에 없었다. 입학하고 처음으로 --춘추를 꺼내 들었다. 교지 기자들에게 미안하다. 미안, 나 4학년인데 어제 처음 신문 만져봤어.

  여하튼 그걸 머리에 쓰고(으허엏엏어헝허헝헝) 가자니 비가 어찌나 오는지 이미 가방은 사수 포기하고 머리랑 얼굴만 보호하자 싶었는데 신문이 무너져 내린다.... 비가 많이 와! 괴로워 하며 신문떡을 들고 학관에 입성했더니 당연한 일이지만 참 우산이 안예뻐^^* 오늘 점심 2500원짜리 김밥이었는데 우산은 7000원ㅋ_ㅋ 어쨌든 빨간색으로 사야지~ 하며 샀는데 나가서 펴니 이게 뭐임? 테두리만 빨간 까만 우산ㅋ_ㅋ 까만 우산 싫어하는데~.~ 더럽고 치사했지만 나는 과외를 가야 하는 입장이라 저녁이라도 챙겨먹으려면 빨리 집에 가야 했다. 하하, 개강하고 며칠 됐다고 이렇게 벌서 쓸쓸하니.

  집에 오는 길의 버스에선 여지없이 두통이 왔다. 요즘 왜이렇게 자주 머리가 아픈지 모르겠어! 아무튼, 4학년은 힘들다. 솔직히 4학년의 환경이 뭐 다른게 힘든건 아닌데 동기들이 각자 자신의 일 때문에 같이 학교에 모여있지 않다는게 힘들다. 한 학기동안 모든 수업을 독강으로 듣는 것이 얼마나 괴로울지, 앞으로 비는 공강시간에 배고픔과 쓸쓸함을 어디서 때워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다.

  8개월만에 돌아왔음에도 학교는 여전히, 재미없다. 다시 딴 궁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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