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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140

[Book Review] 한국이 낯설어질 때 서점에 갑니다 - 김주성 북한 사람이 바라보는 한국은 어떤지 궁금해서 집어든 책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를 짚어주려나.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고민하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의 기준은 뭘까. 저자는 경상도 출신의 조부모님과 함께 일본에서 살다가 10대 시절 조부모님을 따라 북한으로 갔다. 북한에서는 교사도 하고 작가도 했다. 정확한 계기는 알 수 없지만 200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에서 새터민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작가였던 이력을 살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과 한국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버무려 신문에 칼럼을 썼다. 이 책은 그 칼럼을 엮어 만들었다. 이 책은 매 꼭지의 책을 미리 읽어봤거나 내용을 알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페이지를 넘겨 책 제목을 발견하면 '오, 이 책은 어떻게 .. 2021. 1. 29.
[Book Review]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경제 공부를 하며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순환 주기가 있음을 배운다. 금값이 오르는구나, 원유가 떨어졌네, 주식이 급등하네, 채권이 비싸지네.. 비단 금융만 순환하는 것은 아닌지 고등학생 때 유명했던 '아침형 인간'이 다시 각광받는 현상을 본다. 진지한 것은 모두 오그라든다며 비웃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쿨하기 위해 안달이 났던 시절.(10여 년 전 지디가 오글거린다는 말을 귀엽게 해서 리포터가 꺄아악 좋아한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난다. 어느 학생복 CF 촬영 현장으로 기억하는데, 오글거린다는 말이 막 유행하던 시기라 '저 말 심지어 지디도 쓰네, 진짜 대세인가 봐'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유노윤호의 열정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무대에 절실한 무명 가수의 노력을 발견하고, 진지하다 놀림.. 2021. 1. 26.
[Book Review] 아무튼, 떡볶이 - 요조 '아무튼, 떡볶이'는 저자 요조가 어느 방송에서 말한 일화 덕에 처음 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기가 이 책에 '떡정'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모두가 아는 단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강연에서 뜻을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고. 북토크에서 모두가 진지하게 떡정의 뜻을 듣는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지만 이해는 간다. 나도 떡정이라는 단어를 안지 몇 년 되지 않았다(미운 정 고운 정은 알지만 떡정이라니). 대신 나는 '붕가붕가'라는 단어를 스무 살에 배웠는데, 그 뜻을 모른 채 홍대 골목에서 붕가붕가!!!라고 크게 외쳐 대낮부터 친구를 몹시 당황하게 만든 기억이 있다.* *당시에 나와 친구는 언니네 이발관이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이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붕가붕가라는 이름이 '붕'이 들어가 귀엽다며 붕가붕가.. 2021. 1. 19.
[Book Review]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 하완 한때 인생은 끝없는 싸움이라 생각했다. 인내하고, 한계까지 나를 밀어붙이고, 뭔가를 극복해서 승리를 거머쥐는. 뭐 대충 그런 게 인생이라 여겼다. 이제는 싸우지 않기로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도 않는다. 인생의 커다란 문제들은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맘에 안 들고 답도 없는 이 인생과 잘 지낼 수 있나 고민할 뿐이다. 하완 작가의 지난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고 극심한 감동을 했던 바(기록이 남아있다), 이번 책을 발견하곤 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완 작가의 에세이는 여타 감성 에세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색다른데 특히 마지막 한 줄의 위트가 산뜻하다. 어디선가 읽었음직한 소확행의 장점에 대해 읽으며 심드렁해지려는 찰나 그러니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를 .. 2020. 9. 21.
[Book Review] 진짜 공간 - 홍윤주 집을 정리하면서 공간에 대한 애착이 점점 커진다. 원래도 집순이었지만 한층 더 중증이 되었지. 누가 어디에서 이야기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재미있다는 말 한마디만 믿고 덥석 읽기 시작했다. 이제껏 본 적 없던 공간에 대한 소개여서 굉장히 신선했다. 평생을 아파트 키즈로 산 내게는 더욱 그랬다. 책은 방 주인 인터뷰, 다양한 주택의 입면 관찰록, 실생활이 묻어나는 사소한 개발들, 비공식 건축물, 동네와 도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정형화된 공간이 아닌 공간 속의 사람과 삶에 밀접하게 존재하는 공간을 소개한다. 단 하나도 같은 공간이 없다. 그 모든 곳에서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개성이 닭장 같은 아파트보다는 몇 배 더 멋스럽다. 아래의 몇 구절을 통해 공간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읽.. 2020. 9. 14.
[Book Review]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김소민 무엇보다, 나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를 위해서도 기도한 적이 없다. 사는 게 창피해서 읽기 시작한 책. 내 인생이 수치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다가 내 맘 같은 제목을 보고 극약 처방이 되어주겠다 싶었다. 가벼운 젊은이의 에세이 정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깊었다. 나는 언제까지 나에게 함몰되어 있으려 하나. 한 마음챙김 수련에서 평생 가장 화났던 순간을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그 순간을 고르는 게 힘들었다. 너무 많으니까. 인간이면 분노할 이야기를 했는데 법사는 "그런데 왜 화가 나냐"고 했다. 열불 뻗쳐 설명을 보태는 중에 법사가 말했다. "당신은 한 번도 상처 주지 않은 사람처럼 말하네요." 내가 내게 했던 거짓말 중 가장 큰 거짓말을 들켰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로 며칠 째 마음 고생을 하던 .. 2020. 9. 1.
[Book Review]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 이나가키 에미코 미니멀리즘을 외치기 시작하면서 미니멀리스트라 스스로를 칭하는 많은 작가와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이렇게는 살지 못하겠다 싶기도 하고 이 생각은 나와 같구나 싶기도 했지. 그렇게 마주한 이야기 중 폭탄머리 이나가키 에미코의 삶에 대한 통찰은 단연 가장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도 50대에 이런 생생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냉정히 말하자면 무언가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어쩌면 무언가를 잃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희생시키면서 예뻐지고 건강해지는 그런 일들이 정말로 가능할까. 지금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는 작은 욕망들이 모여 큰 덩어리로 불어나면서 타인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런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만 한다. 살림에 관심을 갖다 보면 점점 내 발이 땅에 닿는 기분이 든다. 내 일상을.. 2020. 8. 18.
[Book Review]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에세이를 많이 읽는다. 어렸을 때부터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좋아했다. 실제로는 만나지 못할 다양한 사람들의 깊은 생각을 듣는 게 좋다. 에세이가 대 유행이 된 지금도 변함없다. 중년 남성 화자의 에세이에는 내가 참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 글에서 느껴지는 꼰대의 향기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게 한다. 대체 이걸 내가 왜 취미로 읽는 책에서까지 견뎌야 해? 자연스럽게 남성 작가의 에세이를 멀리하게 되어서 김정운 작가와 김영민 교수 정도의 신간만을 기다렸다. 새로운 작가를 우연히 발견하려 굳이 용기 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믿는 북튜버 겨울서점이 이 책을 추천해 지 뭐야. 평소에 신문에 읽는 칼럼도 눈여겨보았다니 더욱 믿을만하여 바로 읽었지. 첫 에피소드로 셰르파와 현지 가이드에게 점점 갑질을 하게 된 경험을 .. 2020. 7. 27.
[Book Review] 일과 독립된 '나'로 살아가는 법 호우! 가벼운 글을 써본다! 갑자기 왜 이러냐면 어젯밤 꿈에 누군가가 나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걸 들었다 "걔는 너무 고민을 많이 해서 문제야. 힘을 빼야 돼." 힘이라니 요즘 제일 힘 준 곳은 블로그 뿐인데요 그래서 블로그 글을 힘을 빼고 써보기로 한다 (완벽한 논리) 예전에는 구어체 잘 썼는데 오래간만에 하려니 잘 안 되는 구만 . . 오늘의 주제는 책과 유튜브! 유튜브 영상과 함께 연상되는 책을 소개해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고르고 보니 두 개 다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9번의 일, 퇴사하겠습니다) 1. 9번의 일 + MBC 다큐스페셜 '전봇대 가장(家長) - 희망퇴직 이야기' 작가의 상상력이 꾸민 내용이리라 믿고 싶을 만큼 주인공이 처한 사회적 현실이 끔찍한 책이었다 (원거리 발령, .. 2020. 7. 21.
[Book Review]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 정희숙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정리 관련 컨텐츠를 봤다. 처음에는 해외 컨텐츠를 많이 봤는데 넷플릭스의 '미니멀리즘'이나 이 다큐에 출연했던 미니멀리스트가 쓴 책들 모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도미니크 로로의 책도 당연히 봤지. 곤도 마리에 영상은 첫 편을 보고 포기했는데, 설레는 물건에게 내는 소리와 표정(한쪽 다리를 들고 뀨우? 같은 소리를 낸다)이 도저히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세요 정말. 국내에는 마땅한 컨텐츠가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유튜브에서 두 채널을 찾았다. 첫 번째는 쓰레기집 청소 업체인 클린 어벤저스의 채널(이 채널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어 영상은 첨부하지 않지만 언젠가 관련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두 번째가 정희숙 정리 컨설턴트의 .. 2020. 6. 26.
[Book Review]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 남인숙 I와 E의 경계에 있는 나는 진정한 자신의 성격을 알고 싶으면 학교에 가기 전 자신의 성격을 생각해보라는 제안에 크게 감탄했다. 흠. 유치원에 다니는 내내 친구들과 말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불편한 줄도 몰랐다가 아빠참여수업 후 아빠의 말을 듣고(허리를 이렇-게 구부리고 혼자 앉아있더라나) 처음으로 태도를 돌이켜 보았다. 그런가 하면 초등학교 1학년 때 교장선생님은 엄마 뒤로 숨는 나를 보고 차렷, 열중쉬어 자세를 본인의 성에 찰 때까지 가르쳤다(엄마는 저쪽에 계세요!). 지독한 I였다는 얘기. 이런 나도 20년을 훌쩍 넘는 학교 생활과 직장 생활을 겪고 나니 때로는 E000의 진단 결과를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스무살이 넘어서는 대체로 E를 받다가 최근 I로 돌아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중, .. 2020. 6. 9.
[Book Review]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 박현선 당근마켓을 시작한 이래로 이틀에 한번씩은 거래를 하는 기분이다. 오늘도 무려 세 개의 덩어리를 들고 출근했다. 주말에는 처음으로 물건을 구매해보기도 했다. 오랫동안 살까말까 고민하던 물건인데 절반값에 새상품을 구입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중고 거래에 이리 열을 올리니 중고와 관련한 책을 읽어 보는 게 인지상정! 이 책에는 핀란드의 중고 문화에 대한 소개와 작가가 핀란드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중고 문화, 그리고 인터뷰가 담겨있다. 인터뷰 대상은 실제 중고가게를 운영하는 주인, 중고가게 이용자, 벼룩시장 행사 기획자 등으로 중고 거래 문화가 잘 발달한 사회의 실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핀란드는 사회 내 빈부격차가 적어 중고문화가 발달할수 있었다. 북유럽 국가 특유의 복지 덕분에 핀란드는 누구나 일.. 2020.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