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07 2025.1.19. 지루한 게 제일 좋아 1. 회사가 인사발령의 폭풍을 지나 조금 안정되었다. 앞이 캄캄했던 상황에서 갈피 정도는 잡았다고나 할까. 다음을 어찌할 바 모르겠으면 큰 계획을 보고,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 않으면 당장 바로 앞의 한 단계를 하라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그냥저냥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꽤나 자주 시간이 마음을 해결한다. 모든 일을 무난하게, 회사가 재미없어진 건 극복해야 할 과제다. 2. 드디어 집 가까운 헬스를 등록했다. 아침 6시에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게 사뭇 상쾌했다. 한 달 이상 운동을 게을리 했더니 체력이 말도 안 되게 줄어들어 30분 인터벌 달리기가 불가능했다. 그래도 다시 차곡차곡 쌓으면 발전하리란 사실을 안다. 끙끙대는 너를 억지로 깨워 둘이 기어가다시피 어둑한 길을 걷는다. 혼자라면.. 2025. 1. 20. 2025.1.9. 짧은 회고와 올해의 다짐 25년의 첫째주가 지나가기 전에 부랴부랴 적어본다. 24년은 얼레벌레 훌쩍 지나갔다. 어째서 블로그를 다 놓쳐버렸나? 해이한 마음의 시작은 주 2회를 쓰자니 동어반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밀려왔을 때였다. 마음이 떠나는데 마침 결혼을 하게 되어 시간도 없어졌지 뭐야? 회사 일도 바쁘고, 마음도 없고, 나도 예상치 못하게 연말 결산마저 모두 내다버릴 만큼 블로그를 황폐화시켰다. 2024년은 개인적으로 결혼을 한 기념비적인 해였다. 결혼을 했어! 연초에 결혼 이야기를 시작하고, 집이 나왔고, 꿈꿨던 대로 결혼식 없는 결혼을 했다. 진짜로 결혼식을 안했다. 인생은 내 신념대로 살아가야지.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몇 년간 바랐던 일을 그대로 행해서 행복했다. 광화문에서의 식사로 모든 걸 허락해주신 양가 부모.. 2025. 1. 11. 2024.10.11. 훌쩍 가버린 한 달 사이에 무얼 했느냐면 (3) 가구 선택 글을 쓴 적도 있을 만큼(링크) 나는 언젠가 살 신혼 가구에 진심이었다. 식탁 재질을 무얼로 할 것인지 고민하다 나만의 조건과 취향과 가격과 리뷰를 종합해 골라둔 브랜드는 모모드가구. 적당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이만하면 됐어. 식탁과 침대 프레임이 배송오던 날, 내가 기대했던 색상 그대로였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행복했다. 침대 프레임은 두 뚱뚱이가 쉬어도 전혀 삐그덕거리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고, 새하얀 중국산(인지 베트남산인지) 포세린은 원목판으로 된 받침 덕에 전혀 텅텅거리지 않았다. 성공이었다. 행거는 또 어떻고. 작은 집에 도저히 문 달린 옷장을 둘 수 없겠다는 생각에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던 리케로 갔다. 소파가 가장 먼저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 집엔 소파 자리가.. 2024. 10. 11. 2024.10.10. 훌쩍 가버린 한 달 사이에 무얼 했느냐면 (2) 가전 계약 9월 중 결혼 준비의 꽃(중 하나)인 가전 계약을 호로록 마쳤다. 애초에 LG를 사기로 마음먹었기에 베스트샵 하나와 백화점 하나만 가 볼 생각이었다. 먼저 베스트샵을 갔다. 온라인으로 검색해 본 뒤 구입하려는 6가지 제품 종류를 정하고, 꼭 신형을 살 필요가 없는 제품도 마음에 담아 두었는데.. 혼수 준비로 유명한 지점이었지만 미리 상담 예약을 하지 않았더니 굳이 상담을 하고 싶지 않아 보이는 직원과 매칭이 되었다(”저 지금 다른 일 하고 있는데요?!”라는 말이 플래그였음을..). 능숙한 직원의 유려한 설명을 듣는데 행사는 대체로 최신형만 해당되는 걸 알았다. 이런 상담을 처음 해보는 고객이 영 귀찮았을까. 옛날 제품을 문의하면 ‘굳이..?’라는 표정과 함께 가르치는 듯한 느낌의 답이 돌아왔다. 무조건.. 2024. 10. 10. 2024.10.10. 훌쩍 가버린 한 달 사이에 무얼 했느냐면 (1) 집 수리 뽑기의 신이 보우하사 내가 배정받은 사택은 전체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집이었다. 평범한 중층인 걸 알고 얼마나 신이 났던지! 해가 아주 잘 들지는 않지만 습할 정도로 어둑하진 않으니 괜찮았다. 그래서 싱크대 필름 시공과 도배장판만 하면, 입주 청소까지 마치면 집 세팅은 끝날 줄 알았는데.. 싱크대 상부 플립장을 열었을 때 고정이 안되면 가스쇼바를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애초에 가스쇼바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면? 당연히 E26 사이즈의 동그란 전구가 들어가리라 생각하고 전등갓을 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길쭉이가 꽂혀 있을 때의 당신의 반응은? 구축이라 세탁기 자리가 좁아 수전을 교체해야 하는데 수도관이 오래된 PVC관이라 설비 업자분이 다 쪼개질 수 있다며 GG 치고 퇴장하신다면? 주방.. 2024. 10. 10. 2024.9.11. 자 이제 시작이야 1. 손가락이 왕소세지가 되지 않으려면 나는 손가락과 반지가 얼마나 편안히 공존하느냐를 두고 몸무게를 가늠하는데, 최근 몇 주는 아주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소세지같은 손가락을 보면서도 운동이 너어무나 가기 싫었던 월요일, 러닝머신으로 인터벌 달리기를 했는데 이상하리만치 힘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즐거워하며 폼롤러까지 해가며 원기를 돋웠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뛰어보니 역시 그렇게 가뿐하지는 않더라고. 운동신께서 불쌍한 중생을 위해 하루의 구원을 주셨을까요? 어쨌거나 기분이 좋았던 그 순간을 유지하고 싶어 주 4를 열심히 채웠던 지난주였다. 한 주씩 힘겹게 엮다 보면 어쩌면 나쁘지 않은 1년이 될지도 모르지. 2. 전화 한 통이 불러오는 나비효과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무료한 하.. 2024. 9. 11. 2024.9.3. 선선해지니 기분이 좋아 1. 눈이 알림을 보내는 때 매번 가장 먼저 계절이 바뀐다고 신호를 주는 건 눈이다. 건조하다 못해 가려워지기 시작하는 안구. 여름이 오는 시기에는 건조하면 안 되지 않나? 의아해하며 사시사철 인공눈물을 넣는다. 안과에서는 별도리가 없다고 했다. 아침이 아주 약간 서늘해진 이번 주, 기가 막히게 눈이 건조해오기 시작한다. 마침 올리브영이 세일을 해서 잘 때 쓸 온열안대를 샀다. 일본에 태풍이 지나가면 다시 여름이 올까, 아니면 가을이 올까. 가을이 와도 눈은 낫는다. 겨울이 올수록 건조해지는데 희한한 일이다. 계절이 바뀌는 딱 그 시기에만, 눈이 신호를 보낸다. 나이가 들면서 처음으로 몸이 자연에 반응해 보내는 소식이다. 더 나이가 들면 날씨도 알아차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2. 분별에는 돈이 든다 .. 2024. 9. 3. 2024.8.29. 아직 8월이 안 끝났으니까 1. 7일 언니의 건강검진을 핑계로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호캉스를 했다. 깔끔하고 단정한 호텔이었다. 햄버거를 먹고 쿨쿨 잤다. 언니는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시끄러운 줄도 모르고 멋대로 뻗어 자는 나를 언니는 신기해 했다. 안잔 척 바로바로 화장실에 가서 어쩌냐고 물었다가 아까 다녀온 뒤로 한참 지났다는 언니 대답에 머쓱했다. 잠만보는 그저 웃지요! 검진이 끝난 언니와 진주집에서 국수를 먹었다. 10년 전 할머니와 아들들이 운영한다 들었던 집이었는데 아들의 아들이 손님을 안내하고 있는 듯 해 재미있었다. 변한 게 없는 콩국수는 어찌나 맛있던지 행복하기 짝이 없었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 자주 오고 싶다고 생각하는 찰나, 언니 뒤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바퀴벌레를 보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열심히 .. 2024. 8. 29. 2024.7.29. ~ 8.2. 폭염이 찾아 온대도 매년 기다리는 그 주의 기록 어마무시하게 더웠던 한 주. 2024년을 유달리 더웠던 해로 기억하게 될지 지구온난화의 본격적 시발점이 된 해로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다. 후자가 된다면 상당히 무서운데. 아무려나 매년 여름의 한중간에 쉬어가는 일주일에 대한 기록. 월-화 평택의 언니 집에 다녀왔다. 주변이 조용하고 맛있는 게 가득해서 내 취향을 탕탕탕 저격했다. 게다가 레크리에이션 활동도 완벽했는데요. 엄마, 언니와 저스트댄스 및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다 다음 날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물욕이 없는 시즌, 닌텐도 스위치가 사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요. 수 피티를 했다. 방충 기간에도 피티는 멈출 수 없는 것이 뚱뚱이의 인생. 이제는 좀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온 터라 아주 싫지는 않았다. 여름의 무기력이 좀 지나가는가.. 2024. 8. 20. [월간 백만] 2024년 7월의 백만 이 달의 책: 에디토리얼 씽킹 ‘에디팅’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처음으로 편집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책은 14년에 발간된 ‘에디톨로지’였다(최근 다시 읽어보려다 시대적 맥락이 달라서 그런지 무언가 껄끄러워 그만두었다). 점점 에디터와 편집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범람하는 정보를 편집해서 보여주는 SNS 계정이 중요해지고..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내가 편집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에디팅에 관한 책을 읽고 내가 요즘 왜 블로그에 소홀해지는지 깨달았다. 나는 나의 주관을 당당하게 들이밀지 못한다. 네가 무슨 자격이 있느냐고 질문받으면 답이 궁하니까. 나의 유일한 시각을 신뢰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현대 사회에 맞는 태도다. 결국 설득의 문제다. 주관은 열등하고 객관.. 2024. 8. 9. [Musical Review] 하데스타운 - 박강현*강홍석*김환희*김선영 지난주, 오래간만에 뮤지컬을 보러 갔다. 샤롯데에서 상영하는 하데스타운! 주변에 뮤지컬을 좋아하는 인물이 두 명 있는데 이구동성으로 재밌다고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취향이 갈리는 두 명이 동시에 좋다고 한다면 나도 좋지 않을 리 없지. 공연 전 일찍 롯데타워에 가서 베이글을 샀다. 런베뮤에 처음 갔을 때 맛있을지 모르겠으니 맛별로 한 개만 샀다가 땅을 치고 후회했기에 이번에는 무려 11개를 샀다(야무지게 냉동해 뒀다 하나씩 실온해동해 먹는데 역시 대만족). 롯데백화점에서 샤롯데로 넘어가는 그 짧은 거리로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에 빵을 이고 지고, 오르페우스 버전의 벨리곰을 구경하고, 공연이 한 시간이 넘게 남았는데도 북적거리는 인파를 구경하고.. 뮤지컬 시작 전 줄을.. 2024. 8. 9. [Book Review] 경제학자는 어떻게 인생의 답을 찾는가 - 카우식 바수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적응시킨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적응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렸다. - 버나드 쇼, '인간과 초인' 중 서양의 책을 읽다 보면 ‘합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이러하면 합리적이고 효용 가치가 있다. 근데, 그래서요? 합리적인 사람은 과잉된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합리를 따지다가 메말라 버릴 것만 같다. 가끔 까닭 없는 미국인의 긍정주의가 짜증 나듯, 합리주의도 짜증 난다. 감정에 촉촉이 적셔진 나의 반발심과는 상관없이, 건조한 나무막대기 모드가 사회생활에 훨씬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나무막대기 모드 중에서도 효과적인 전술을 소개한다.. 2024. 7. 17. 이전 1 2 3 4 ··· 5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