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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11.15. 이 방향이 아닐진대

by 푸휴푸퓨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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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말에도 서울 둘레길 중 한 코스를 돌았다. 5코스 중 석수역에서 관악산 일주문까지 오는 길이었는데 안내된 대로 딱 3시간 30분이 걸렸다. 둘레길이란 것이 본디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경로가 아니어서, 힘겹게 올라갔다 신나게 내려와도 흥이 나지 않았다. 이만큼 내려온다는 건 또 한참을 올라간다는 뜻이 아니냐!

  오르락내리락의 와중 한 줄기 빛은 나라에서 설치해준 데크였다. 데크는 나름의 경사가 있기는 해도 일반 길보다 훨씬 완만했다. 문제는 서울둘레길 표시가 그 데크가 아닌 옆의 일반 경사로에 붙어있었다는 점이었다. 충실한 규칙의 순응자는 표시가 없는 길로 가기가 불안하지. 데크와 영 멀어지는 듯한 경사로에서는 큰 결심을 하고 결국 다른 길이리라 믿고 경사로로 갔는데, 많이 멀어진다는 것은 많이 내려갔다 올라오는 -숨을 쌕쌕거리면서 뒤로 넘어가고만 싶은- 길이란 뜻임을 데크를 다시 만나고서야 알았다.

스님 힘든데 혼자 웃찌 마여^_ㅠ

  순간의 방향 선택이 깊은 체력 고갈을 유발할진대, 우리네 인생에서도 방향 선택이 얼마나 중요하겠나 싶다. 최근 마인드마이너 송길영이 중앙일보에 썼던 칼럼을 전부 읽는데 '검색, 추천, 발견되다'에서 '발견되다'에 눈길이 갔다. 발견되기 위해 나의 깊이를 다듬고 준비하자는 말. 내가 오랫동안 세상에 발견되기를 원했던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가장 발견되고 싶은 건 뭐니뭐니해도 블로그였다. 책 리뷰가 다음 메인에 종종 올라가곤 하지만 일상 글이 올라가면 더 기쁠걸 알고 있었다. 일단 꾸준함이 중요하니 목표를 세우고 꼬박꼬박 올렸다. 메인에 올라갈 기색이라곤 없었다. 내 글보다 성의 없는 글도 잘만 올라가는데, 나는 왜 안될까?

  아직 발견되지 못했다는 것은 내 깊이가 얕다는 뜻일까 이 방향이 아니른 뜻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를 발견해줄 동류가 없다는 걸까. 며칠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방향이 틀렸다는 거다. 누군가 내 블로그에 들어온다고 치자. 어느 주제로 들어왔건 내 블로그에서는 그 주제에 대한 일관적이고 주기적인 글을 볼 수 없다. 떠오르는 대로 쓰고 양을 채우는 데 급급하니까. 머리가 덜 돌아가도 무엇이든 뽑아내는 연습은 됐지만 그게 꼭 읽고 싶은 콘텐츠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다시 가만히 앉아 방향을 조정하기로 했다. 일관된 소재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도서관을 소재로 써보려 했지만 실패했던 건, 업무에 엮이지 않을 주제를 제외하다 보면 남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여가시간에 몰두했던 건 뭐지.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간단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들였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주제와 소재를 잡았다. 꼭지마다 제목을 지었다.

  내년에는 꼭 이 내용을 완성하고 말겠다. 그리고 되건 안되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할 거다. 이 길이 험난한 경사로가 될지 데크에서의 산책이 될지 모를 일이지만, 일단 가고 싶은 길인 건 알겠어. 다리가 아파 주저앉더라도 내가 가자고 했으니 아무도 원망하지 않을 그런 길이다. 이 방향이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또 갈 테다. 체력이 쌓일 테니까 길도 점점 수월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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