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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22

처음 만났을 때. 갑자기 이걸 쓰는 이유는 먼 훗날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를 돌아보면 지금보다도 더 기억이 변해 있을 텐데 그 때의 기억과 이 글을 비교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처음 만나자마자 조용조용 기록해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소중한 관계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Y가 너와의 소개팅을 처음 권유한 건 한 3월 정도였다. 서울로 돌아왔고 나는 행복했다. 남은 건 남자친구 사귀기 뿐이었으니 자연스러운 권유였지만 여전히 두렵고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다. 사진을 봤는데 내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남자가 거기에 있었다. 아쉬워라. 큰 인연을 놓친 걸지도 몰라.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 자신의 일상을 좀 더 단단히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다. 천천히, 서울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나는.. 2018. 12. 3.
五感 part.1 - 청각 이 글은 행복하지는 않지만 흐려지는 것이 아쉬운 기억에 대한 나의 인사다. Jeff Bernet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건 잠깐 내 마음에 들어왔던 당신 때문이었다. 당신이 흘리듯 건넨 추천에 나는 오로지 당신과의 교감점을 찾기 위해 그의 노래를 찾아들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음악은 귀에 이상하리만치 전혀 감기지 않았다. 오로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좋아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재생을 하고 또 했지만 글쎄, 결국 당신의 감정과 나의 감정은 어울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잠시 가까워졌다 멀어진 당신에게 내가 Jeff Bernet의 노래를 들어보았다고 이야기 할 기회는 영영 없었다. 몇 달 후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걸어다녔다. 랜덤으로 재생되는 음악들은 그대로 내 뉴욕의 배경이 되었.. 2017. 3. 19.
노이슈반슈타인 나는 로엔그린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왕자가 나 자신 같기도 했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켜주는 성배의 기사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성을 짓기 시작했어요. 제 모든 걸 쏟아부었지요. 성의 이름은 '새로운 백조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노이슈반슈타인으로 지었어요. 성이 완성되기까지 17년이 걸렸어요.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왕실 재정도 악화됐어요. 이 점은 나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완성된 성을 보면 당신도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푸르게 물든 전원을 노니는 아름다운 백조 한 마리. 노이슈반슈타인은 압도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니까요. -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루트비히 모놀로그, 안정희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가까이 가서는 크.. 2016. 10. 18.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고 고민하는 동안 훌쩍 나이만 먹었다. "사는게 뭔가 싶어요. 아직도 그걸 찾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밥이 나이가 많아서인지 공연한 얘기까지 하게 된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그건 진부한 이야기 아닌가요? 난 그런 거 안 찾아요. 도대체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죠. 그냥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고 고민하는 동안 훌쩍 나이만 먹었다. 그게 순식간이다.'왜 사는지?' 따위의 고민은 별 소용이 없다. 그 대신 무엇이건, 왜 그런지는 잘 몰라도 빠져드는 게 좋은 것 같다.책이건, 음악이건, 사진이건, 여행이건, 커피이건, 춤이건... 밥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책과 레코드를 사 모으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 박 준, '방콕 여행자' 中 - 2015. 6. 4.
힘을 내고 살기가 너무 어렵다 돈을 벌고 살아야 할 것 같아 연락처를 남긴 곳에서는 며칠 째 연락이 없고, 이제 올 가망성도 없지만 돈을 좀 써야할까 싶어 연락처를 남겨놓은 곳에는 한 시간도 못 되어 득달같이 전화가 온다 그런 세상이야 2015. 5. 30.
마지막을 만드는 시간이 지나간다 맺고 끊는게 여전히 어려워서 오히려 깊게 맺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 혹여나 상대가 예상한 것 보다 내가 더 깊게 신경쓰는 건 아닌가 그래서 상대가 무심한 혹은 이렇게 하는게 당연하지 하며 가벼운 태도를 보일 때에는 그러지 뭐, 하며 나도 맞춰간다 그런데 그러면 마음이 허하다 그럴 때에 외로움이 밀려온다 얕은 관계에 또 내가 쓸데없이 너무 많은 생각을 주었구나. 그랬구나, 하고. 2015. 3. 18.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도쿄 中 2013. 11. 13.
나는 변하는데 너는 항상 그대로 서 있다 연희관 앞 은행나무는 올해도 눈부시게 노랗다 2학년 때의 나도 4학년 때의 나도 널 볼 때마다 감탄한다 너는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해마다 감탄하는 모습을 보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졸업사진 찍는 모습을 보았니 이 학교를 떠날 때 너에게만은 꼭, 인사하고 갈게 2013. 11. 9.
지리멸렬하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나 스스로를 이겨야 한다고 한다 나를 싫어하면서,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주제에 남에게 충고랍시고 말을 내뱉고 있는 나를 보는 것이 역겹다 과거를 후회하고 그 속에 갇혀 있는 사람이 싫다고 말했던 내가 온종일 예전의 사람들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게 현재가 싫다는 의미와 같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내가 싫은데 어찌할 방법이 없다 요즘 정말 내 자신을 이기는 일이 없다 어제도 오늘도 학교에서의 나는 같았고 어제밤의 나도 오늘밤의 나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격려하고 진심으로 북돋아주려면 아니 그 이전에 내 스스로를 더 빛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려면 빨리 나를 극복하는 일들을 많이 해야겠다 이를 악물고 뛰는 일이 너무 숨차서 힘들었.. 2013. 10. 18.
봄날에 새 신발을 샀었다 무심코 그림을 그려도 행복이 묻어나왔다 이런 낙서를 다시 할 수 있는 마음을 되찾아야지 2013.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