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텐
본격 도쿄 산책 무비
오다기리 조, 미우라 토모카즈 주연
미키 사토시 감독
연초에 나는 참 실없는 목표를 세웠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데, 1년동안 영화관에 가지 않기였는지 영화 보지 않기였는지 둘 중 하나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1년에 영화관을 한두번 갈까말까하고 영화 자체를 보는 것은 일년에 10편도 되지 않는다. 너무 본 영화가 없다 보니 누가 영화 얘기를 빗대어 말하면 당최 알아듣지를 못하는데, 무지한 내 모습에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고 싶어 세운 계획이다. 난 이런 목표가 있어서 영화관을 가지 않았어. 요렇게 말하려고. 계획을 들은 친구 두 명은 각자 한 명은 그게 더 초라하다고 했고 한 명은 너무 쓸데없어서 봐 줄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목표를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목표고 뭐고 나는 본전 찾기가 더 중요해졌다. 적은 시급을 보충한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꼬박꼬박 세 권씩 책을 빌려오곤 했는데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DVD도 한 장씩 빌려오게 되었다. 허용하는 내에서 최대한 뭔가 뽑아오고 싶었기 때문이다(사실 규정 이상으로 빌려오는 야매 방법도 알고 있지만 난, 게으르지만 양심적인 알바생이니까!). 지난번에 빌려와 본 영화는 후기를 쓰지 않았는데 지금도 귀찮으니 그건 안쓰련다. 그리고 두 번째 것은 빌려와서 보지 않았고 이 영화가 세 번째로 대여한 것이다.
일본 영화 중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처럼 뭔가 기분을 뭐시기뭐시기(???)하게 만드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소소한 것들을 조명하고 그것에서 행복을 찾는 느낌의 영화들은 썩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카모메 식당이라던가, 달팽이 식당이라던가 뭐 그런 것들. 그런데 이 영화는 심지어 본격 도쿄 '산책' 무비라잖는가? 산책에서 행복을 찾는 영화라니, 바로 내 영화라고!
큰 빚을 진 대학생 주인공에게 빚쟁이가 나와 도쿄 산책을 해 주면 빚보다 더 큰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당연히 같이 산책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대학생은 행복이란 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빚쟁이 아저씨가 왜 산책을 하자고 제안하는지도 나오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게 그와 관련된 결말로 끝이 난다. 깔끔한 엔딩이었다.
이 영화에서 행복이란, 단란한 가정에서 식구들과 평범하지만 작은 것들에 감사하며 사는 것,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행복이고 항상 감사하는 행복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하지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부모님이 다 계시고 2명 정도의 형제자매가 하하호호 단란하게 사는 것만이 행복일까? 너무 어떤 틀에 박힌 사고 아니야? 싶은 마음도 들고, 요즘처럼 가족 구성원이 다양해진 시대에 우리가 기준이고 이것보다 모자라는 사람들은 솔직히 좀 불행하지?부럽지? 이러는 것 같은 마음도 들고 해서 말이다. 가족을 제대로 누리고 살지 못한 사람들이 잠시 진짜 가족인 척 하면서 이게 행복일까 싶어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스토리인지 영 찜찜하다.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듯 싶다. 심지어 결국 모두 각자 자신의 길을 가게 되는데 그럼 이후에 이들은 어쩌란 말이야.
또 영화 전반에 걸쳐 간간히 나오는 왠지 다이소 쯤 되는 가게의 삼총사의 모습은 적당히 무심하고 적당히 가십에 관심있고 적당히 동료를 생각하는 지금 내가 하는 두 아르바이트 직장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좀 쓸쓸했다. 누군가 계속 결근을 한다면 나는 아마 이들만큼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어가 모자란듯한 이들의 모습은 피식, 정도의 웃음을 유발했다. 가마에서 냄새가 난다면서 호스로 맡아보다니 일반적인 일본인들은 진짜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할까? 그냥 영화적 캐릭터겠지? 배우 세 명중 남자 두 분은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문어소시지 좋아하는 조폭 보스랑 음식평론가 버터밥매니아 아저씨였던 기억이 나서 더 정감이 갔다.
약간 '흠...'싶은 마음을 가지게 하는 영화였지만, 영화에서 행복이라 제시된 것 처럼 부모님, 언니, 나 이렇게 네 식구로 살고 있는 나는 맞아, 이런게 행복이지~ 하며 볼 수 있는 영화였다. 가족 형태니 다양하니 뭐니 내가 너무 신경쓰는 건가?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느낌이 좀 드는 것 같으니 심각한 생각은 그만해야겠다. 그냥 잔잔하게 보면서, 역시 오다기리 조 귀엽다고 느끼면서 볼 만했던 것으로 마무리 하겠다. 아참, 오다기리 조도 심야식당에서 땅콩까는 신비주의 청년이었는데!
p.s 영화 시사회장 모습 영상을 보는데 오마이갓, 빚쟁이 아저씨 머리 자르니까 완전 단정하고 왠지 마음따뜻한 깔끔한 양복 아저씨잖아!(옷을 어떻게 입을까 고민했다고 하면서 '그런데..'하고는 오다기리 조를 가리키더니(이상한 망사 손토시는 왜한거야-_-?? 근데 머리는 파마 푸니까 더 멋졌다) 어떻게 입어도 안될 것 같아서 평소처럼 입고 왔다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는 왜이렇게 아저씨들을 좋아할까!! 멋있는 중년 아저씨 여기 한명 추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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