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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7

2021.10.30. 평범한데 좋은 EveryDay 1. 지난주 토요일에는 남자친구와 연극을 보았다. 재밌게 읽었던 장류진 작가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연극으로 나왔다. 티켓 오픈에 맞춰 대기하다 맨 앞 줄로 예매했는데, 열심히 예매한 게 후회되지 않는 재미난 연극이었다. 아무튼 출근에 나왔던 모 카드사의 이동수 대리가 '언젠간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를 외쳤는데, 연극과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친구도 만족스럽게 보아서 공연이 끝난 뒤 신나게 소설에서의 디테일을 설명해 주었다. 티켓 봉투 안에 당첨권이 있어 교환하러 갔더니 맥주 한 병을 주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 그 해방감은 좋아하지만 술은 좋아하지 않아서 맥주는 남자친구에게 넘겨주었다. 코로나 이후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행복했다. 2. 이번주 수요일에서 금요.. 2021. 10. 30.
2021.10.28.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무엇인지 잘 모르던 어린 시절, 어느 책을 읽었다. 늘 다정하던 오빠가 시내에서 시위가 있다는 소식에도 여동생을 위해 선물을 사러 나갔다가 죽은 이야기. 아무도 오빠의 시신을 알아보지 못할 때 여동생만이 손바닥에 적어둔 선물 이름을 보고 오빠를 보았지만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이야기. 평생 마음에 그 짐을 담아 스스로를 학대하던 어머니 이야기였다. 아무 이유 없이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가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얹어 평생 지고 살아가는 건 또 어떤 건지. 이야기가 너무 강렬해서 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다. *손바닥에 쓴 글씨 - 창비아동문고 198, 김옥 손바닥에 쓴 글씨 80년대 초 광주에서 교편을 잡은 저자의 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체험이 .. 2021. 10. 28.
2021.10.24. 한강 8코스를 으쌰으쌰(feat.워크온) 최근 회사 동료의 소개로 '워크온' 어플을 알게 되었다. 걷기 어플인데 보건소와 협업해서 다양한 캠페인을 하고, 그 경쟁률이 아주 높지는 않아서 응모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다른 어플은 정보 유출이 걱정돼 깔기가 꺼려지지만 설마 보건소가 정보를 팔아넘기겠냐는 말에 나도 훌렁 넘어갔다. 그래. 나는 아직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을 믿지! 참가에 의의를 두는 소소한 이벤트를 하다 오늘은 눈여겨본 이벤트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자 마음먹었다. 바로 '나혼자 한강8코스 걷기'! 동작구보건소에서 하는 캠페인으로 숭실대입구역에서 마포역까지 완주하면 스타벅스 카페라떼 기프티콘에 응모할 수 있었다. 출발지도 가깝겠다 코스도 갈만 하겠다, 엄마 등산화도 빌려 신고 모자도 쓰고 물 두 병과 함께 길을 나섰다. (추가: 기프티콘은.. 2021. 10. 24.
2021.10.20. 보고 느끼고 쓴다 1. 오징어게임을 봤다(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거나 잔인한 종류의 영상을 보지 못하는 내게 모든 장면이 편안하진 않았지만 눈을 가려가며 볼 수는 있었다. 어느 한 사람에게 완전히 공감한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사람을 관찰하게 됐고, 역시 인간은 완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최고 공감 대사는 "*발 기훈이 형!" 세상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이렇게까지 열광한다면 인간성을 말살하는 상황에 다들 그다지 예민하지 않다는 이야기겠구나 싶어 괜히 슬펐다. 좀비물도 호러도 악마를 보았다 같은 무서운 영화도 전혀 못 보는 내게 오징어게임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 정도 폭력은 유쾌하게 넘기는 게 힙한 건가. 본인은 꿈자리가 사나웠다 이거예요. 내가 물러 터졌는지도 모르겠다. 아.. 2021. 10. 20.
내가 만족하는 미니멀라이프 실천 4 - 기념품 분별하기 무언가를 준다는데 거절하기란 어렵다. 주는 정성을 무시하는 인상을 주는 게 가장 문제다. 내성적인 내게 기왕 준다는 호의를 거절하기란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만큼이나 불편하다. 토스피드 콘텐츠를 때때로 읽는데 어쩌다 보니 이용자 설문조사 페이지를 발견했다. 토스에서 이 토스피드 페이지를 잘 키워보려고 하는 느낌이 들어 응답을 했지. 응답을 하다가 추첨해서 기념품을 준다는 말에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기념품에 당첨됐다는 연락이 왔다. 플라스틱이 오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플라스틱은 아니지만 플라스틱보다 무용한 것이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금융 응급 키트 정도로 기획된 기념품은 대체 아무데도 쓸모가 없었다. 틴케이스 안에 기초적인 금융 상식을 적은 종이 카드가 있었는데 심각하게 기초적이라 읽어도 매.. 2021. 10. 12.
나라가 지원해주면 얼른 사야지 (多가치 제로라이프 기획전) 세상이 제로웨이스트에 집중해줘서 좋다. 제로웨이스트가 유행으로 흘러가길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 홍보하기 좋아진 건 사실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을 처음 다녀와봤다는 친구에게 고체 치약을 몇 알 선물해 줄 때나 들고 다니는 젓가락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을 때, 나는 작게 기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제로라이프 기획전을 열었다(2021년 10월 14일까지). 제로웨이스트/비건 상품을 30%나 할인해주고, 무료 배송도 해준다(진흥원에서 조금의 보조금을 주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봤다). 업체별로 각자 배송이 오는 터라 탄소발자국이 많이 높으리란 걱정도 되지만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 얼른 구입해야 한다. 나는 고체 치약과 칫솔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제로웨이스트 상품의 치명적인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2021. 10. 8.
2021.10.5. 사람 인생 알 수 없다 1. 근무 중 전화를 받고 온 실장님이 내게 ㅇㅇㅇ이란 사람을 아냐고 물었다. 거의 10년 전 들은 전공수업의 강사였던, 어느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사람. 수업이 재미있진 않았지만 높은 급수가 인상적이라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문제는 당시 내가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아빠에 맞서 버티고 있던 터라 공무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는 점. 수업 중 발언에서 그런 마음이 많이 티가 났는지 "ㅇㅇ씨는 공무원을 안좋아하나봐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공공기관 재직자 앞에서 공무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너무 드러냈지. 뒷맛이 깔끔한 수업은 아니었다. 그런저런 감정이 다 사라진 지금, 오래간만에 그 강의를 떠올렸더니 강의가 내게 남긴 커다란 유산이 있다. 당시 책 축제를 다녀온 뒤 소감문을 쓰는 과제.. 2021.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