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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30. 힘을 내자! 힘을 쏟자! 1. 자유의지가 없다면 오히려 테드 창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SF에 편견이 있는 상태였다. 나는 읽어본 SF가 없다시피 했고, 국내에서는 막 SF가 메이저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작출판사가 생겨난 때였다. 출판학교에서 다양한 책을 읽는 동료를 만나 뭐라도 시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글자를 읽었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며 무언가 인상적인 듯도 한데 납득이 가지 않았다. 고통이 있을 미래를 알면서 그것을 따라가는 주체의 마음이 전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면 뭐 하러 살지? 왜 거부하지 않지? 그 사이 몇 년이 흘렀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이미 정해진 흐름이 있고, 어쩌면 나는 그것을 따라가는 게 아닐까.. 2025. 4. 30.
2025.4.21. 대체적으로 구겨지지 않은 일주일 1. 화요일엔 겨울 코트를, 일요일엔 여름 셔츠를 언젠가 돌아보면 놀라움의 시작이었던 주가 될 듯하여 남겨보는 기록. 분명 벚꽃이 만개하고 봄이 잔뜩이었는데 주말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서 화요일에는 겨울 코트를 입고 출근했다. 패딩을 다시 꺼내 입은 사람도 제법 많아서 어찌 다들 이리 부지런한지 감탄했다. 겨울 코트를 아직 드라이 맡기지 않은 나의 게으름에 안도했고. 이날은 체감 온도가 영하였다. 이후 하루하루 기온이 오르더니 일요일에는 여름 7부 셔츠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땀이 나서 한 달 뒤의 외출에는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샘솟았다. 우리는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였는데 이제는 그 계절을 7일 안에 다 느낄 수 있네. 여름이 참 빨리도 온다며 웃기에는 너무 특이했던 주. 겨울.. 2025. 4. 23.
2025.4.16. 맞닥뜨리는 시간만을 쳐내며 1. 저 멀리 도착점을 향하여 아에이오우. 개관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적당히 대충 하고 싶다가도 지금만 참으면 될 것 같아서 입을 앙다문다. 어쩌다 보니 4월도 반이나 갔고, 매일 그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하루가 쌓여 결과가 된다. 도착점을 지나고 나면 세상 께름찍한 직원이 될 예정이다. “수동공격적 비효율주의자”. 회사에서 자아를 찾을 건 아니므로. 2. 그 이름하야 스텐리 퀜처 프로투어 로즈쿼츠! 텀블러가 사고 싶다. 처음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탐이 났는데 언니 내외가 비슷한 걸 쓰는 모습을 보니 더욱 결제하고 싶다. 마침 원하는 색상이 다른 색상에 비해 저렴하기까지 하다. 장바구니에 넣고 클릭 한 번만 남겨둔 뒤 고민을 한다. 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텀블러가 없어도.. 2025. 4. 16.
2025.4.9.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1. 타로마스터를 맹신하자  문구점에 놀러 갔던 어느 날, 네게 타로 카드를 사주었다. 타로에 혹하는 남자라니 흔치 않고 마음에 든단 말이야. 문득 타로를 봐주겠다고 나선 너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졌는데(나의 다음 주는 어떨까?) 꽤나 괜찮은 답이 나왔다. 책을 앞뒤로 뒤져가며 열심히 읽는 너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   네가 그럴듯하게 해주는 말이 묘하게 상황과 맞았다. 그래? 진짜 궁금한 걸 물었다. 상사가 자리를 지킬까 아닐까? 50 대 50인 질문을 풀이하며 네가 한 쪽을 선택했고, 며칠이 지나 그게 맞았음이 확인됐다. 뭐야! 너는 신이 나서 내 친구들과 PT 선생님까지 타로를 봐주었다. 책을 뒤적이는데도 다들 진지하게 듣는 게 신기했다.  제법 잘 맞추는 타로마스터에게 이제 내 미래를 맞긴다. 묘하.. 2025. 4. 9.
2025.3.18. 힘든데 또 보람이 있기도 하고 1. 일희일비의 아이콘  회사 일에 지쳐 흑화한 나를 보고 사람들이 흑ㅇㅇ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만 흥분해서 말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머어머 흑ㅇㅇ이다 흑ㅇㅇ’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제 생각보다 더 정신이 나가 있나요? 나는 요즘 내가 어떻게 보이는 지도 잘 모르겠다.  점심시간에 산책 삼아 문구점에 갔다. 요즘 젊은이는 가방에 봉제인형을 달고 다닌다면서요? 지하철에서 많은 이를 부러워했으나 마음에 쏙 들어오는 친구도 없고 칙칙한 몰골에 인형만 귀여운가 싶어 주저한지 오래였다. 그런데 운명같이 제 친구를 발견했지 뭐예요. 새까만 날개에 하얀 배, 맑눈광 눈을 가진 핑구가 봇짐을 들고 막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뭐야, 맨날 무채색만 돌려 입으며 사무실을 뜨고 싶은 내가 왜 여기에!    결정을 .. 2025. 3. 18.
2025.3.11. 버티기가 힘에 겹기도 하다 1.  남편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는 행위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날의 아빠가 그랬고, 엄마는 매번 아빠를 마중나갔다. 택시에서 내리다 관절이 상하거나 핸드폰이 부서지거나 잃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 고생을 고스란히 지켜본 나는 정신을 잃도록 술을 마시는 걸 몹시 싫어해서, 술을 선호하지 않는 남자친구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  어쨌거나 남편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만취해서 들어와 양말도 벗지 않고 침대에서 쿨쿨 사선으로 잠드시더니 아침에 퉁퉁 부운 얼굴로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빠의 조기교육 덕분인지 화도 나지 않았다. 카카오T덕분에 택시 번호와 기사님 연락처를 알았다. 핸드폰에 전화를 거는데 여러번 거절을 당했다. 팔아버리려는가 싶어 급히 핸드폰 추적을 .. 2025. 3. 11.
2025.3.4. 하루 더 쉬는 주말은 좋아 1. 조카라니! 나한테 조카라니!  언니가 임신을 했다. 몇 달 정도 기다린 소식이라 놀랍지는 않았지만 몹시 기뻤다. 나도 이제 조카가 생기는구나. 언제 어른이 되나 싶은 시기를 지나 언니가 결혼을 한다고 낯설어하던 시기도 지나 애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던 시기마저 지나 둘 다 아기를 기다리는 시기가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자매의 아기는 미친듯이 귀엽다던데, 언니의 결혼식에서도 전혀 슬프지 않았던 내가 조카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일단 초음파 사진은 별 감흥이 없었는데요(언니 미안). 실제로 고구마 같은 친구를 직접 만나면 기분이 다를까? 출산 선물은 무얼 사주어야 할지도 벌써 생각한다. 보드게임 일원이 한 명 늘어나는 건 상당히 흡족하다. 빨리 커서 같이 게임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 .. 2025. 3. 4.
2025.2.25. 적당히 길게 행복하게 1. 책임감을 이고 지고  사업을 혼자 끌고 나가려니 팀장님에게 일임시켰던 일(결국은 돈)을 직접 생각해야 한다. 머리가 아프다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오를 수 없는 시꺼먼 높은 벽 같다가.. 귀찮아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 와 걱정돼서 잠도 안 오는 날이 섞인다. 불안과 안정을 넘나들며 어떻게든 머리를 굴린다. 어쨌거나 4월의 나는 다 해냈을 테고 잘했다고 손뼉 치고 있겠지. 이 모든 일이 내게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2. 요리+계획 = 좋아하는 거 + 좋아하는 거  매주 식단을 짜기 시작했다. 1월에서 2월은 퇴근해서 헉헉대며 1시간 반 정도를 요리에 투자했다. 요리를 좋아해서 하루 중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못견디게 부담스러운 과업이 되었다. 무리하면 안 된다. 오.. 2025. 2. 25.
2025.2.18.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면은 1.  오랜 친구가 임신을 했다. 가족 외에 처음 말한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 너의 결혼에 내가 얼마나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게 최선을 다해 방정을 떨어 보았는데, 과연 괜찮았을지 원.  자연스레 친구들과 임신 이야기를 했다. 30대의 임신은 상상처럽 쉽게 되지 않는단다. 배란기도 딱 반나절이고 좋은 때에 정자가 들어가도 수정에 성공할 확률이 30%대라나? 달라진 우리의 대화 주제가 웃기기도 하고 도움되기도 했다. 위험하다고 조심할 게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 맞춰 밤낮으로 생산에 매진해야 한다니.  친구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불안하다고도 했다. 상상하면 나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오염되는데 왜 아기를 낳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음이 있었다. 이제 이해.. 2025. 2. 18.
2025.1.19. 지루한 게 제일 좋아 1.  회사가 인사발령의 폭풍을 지나 조금 안정되었다. 앞이 캄캄했던 상황에서 갈피 정도는 잡았다고나 할까. 다음을 어찌할 바 모르겠으면 큰 계획을 보고,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 않으면 당장 바로 앞의 한 단계를 하라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그냥저냥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꽤나 자주 시간이 마음을 해결한다. 모든 일을 무난하게, 회사가 재미없어진 건 극복해야 할 과제다. 2.   드디어 집 가까운 헬스를 등록했다. 아침 6시에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게 사뭇 상쾌했다. 한 달 이상 운동을 게을리 했더니 체력이 말도 안 되게 줄어들어 30분 인터벌 달리기가 불가능했다. 그래도 다시 차곡차곡 쌓으면 발전하리란 사실을 안다. 끙끙대는 너를 억지로 깨워 둘이 기어가다시피 어둑한 길을 걷는다. 혼자라면.. 2025. 1. 20.
2025.1.9. 짧은 회고와 올해의 다짐 25년의 첫째주가 지나가기 전에 부랴부랴 적어본다. 24년은 얼레벌레 훌쩍 지나갔다. 어째서 블로그를 다 놓쳐버렸나? 해이한 마음의 시작은 주 2회를 쓰자니 동어반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밀려왔을 때였다. 마음이 떠나는데 마침 결혼을 하게 되어 시간도 없어졌지 뭐야? 회사 일도 바쁘고, 마음도 없고, 나도 예상치 못하게 연말 결산마저 모두 내다버릴 만큼 블로그를 황폐화시켰다.    2024년은 개인적으로 결혼을 한 기념비적인 해였다. 결혼을 했어! 연초에 결혼 이야기를 시작하고, 집이 나왔고, 꿈꿨던 대로 결혼식 없는 결혼을 했다. 진짜로 결혼식을 안했다. 인생은 내 신념대로 살아가야지.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몇 년간 바랐던 일을 그대로 행해서 행복했다. 광화문에서의 식사로 모든 걸 허락해주신 양가 부모.. 2025. 1. 11.
2024.10.11. 훌쩍 가버린 한 달 사이에 무얼 했느냐면 (3) 가구 선택 글을 쓴 적도 있을 만큼(링크) 나는 언젠가 살 신혼 가구에 진심이었다. 식탁 재질을 무얼로 할 것인지 고민하다 나만의 조건과 취향과 가격과 리뷰를 종합해 골라둔 브랜드는 모모드가구. 적당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이만하면 됐어.  식탁과 침대 프레임이 배송오던 날, 내가 기대했던 색상 그대로였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행복했다. 침대 프레임은 두 뚱뚱이가 쉬어도 전혀 삐그덕거리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고, 새하얀 중국산(인지 베트남산인지) 포세린은 원목판으로 된 받침 덕에 전혀 텅텅거리지 않았다. 성공이었다.    행거는 또 어떻고. 작은 집에 도저히 문 달린 옷장을 둘 수 없겠다는 생각에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던 리케로 갔다. 소파가 가장 먼저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 집엔 소파 자리가.. 2024.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