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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9. 오래간만에, 정말 오래간만에 컴퓨터로 블로그에 글을 쓰려 창을 켰다.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들을 모두 토해내놓고 나면 내가 사랑하던 공간이 다 망쳐질 것 같았고, 그 감정을 오래도록 다시 읽으며 곱씹는 것도 내 정신 건강에 그닥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참고 눌렀다. 나만 볼 이 공간에 조차도 쏟아내지 못하고 누르고 또 눌렀다. 차장이 태도가 변했다. 화가 났는지 심통이 났는지 풀이 죽었는지 마음이 불편한지 나는 모른다. 차갑고 쌀쌀맞은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 다음에는 너무 슬펐고, 지금은 나도 썩 따뜻하게 하는 것 같지 않다. 힘에 겹다. 나는 항상 나를 싫어하는 사람 옆에 있는 걸 힘겨워했지. 모두와 잘 지내는 착한 사람이 정말 .. 2017. 3. 9.
침몰 우울을 앓게된 것 같다 이렇게 된 나를 언제부터 느끼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즐거운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원하는 변화도 없다 속에서부터 썩어 곪아들어가는 내가 느껴진다 사는게 무겁다 피곤하다, 지쳤다 외에는 하고 싶은 말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은 그러나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이다 내일도 모레도 오늘같은 날일 것만 같고 나는 그냥 이렇게 된 나를 구제할 내가 없어 막막하다 막다른 골목에 서있다 서 있는게 최선인 날이 계속 이어진다 우울을 앓게된 것 같다 2017. 2. 27.
서울에 오다가 질문이 생각났다 서울에서 살고싶다 서울에는 사람이 많다 정말 나는 서울에서 살고싶을까 힘들기도 하고 힘들지 않기도 하다 감각이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버스를 타고 오다가 문득 여행을 가고 싶어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던 대학생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땐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까지 했었는지 신기하다 그렇게까지 하고싶은 것이 지금 나에게 있나 이 질문에 답을 얻으면 지금 앞에 보이는 벽을 또 어떻게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래오래 깊이 생각해 봐야지 드디어 질문 하나를 찾아서 작게 기뻤던 서울 오는 길의 밤이었다 2016. 11. 8.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김광석이 입에서 흘러 나올 때 아, 가을이야! 2016. 11. 7.
노이슈반슈타인 나는 로엔그린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왕자가 나 자신 같기도 했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켜주는 성배의 기사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성을 짓기 시작했어요. 제 모든 걸 쏟아부었지요. 성의 이름은 '새로운 백조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노이슈반슈타인으로 지었어요. 성이 완성되기까지 17년이 걸렸어요.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왕실 재정도 악화됐어요. 이 점은 나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완성된 성을 보면 당신도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푸르게 물든 전원을 노니는 아름다운 백조 한 마리. 노이슈반슈타인은 압도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니까요. -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루트비히 모놀로그, 안정희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가까이 가서는 크.. 2016. 10. 18.
그냥 써보는 것 무서워서 나왔다 버스에서 내릴 때 송곳을 준비하고 버튼만 누르면 경찰서로 신고할 수 있는 핸드폰을 쥐고 주변을 살피고 건물로 뛰어들어가서 집 안 베란다까지 전부 확인하기 전에는 현관문을 닫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 더이상은 그 집에서 마트도 편의점도 갈 자신이 없어서 살고 싶어서 나왔다 그랬다고 화내는 집주인에게 구구절절 말할 수가 없어서 여기에다가 써 본다 사는게 서럽다 비가 온다 전주에선 자주 그랬지만 또 좀 외롭다 오늘도 싫고 내일도 싫다 2016. 10. 16.
제목없음 오래간만에 일기를 쓴다. 아무것도 쓰고 싶지도, 읽고 싶지도 않았던 시간이 지나갔다. 지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다독였고 견뎌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어쨌든 그것들이 겨우 다 지나간 참이었다. 그런데 끝나갈 즈음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니까 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낯선 사람이 따라왔다. 좀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점점 더 이상해졌다. 무서워서 집으로 뛰어올라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을 켜지 않았다. 살그머니 창밖을 보니 따라와서는 집을 확인하고 있었다. 불을 켰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소름이 돋았다. 10분쯤 건물을 쳐다보던 그 사람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창밖을 살피는 나를 그 남자는 발견했을까. 예쁘게 생.. 2016. 10. 11.
[Book Review] 그림과 그림자 - 김혜리 성시경의 라디오에 나오는 김혜리 기자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했다. 조곤조곤 말씀하시는데 내용의 해박함은 물론이거니와 매력적인 성격까지 정말 다 좋았다. 7일의 프로그램 중 가장 손꼽아 기다렸고 성시경의 라디오가 끝날 때 김혜리 기자의 목소리를 더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이 가장 슬펐다고 하면 성시장님한테 배신일까. 성시장님과의 케미도 좋아했으니 봐줄(?) 것이라 믿는다. 목소리만 먼저 접했던 탓일까. 문제는 내게 김혜리 기자의 글이 너무 낯설다는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의 방송은 정말 좋아하지만 책은 읽어내지를 못하는데, 김혜리 기자의 책이 또 딱 그렇다. 영화를 설명의 도구로 쓰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영알못인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어쩐지 문학적인(이라기 보다는 구어체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이 .. 2016. 9. 20.
[Book Review] 당신이라는 안정제 - 김동영, 김범수 심야의 라디오나 그런 류(?)의 감성을 가진 이들의 말이나 글을 찾아 접하다 자연스럽게 '생선작가'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니 무슨 필명이 생선이야, 희안하네 하고 넘겼던 사람이었다(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많이 아는 라디오 작가라니 심각하게 부러웠더랬다). 그러다 를 우연히 읽게되고, 아니 이 사람이 생선작가야, 한 후 책을 쭉 찾아읽게 된다. 아이슬란드의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지만 침묵 하나만은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숙소에서 일주일을 넘게 묵었다는 이야기를 읽고 정말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부럽다 싶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김동영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하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읽지 않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기대를 꽉 차게 하고 기다리고 있었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기록이라기에.. 2016. 9. 18.
[Book Review] 부자의 그림 - 정회도 색연필화에 대한 로망이 있다사실 아주 크다프리즈마 색연필 72색을 구매해 모셔두며 흐뭇해하는 정도의 로망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현실의 손은 나의 로망을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차선책으로 컬러링북에 집착한다색깔에 대한 센스는 생각하지 않고무조건 일단 잘 될거라고 믿어본다 다산북스에서 컬러링북을 보내준다기에 주저없이 신청했다그림도 몽환적인 것이 취향 저격그래서 온 책이 이 부자의 그림이다 표지의 고래가 날 홀려서 책을 신청했다전체 그림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몽환적이고 어쩐지 우주가 생각나게 하는 그림이 많다우주의 흐름(?)이라고 하면 되려나 어떤 그림을 먼저 색칠해볼까 하다가 선택한 그림'열정'화산에서 뿜어져나오는 힘이 초승달을 받치는 그림이다(화산을 아직 칠하지 못해 가렸다는 건 비밀) 패턴이 가.. 2016. 9. 12.
[Book Review]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이랑주 예쁜 것을 좋아한다. 매장의 전시는 항상 눈여겨 본다. 딱히 감각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관심이 많다. 솔직히 관심이 있는 것 치고 감각이 없는 편에 속하는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타인의 재능에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나기에 관심을 끊을 수 없다. 제목만 보았더라면 이 책을 읽고싶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을거다. 그런데 홍보에 낚였지. 홍보 문구였는지, 인터뷰였는지, 아니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홍보 문구였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콱 박혀 들어왔다. 수많은 노하우를 쌓은 그녀가 이제는, 그녀의 그 비싼 노하우를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다 알 수 있게 공개한다고. 컨설팅을 해주면 돈을 많이 벌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공유를 하기로 했다고. 이렇게 쓰고 나니 흔한 약파.. 2016. 9. 11.
[Book Review] 지식인의 서재 - 한정원 사람들의 서재 구경을 시켜주는 책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그런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추천된 책들을 다 읽지 않더라도,다 읽기는 커녕 한 권도 읽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지라도(설마 그런 적은 없을 것이라 위안해 본다) 일단은 그러하다. 책 추천이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사람은 어떤 기분으로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다. 이건 나 스스로가 왜 책을 읽는지 정확히 정리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취미로 읽는 거고 자기계발이 아니라 편하게 본다-고 완벽히 정리한 듯 말하곤 하지만 어쨌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아닌데... 하며 갈팡질팡한다. 다양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의 견해는 항상 다채롭다. 좋다.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 별 것 아닌 이야기라도 유.. 2016.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