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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3.16. 30대에는 저변을 넓히며 살겠소

by 푸휴푸퓨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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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서른이 되면서 좀 어리둥절해졌다. 20대가 끝났다는 사실은 기뻤다. 파릇한 새싹 같은 젊음은 지나갔지만 성격에 맞는 성숙의 나이가 더 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0대인 나는 처음이어서, 텅 빈 지도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20대를 잘 갈무리하자며 컨셉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를 적는 동안에도 나는 답을 몰라 방황했다.

  프로젝트를 하며 20대를 성실히 잘 살았음을 확인했다. 내가 가치를 둔 단어가 무엇인지도 알았고. 하지만 30대의 방향은 얻을 수 없었는데, 특히 더 성장해야겠다고 쓰면서도 대체 무슨 성장을 해야할 지 모르는 점이 그랬다. 잘 쉬었으니 열심히 살고 싶은 건 맞아. 근데 '뭘' 열심히 할지는 잘 모르겠단 말이야. 매일 질문이 들이닥치는 프로젝트도 마감했겠다 언니의 결혼도 끝났겠다, 몰아치는 업무를 하며 텅 빈 마음으로 일주일을 살았다. 그러다 구원이 찾아왔다.

 

인생은 레벨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
- 말하기를 말하기 中, 김하나



  좋아하는 팟캐스트 듣똑라에서 여성의날 기념으로 이웃 여성 팟캐스터인 김하나 작가를 초대했다. 그리고 그녀의 저서 '말하기를 말하기'에 있던 문장이라며 "인생은 레벨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라는 말을 언급했다. 머릿속이 또렷해졌다.

  20대의 나는 직업(사서), 삶의 방식(간소), 재테크 스텝 1(천 단위)을 일구었다. 나는 이 기본 틀에서 더 높은 단계를 바라지 않았다. 지금이 좋았다. 그러니 성장이란 말이 부담스러웠지. 하지만 스펙트럼을 넓히는 거라면, 윗 단계가 아니라 저변을 넓힌다는 방식으로 생각해도 좋다면 하고 싶은 일은 많았다.

  30대의 나는 직업(현재 회사에서 직급에 맞는 업무 수행 능력 갖추기, 나를 표현하는 방법 습득하기), 재테크 스텝 2(억 단위, 부동산)를 잘 일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30대 초반에는 무엇보다 삶의 방식을 단단히 다지려 한다. 이때의 선택이 미래를 많이 좌우할 것 같아서. 간소한 삶을 그대로 일구어 나가고 싶고, 일상에 반드시 운동이 한 축을 차지했으면 좋겠고(그래서 체력이 좋은 사람이고 싶고),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35살까지는 독립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차곡차곡 시간을 쌓아야 한다.

  간소한 삶의 방식을 성장시키려면 물건의 갯수를 극적으로 줄여야 할 기분이 들지만 스펙트럼을 넓힌다면 삶의 영역에서 간소한 태도를 더 폭넓게 갖추는 기분이 든다. 또 새로운 시도는 성장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행위가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행위 그 자체가 된다. 한 가지에 몰두하다 삶의 영역이 좁아져 시야가 줄고 마음이 닫힐까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켜주기까지 하다니.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발상의 전환은 놀라운 일이다.

 

언니가 고생했다며 향수를 사줬다

  30대의 나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까. 20대에 겪었던 새로움과는 전혀 다를 테지만 어쩐지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즐거운 시절이 되리란 기분이 든다. 희망찬 기분이 샘솟네. 뿌옇던 눈 앞이 맑아지니 기분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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