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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9

2024.2.27. 다정도 병인 양하여 별 일 없이 흘러간 한 주 일상. 평온하다니, 복된 한 주였군요? 사부작사부작 기록해 본다. 1. 혼자 공연 보기 혼자 다니며 나와 만나는 시간을 좋아한다. 오래간만에 단독으로 뮤지컬을 보러 갔다. 멋진 외출로 만들고 싶어 미리 저녁 메뉴도 골라두었다. 퇴근 후 맛있게 저녁을 먹고 무대에 푹 빠져 공연을 봤다. 평일 한 중간 밤늦게 돌아다니기는 역시나 피곤해지만 기분은 좋았다. 가끔 나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가 있다. 대충 쭈절거리다 보면 몰랐던 마음속 깊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잠깐의 밤 외출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관람한 공연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였다. 최근 유튜브에서 어느 영상을 보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 2024. 2. 27.
갑자기 정리하고 싶은 가구 이야기 1 (책상, 의자) 지난 몇 달간 회사의 프로젝트라고 지칭했던 것의 초기 샘플을 납품받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지친다. 집에 필요한 가구나 겨우 구입해 본 사람들이 대량의 가구 앞에서 무엇이 최선일지 고심에 고심을 한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라 다행인 일. 내가 지칠 땐 동료가, 동료가 지칠 땐 내가 힘을 내자고 억지로 끌고 간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가구의 세부 사항에 몰두하는 시간이다. 가을이면 이 레이스가 끝난다. 몇 달이나 더 치열해야 한다니 숨 가쁘지만, 몇 십 년간 뿌듯해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바닥 끝까지 열정을 퍼내 본다. 1. 책상 책상의 높이는 대체로 비슷하다. 기성품 의자와 맞을 높이를 찾는다면 70~75cm가 무난하다. 이것은 책상 높이뿐만 아니라 상판의 두께에도 해당되는데, 상판이 너.. 2024. 2. 27.
[Musical Review] 뮤지컬 두 편의 호사(노트르담 드 파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2월에는 호사스럽게도 뮤지컬을 두 편이나 봤다. 모두 세종문화회관에서 관람했는데, 황금손의 소유자 PT 선생님 덕에 두 편 다 아주 훌륭한 자리에 앉았다. 짧게나마 후기를 남겨본다. 1.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 Dame de Paris) ‘노트르담 드 파리’는 10년 전 대학 교양 수업에서 프랑스어 OST를 들은 뒤 뜻도 모르면서 좋아했던 뮤지컬이다. 국내 공연에는 관심을 두지 않다가 노친자(노트르담에 미친 자) 회사 동기의 영향을 받아 올해는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고 싶다는 뜻을 비추자마자 PT 선생님의 본인만 믿으라는 호언장담이 들렸다. 새벽의 취켓팅을 마다하지 않는 선생님 덕에 중블 3열에 앉는 기염을 토했고, 공연날 앞자리 사람이 결석까지 해버려서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 시야로 공연.. 2024. 2. 23.
2024.2.20. 나를 이루는 결핍과 성정과 꿈과 그런 것들 1. 10년 후의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내가 결핍을 멋지게 이겨낼 수 있도록 경제 강의를 듣다 강연자가 “지금 나의 결핍이 10년 후의 나를 결정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봤더니 정말 그렇게 살았더라. 언니와 비교되지 않고 스스로 무언가를 일구어 내고 싶어 애썼던 10대를 지나 대학 이름을 얻었고, 책 속에서의 고요함과 안정성을 얻고 싶어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한 20대를 지나 제법 큰 도서관의 직원이 되었다. 동일한 말을 반대로 생각해 온 듯도 하다. “3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를 늘 생각했으니까. 강연자는 이에 더해 “그러니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줄 결핍을 채워야 한다”라고 했다. 어떤 결핍을 채웠느냐에 따라 삶이 전혀 달라지니까. 그래서.. 2024. 2. 20.
자기혐오를 토해내는 재미 없는 이야기 바닷가에 서 있으면 주기적으로 파도가 밀려온다. 파도는 왜 칠까. 검색을 해 보기도 했지만 중력과 염도와 그 무엇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말에 정확한 이해를 포기했다. 바다를 구경하노라면 멍을 때리다가 그저 생각하는 것이다. 파도는 왜 칠까. 어차피 같은 물인데 왜 밀려와서 부서지고 밀려나가더니 또 다가오는가. 자기혐오는 내게 파도처럼 다가온다. 이제 좀 나아졌나 싶으면 언제 부서졌느냐는 듯 멀쩡한 모습으로 밀려온다. 극복하려고 노력해 봐도 주기적으로 괴롭다. 자기혐오에 빠져들면 우울하고 무기력한 나만 남는 걸 알아서 어떻게든 깊이 들어가지 않으려 애쓴다. 물에 젖은 솜덩이 같은 나를 아무도 도와줄 수 없으니까. 혐오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찾아낸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운동이 싫은데 반드시.. 2024. 2. 16.
2024.2.13. 헉 발렌타인데이가 내일인걸 지금 알았다면 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_^ 날짜 쓰다가 갑자기 깨달았지만 발렌타인씨와는 상관없이 데굴데굴 지나가는 나의 날들. 초콜릿 아무 때나 사 먹으면 된다 이 말이에요. 1. 평화야 오라 드디어 회사가 좀 평화로워졌다. 사고 수습을 마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것이 드디어 개시되고, 샘플을 일부 받았는데 내가 강력 주장한 게 꽤나 호평을 받고. 기억력이 짧아서 이틀쯤 평온하니 되게 오래 편안했던 양 기분이 좋더라. 드디어 마음을 조금 놓는 연휴 직전이었다. 2. 미혼의 명절은 놀다가 간다 명절에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매일 놀았다. 엄마와 먹고 싶은 전을 소량만 부치고(부엌 바닥이 끈적끈적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너무나 좋은 자리에서 보았다(환호가 절로 나와). 이케아에 가서 가구 구경을 하.. 2024. 2. 13.
[월간 백만] 2024년 1월의 백만 이 달의 빵: 밀도 ‘리치식빵’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는 엄마가 보는 장에 식생활을 내맡긴다. 엄마는 주로 e마트 온라인몰에서 장을 본다. 엄마가 이마트에 새로 들어왔다며 밀도의 식빵을 시켰다. 왜 이렇게 맛있는데? 깜짝 놀라 용산에 방문한 날 카페에 방문해서 생크림식빵을 사 먹어보기도 했다(이것도 진짜 끝내주는데, 너무 리치해서 사람에 따라먹다가 질릴 수도 있을 듯). 내 기준 밀도 식빵에서 풍미의 풍부함은 ‘카페에서 산 생크림 식빵>>>>리치 식빵>>담백 식빵’ 순이다. 사무실에 아침을 싸가곤 하는데, 밀도 식빵을 챙긴 날은 출근 내내 기분이 좋다. 일상의 행복 한 덩어리는 식빵으로부터! 이 달의 웹툰: 도무지, 그 애는 로판이 점령한 네이버 웹툰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빠져들어버린 작품. 1화를 발견한.. 2024. 2. 9.
2024.2.6. 움파룸파 둠파디데이~ 1. 대리석으로 냉동실을 만들면 성능이 좋겠는데 회사 일로 커다란 석재 회사에 다녀왔다. 곤지암은 큰 가구 공장이 모여있다더라. 대리석과 포세린을 구경하는데 창고 안이 냉동실처럼 추웠다. 콩콩 뛰어다니며 돌은 차가움을 머금는 소재라는 걸 뼛속까지 느껴보았다. 자연에서 어떻게 이런 무늬가 나오나 싶게 대리석은 화려했다. 내가 본 대리석이라고는 대체로 주방 상판이었는데, 멋지단 생각이 든 적이 없었는데, 몇 미터나 되는 판으로 보니 이것이야말로 대리석이구나 싶었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감탄스러운 모양이라니. 요즘 회사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덕에 살면서 해볼 일 없는 경험을 종종 한다. 찾아가기도 힘든 데다 추위 덕분에 목이 칼칼해졌지만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언제 또 이런 일을 해보겠어. 무대 디자인.. 2024. 2. 6.
좋아하는 브랜드:: 플랫포인트(FlatPoint) (feat.볼리니 라운지 체어) 볼리니 라운지 체어는 좋아하는 유튜버 슛뚜가 오랫동안 거실에서 쓰던 모델이다. 화면에 잡히는 의자는 간결하고 실용적이었다. 깔끔하게 핵심만 말할 것 같은 꼴이랄까. 얇게 뻗은 손잡이와 다리, 월넛 등받이, 깔끔한 방석까지 군더더기 없는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의자는 뒤로 기대기 편안하고, 곡선에 몸이 쏙 들어간다. 키가 여자치고 작지 않은 편인데(168) 엉덩이를 뒤로 붙이면 발 뒤꿈치가 닿지 않는다. 오토만이나 발을 받칠 만한 곳이 있는 편이 압도적으로 좋다. 등받이가 흠집이 잘 나서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플랫포인트 쇼룸에서 테이블과 함께 배치된 의자들은 테이블과 닿는 부분에 흠집이 있는 경우가 흔했다). 안락한 조명을 켜고 라운지 체어에 앉아 책을 읽는다. 행복하다. 볼리니 라운지 체어는 오랜 고민.. 2024.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