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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6. 25일에 덧붙여. 표정 관리가 썩 잘 되지는 않았나 보다. 감정이 가득 섞인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PC방을 나섰다. 집에 꾸역꾸역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좀 걷고 싶어서, 그런 기분으로 빠르게 집에 도착하고 싶지는 않았다. 걸어가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크리스마스 저녁에 울며 길을 걸어가는건 너무 꼴불견이라 생각했다.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는데 잘 안됐다. 너를 보내주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내가 붙잡지 못하는 마음을 내가 어릴적부터 떼를 쓰지 못했던 일과 연관시켜 보았다. 이러저러한 생각의 중간 과정이 있지만 다 생략하고 결론은 이렇다. 이제 나는 내가 착하지 않고 나쁘게 굴어도 엄마가 날 끝까지 사랑해줄 것이라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충분히 믿는다. 하지만 넌 다르다. 너의 사랑을 머리로는 믿는데 마음은 그러지 못한다. 나.. 2018. 12. 26.
2018.12.25.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라는 휴일을 특별하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연인과 크리스마스를 보낸 추억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기억할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1주일 조금 더 되어서 만난 너는 오늘따라 머리가 잘 만져졌다고 했다. 멋지다는 생각이 한없이 차올랐다. 몇 번을 말했다. 오늘 멋지다. 오늘 멋지다 너. 적당히 즐거운 대학로의 연극을 보고, 너가 좋아한다던 커리를 먹으러 갔다. 그런데 너는 그런 현지식 커리는 오히려 처음이라더라. 웃음이 났다. 아마 무엇을 먹자고 했은들 나는 웃으며 좋아했을 것이다. 내 앞에 앉아있는 것이 너라서, 그 외에는 크게 상관이 없는 기분이었으니까. 밥을 먹고 사람이 없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이렇게 골라도 되나 싶게 오로지 사람이 적은지만 따져서 들어간 카페였는데 고른 음.. 2018. 12. 25.
2018.12.10. 뉴스 페퍼민트에 올라온 미국공영라디오방송(NPR) 기사의 번역본("백인의 눈물(white tears)"을 조롱하면 안되나요?)를 읽으며 생각을 한다. 뉴스에서 소개된 발로리 토머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대화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과 비할 것이 못 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같은 폭력에 대해 책임이 있죠.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불편함은 견디기 좋은 기분이 아니란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남자친구와 한국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자친구는 가끔 지하철에 올라탈 때 손을 가슴으로 모아야 한.. 2018. 12. 10.
처음 만났을 때. 갑자기 이걸 쓰는 이유는 먼 훗날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를 돌아보면 지금보다도 더 기억이 변해 있을 텐데 그 때의 기억과 이 글을 비교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처음 만나자마자 조용조용 기록해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소중한 관계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Y가 너와의 소개팅을 처음 권유한 건 한 3월 정도였다. 서울로 돌아왔고 나는 행복했다. 남은 건 남자친구 사귀기 뿐이었으니 자연스러운 권유였지만 여전히 두렵고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다. 사진을 봤는데 내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남자가 거기에 있었다. 아쉬워라. 큰 인연을 놓친 걸지도 몰라.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 자신의 일상을 좀 더 단단히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다. 천천히, 서울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나는.. 2018. 12. 3.
2018 올해의 OOO을 써 보자! 요즘은 전혀 만화를 올리지 않지만 내가 꽤나 좋아했던 웹툰 작가-그러고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먼저 좋아했던 웹툰 작가가 아닐까?-가 연말이면 하곤 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올해의 OOO! 그러니까 그 분은 올해의 어워즈 같은걸 그림으로 그려서 올렸는데, 그걸 볼 때의 나는 아직 내 취향을 정하지 못한 때였어서 그런 식으로 정할 수 있는 그 사람의 취향이, 정확하게는 취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몹시도 부러웠었다. 이제 20대가 절반도 남지 않은 나이가 되니 나도 그정도로 많은 분야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쓸 수 있을 만큼의 취향이 생겼다. 문득 나도 연말에 그런걸 정리하면 매년 기분이 좋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하나 하나 목록을 모아보려고. 이 글에다가 수정에 수정을 더해 목록을 더하면 연말에 .. 2018. 9. 4.
2018.1.21. 일기를 쓰고 싶기도 하고 쓰지 않고 싶기도 하다. 정말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더 정확하게는 정말 오래간만에 노트북을 켰다. 전주에서는 노트북을 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다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다. 화요일까지만 출근하면 이제 전주에 가지 않아도 된다. 대단하다는 동기도 있고 연말에 인사이동을 내주면 가지 않을거냐 묻는 상사도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근성있는 애로 보일까, 아니면 우리 회사가 그래도 훨씬 나을텐데 하며 속으로 쯧쯧거리고 있을까. 원하던 곳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대학 도서관의 사서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대학 도서관의 사서가 된다. 2월이면 새로운 곳에 출근을 한다. 신난다. 신난다는 마음은 정말이지 부인.. 2018. 1. 21.
2017.6.30. 옆자리가 분주하다. 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책상을 돌린 모양이다. 소리가 너무 잘 들려오는데, 새로 오신 분도 며칠만 지나면 후회하지 않을까. 조용한 것이 좋다. 새로 온 분에게 낯선 경계심이 든다. 모두와 잘 지내고 싶었던 6개월 전과 많이 달라졌다. 왜 그런가 부러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는 아무와도 잘 지내려 시작할 마음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무와도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지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잘 지내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제출'버튼을 누르지 않아 원서조차 넣지 못했다고 생각한 곳에서 서류 합격 확인이 왔다. 지원 기간이 끝나서 작성 현황이 보이지 않았던 거구나, 하고 지나고 나서야 생각한다. 나의 바보같음을 자책하고 금방 그 곳을 잊었는데, 다시 시작이다. 다음주.. 2017. 7. 2.
2017.6.27. 지금 나의 일상이 타인에게는 충만해 보일 수 있다. 매번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나.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두 달간 일주일에 5일을 다 사무실로 출근한 적이 없다. 일주일에 하루씩 꼭 출장을 가거나 공휴일이 끼어있었다. 꿈의 시간을 다 보내고 나니 어느 곳으로도 떠날 일이 없는 7월이 기다리고 있다. 대체 넌 어떻게 보내야 하지? 회사에서 사이버교육으로 전화영어를 제공한다. 3개월 코스인데, 4월부터 시작해 이제 끝물이다. 한 달 전에 선생님이 바뀌었는데 이 분은 주제를 본인이 생각하지 않고 자꾸 나에게 묻는다. '주말에 무엇을 했니, 오늘은 무슨 특별한 일이 있니-'를 물어보는 전화영어 강사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나는 전화를 받기 전에 이리저리 궁리를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이.. 2017. 7. 2.
五感 part.1 - 청각 이 글은 행복하지는 않지만 흐려지는 것이 아쉬운 기억에 대한 나의 인사다. Jeff Bernet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건 잠깐 내 마음에 들어왔던 당신 때문이었다. 당신이 흘리듯 건넨 추천에 나는 오로지 당신과의 교감점을 찾기 위해 그의 노래를 찾아들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음악은 귀에 이상하리만치 전혀 감기지 않았다. 오로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좋아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재생을 하고 또 했지만 글쎄, 결국 당신의 감정과 나의 감정은 어울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잠시 가까워졌다 멀어진 당신에게 내가 Jeff Bernet의 노래를 들어보았다고 이야기 할 기회는 영영 없었다. 몇 달 후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걸어다녔다. 랜덤으로 재생되는 음악들은 그대로 내 뉴욕의 배경이 되었.. 2017. 3. 19.
2017.3.19. 어떤 내용도 없는, 의식의 흐름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조용한 일요일 낮이다. 처음 전주로 내려갔을 때만 해도 주말마다 약속이 흘러 넘쳤지만 지금은 아니다. 친한 지인이라 생각하면서도 약속을 먼저 잡지 않는 성격의 나인데 약속이 붐볐던 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구태여 연락치 않으니 연락이 점점 줄어드는 것일까. 인맥 관리라는 것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마음이 잠깐 들 때도 있다. 조용히 집에 있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어디를 가자며 채근하신다. 주로 등산까지는 아니지만 어쩐지 뒷동산이 연결된 느낌의 코스를 걸어야 하는 곳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편한 등산복을 갖춰 입고는 늘어진 나를 데려가고 싶다는 티를 팍팍 내시지만, 미안해요. 나는 아직 등산이 좋은 나이는 아니예요. 그런 채근 때.. 2017. 3. 19.
2017.3.13. 오늘은 기분이 좀 낫다. 나은 기분도 기록해둬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시작한 참이다. 너무 우울한 기억만 남겨두고 나면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숨도 못쉬고 살았을 내가 너무 불쌍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죽고 싶지도 않아요, 라고 기록해 둔다. 물론, 살고 싶지도 않지만. 이렇게 밋밋한 기분이 있다니.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울고 있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을 찾아서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오로지 돈을 벌러 온 것뿐이라는 걸 제대로 정신차리고 인식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순수해서, 나는 아직 어려서, 그래도 사람들이 잘 해주는데 왜 사람을 좋아해선 안되는지 모르겠는데, 하는 마음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도 생각했다. 잘난척 하지 말고 닥쳤어야지. 웃고 다니는 얼굴이.. 2017. 3. 13.
결심 이직을 해야겠다 꼭 사서가 아니어도 좋다 편안히 살 수 있는 곳이면 뭐해 심장 뛰는 일도 보람있는 일도 없어서 하루하루 내가 죽어가는 곳인데 그런 곳은 그만 찾아야겠다 떠나고 나서 뒤를 돌아봤을 때 후회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 않을 것이다 혹여 하더라도, 그런 결정을 한 지금의 나를 이해할 것이다 이과를 갔더라면 더 편했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문과를 선택한 고등학생의 나를 한없이 이해하는 것처럼 살자 좀 더 살려면 살 수 있는 곳으로 가자 2017.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