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AT/MINIMAL LIFE

미니멀리즘 Part 2. 내게 영향을 준 사람들 (유수진 편)

by 푸휴푸퓨 2020. 3. 18.
728x90
반응형

유수진 (자산관리사, 부자언니, 루비스톤 대표)

 


  유수진을 처음 본 건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몇억 연봉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상을 보여줬는데 어쩐지 일하는 부분보다는 취미로 살사를 춘다던가 휴식으로 혼자 호캉스를 갔던 부분만 기억나네(그나저나 2010년대 초반에 혼자 호캉스 가는 여성이라니 트렌드를 선도했구먼).

  특이해서 인상적이긴 했지만 무엇을 느끼진 못했던 시간을 지나 그녀를 다시 주목하게 된 건 솔직한 책 내용 덕분이었다. 예적금을 드는 습관만큼은 잘 가꾸었던 난 적금 풍차 돌리기를 하세요, 하는 식의 (대체로 ‘20대를 위한’이란 제목이 달려있는) 자산관리 책이 지겨웠다. 난 그 다음을 원한다고! 그렇고 그런 책들 사이에서 표지에 나온 유수진을 알아보고 한 번 읽어나 봤던 부자언니 책은 내게 처음으로 다음 단계를 알려주었다. 화장품 다다익선을 외치던 내게 경종을 울려주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이든 다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라 전주에 있었을 때 부자언니 책을 봤더라면 아무 감흥도 못 느꼈을 게다(혹은 내 소비에는 다 스트레스라는 이유가 있다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겠지). 무엇이든 마음에 들어오려면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나봐.

  환경학과를 전공하고 석사 과정을 밟으며 교수가 될 줄 알았던 유수진은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커리어의 방향을 전환한다. 어떻게 자산관리사가 되었는지 계기는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자산 관리를 해주겠다는 어마어마한 열정과 이에 부합하는 잘난 능력을 뽐낸 그녀는 6억 연봉녀라는 타이틀을 달만큼 대단한 보험왕이 된다. 퇴사 후 자산 관리 회사 '루비스톤'을 차렸는데, 이 회사는 젊은 여성이 자산을 모을 수 있게 도와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네이버 카페도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

  자산 관리 회사가 성장하자 유수진은 개인 상담을 멈추고 대중을 상대로 자산 관리의 중요성과 방법을 설파했다. 대체 그렇게 재테크를 잘하고 부자를 많이 안다면 부자랑 놀지(?) 왜 이런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부자보다는 평범한 사람에게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훨씬 재밌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맞다. 그녀는 부자가 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방법이 있다고 했지 쉽다곤 안 했어 후후).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고 살아가는 건 이 시대에 눈을 반쯤 뜨고 살아가는 것이란다.

  이야기를 듣고 난 내 소비의 목적을 되짚어보고 인생의 목표를 떠올렸다. 매년 쌓아갈 자산의 로드맵을 그리며 한 해 한 해가 소중함을 알았다. 매일 아침 코스피 지수, 유가, 환율 등을 살펴보고 경제 기사를 읽는다. 점차 깨달아가는 경제의 원리에 정말 내가 눈을 반만 뜨고 살았음을 실감했다. 돈이 모으고 싶었을 뿐인데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 달라졌다. 최소 종잣돈으로 언급되는 3000만 원과 1억 원을 모아 보는 경험의 중요성도 이제는 이해한다.

  그녀의 책을 읽고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고 팟캐스트를 들었다. 두어 번 오프라인 행사를 들으러 가기도 했지. 매 순간 열심히 사는 이 사람의 원동력이 대단하다고 감탄하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관찰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유수진은 자기가 많은 사람의 자산 관리를 도와주었는데 일정 수준의 자산 관리 습관이 잡힌 사람은 공통적으로 더 이상 사고 싶은 게 별로 없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반신반의했던 말이지만 이 또한 이제는 이해한다. 단순히 사고 싶은 게 없다기보다는 물건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행위를 멈췄다는 게 맞겠다.

  좋은 브랜드의 화장품이 갖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계절마다 새 옷을 사지 않아도 기본 아이템으로 충분히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유수진 덕분에 생활 태도가 많이 바뀌었는데, 돈 때문에 억지로가 아니라 바꾸고 보니 돈이 모이는 행동이었다. 다만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관심사가 많이 달라져 잠시 인간관계를 고민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은 지겨운데 어떡하지. 이에 대한 답은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서 찾았다. 유튜브/팟캐스트 '신과 함께'를 진행하는 김동환이 신사임당의 유튜브에 나와서 했던 '부자가 되는 건 선택이다'라는 말이 그 해답이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선택은 남을 외면하고 나만 잘 살자는 이기적인 욕심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세상의 움직임을 주시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즐거움을 위한 관계와 유흥을 포기해야 한다. 일단 공부에 시간이 엄청 들거든. 무엇을 추구하고 살 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소비를 줄이는 쪽이 나와 더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기본에 몰입하는 삶을 살고 싶다. 자산 관리사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런 인생의 도움을 받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어서 더 재미있겠지. 그녀가 베트남으로 떠나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당분간은 그럴 것 같지 않다. 아직 좀 더 배울게 남았다고요! 열심히 쫒아 가 봐야겠다.


--------------------------------------------------
유수진이 멋진 인터뷰를 했다. 바른 신념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 진심으로 응원한다.
[삶도]'부자언니' 유수진, 사기로 3억5천 날리고 비로소 깨달은 것

 

‘부자언니’가 사기로 3억5천 날리고 비로소 깨달은 것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

www.hankookilbo.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