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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29. 방탈출 말고 언니탈출 지난주 금요일 저녁, 방탈출을 했다. 처음 방탈출이란 게임을 알게 되고는 더 흥분할 수 없게 흥분했다.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의 엄청난 팬인 난 –새 시즌은 정녕 나오지 않나요- 마치 내가 그 프로의 한 복판에 들어간 양 기뻤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그렇듯 시들해지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어서 요즘의 난 방탈출에 처음만큼 열광하지 않는다. 꽤나 비싼 값도 아마 한 몫 할 테지. 그럼에도 방탈출을 주기적으로 하는 건 만났을 때 방탈출 말고는 길게 할 이야기가 여의치 않은 지인들 덕분이다. 대학 동기 세 명으로 이루어진 이 모임은 본래 5명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우리의 접점은 거의 없다시피 줄어들었다. 자발적으로 빠져나간 동기가 한 명, 자발적이면서 또 비자발적으로 빠져나간 동기가 한.. 2019. 4. 29.
[Book Review]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 사카이 준코 읽으면서 묘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 2014년에 이런 책이 발간됐다면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다. 2019년에 발간되었다면 분명 시대를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법 한데, 2014년에는 수용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2014년의 일본도 이 책을 출간하고 우리나라에서 2016년에 번역도 된 건가. 애매하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중년의 마음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얼마 전 윤용인 작가의 ‘내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을 읽었고 중년 남성의 마음을 아주 살짝 알게 되었다. 이번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싶어 골랐는데 흠, 흠. 중년이 건강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분은 참 좋았다. 서로 좋지 않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서로 위안이 된다. 하지만 정작 더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나.. 2019. 4. 29.
2019.4.25. 나와 싸우기 운동의 목적은 건강한 나를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5월 4일에 사촌 언니의 결혼식이 있다. 사촌으로서 적절한 결혼식 하객 복장을 갖추는 건 기본적인 예의 이지마는 매일 캐주얼로 출근하는 나는 그것이 좀 어렵다. 정갈한 정장이 딱 하나 있는데 그 언니의 오빠가 결혼하던 때 이미 입었다. 다시 입을 순 없겠어서 여러 쇼핑몰을 전전하던 중 몇 년에 한 번 입을 정장을 사기가 영 아까워졌다. 옷장을 억지로 뒤져서 무난한 셔츠 원피스를 찾아냈다. 정장은 아니지만 깔끔한 하늘색 옷이다. 작년 초에 발표 할 때 입으려 사 둔 옷인데 허리에 띠도 있고 멀리서 가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지.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작년의 나는 이 옷을 겨우 입었다는 거였다. 운동을 좀 했다는 올해의 나도 가슴이 꽉 꼈다. 정말 꽈악.. 2019. 4. 25.
2019.04.23. 문득 윤동주를 필사하다가 어쩌다 인터넷에서 참가한 행사에서 무료로 필사 책을 받았다. 국내 여러 시인의 시를 김용택 시인이 엮었다. 신이 나서 하나 둘 따라 쓰고 있다. 첫 시인은 윤동주다. ‘못 자는 밤’을 눈으로 읽은 적은 많지만 손으로 써보기는 처음이다. 하나 둘 숫자를 세는 사이사이 쉼표를 적는다. 쉼표 하나를 그리는 손의 감각으로 하룻밤이 넘어가는 시간을 느낀다. 작가는 점을 몇 개나 찍었을까. 점 하나의 하룻밤과 점 하나의 이틀밤이었으려나. 읽기만 할 때는 참 짧은 시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다. ‘참회록’을 받아 적다가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년 일 개월을... 만 이십 사년...? 네? 스물 넷의 나이로 참회를 하고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이가 되었다니.. 2019. 4. 23.
2019.04.22. 풍성한 주말 나는 변화하지 않는 듯 변화한다. 지난 토요일에 남자친구를 데리고 은유 작가의 강연에 갔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주최하는 나눔산책 행사를 통해서였는데, 부끄러운 액수지만 기부랍시고 하고 있어서 기부자라는 명찰도 달았다. 십일조 헌금을 내는 종교인만은 못하더라도 소득의 1% 정도는 이러구러 내고 산다. 강연은 경복궁 근처의 역사 책방에서 이루어졌다. 꼼꼼하게 필기를 하지 않았으니 구체적인 말을 옮길 수는 없지만 그녀가 책에서 이야기한 것들과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다. 우리는 왜 글을 써야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아름다운 재단이 열심히 찍은 영상을 업로드해준다면 북마크 해두고 오래도록 반복해 들을 것을 다짐하면서-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에 대해, 또 나아가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서 자꾸 생각한다. 나.. 2019. 4. 22.
[Book Review] 맥락을 팔아라 - 원충열, 정지원 제목부터 이미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명확하게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읽은 책. 어디선가 소개를 보고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인데 막상 집어 들고는 무슨 말에 혹해서 읽고 싶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맥락이라는 키워드에 꽂혔을 테지.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이 아닌 ‘맥락’을 판다는 이야기는 이미 츠타야의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열심히 강조한 이야기이다. 라이프스타일을 판다고 표현했던 것도 같은데 그 이후로 무네아키가 쓴 모든 책과 츠타야 관련 서적, 잡지는 모두 챙겨보아서 책 자체에 새로운 내용이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는데, 바로 풍부한 사례가 그것이다. 어찌나 열심히 수집해 뒀는지 고마울 지경이다. 내가 스스로 그 모든 사례를 찾으려 했다면 정말이지 한참.. 2019. 4. 21.
[Book Review] 쓰기의 말들 - 은유 좋은 문장 몇 개를 골라내고, 하나마나한 말을 대충 적어 리뷰를 쓸 바에는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 외치는 글 앞에서 무엇을 더 첨언할 수 있으랴. 은유 작가의 책은 얄팍한 기술을 담은 적당한 글쓰기 조언 서적과는 전혀 다르다. 작가가 직접 깊이 있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통찰한 내용이 너무 잘 보인다. 덕분에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부끄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내 길을 계속 걷긴 해야지. 올해 처음으로 사고싶다 생각한 책이다. 토요일에 들을 그녀의 강연이 정말 많이 기대가 된다. 봄에 새로이 설레는 일이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정말이지 별이 다섯개! 문장의 힘이 무엇일까. 나는 문장 단위로 사고한 덕에 직관이 길러졌다. 내가 그랬듯이 다른 이들도 한 줄 ‘문장’에 즉.. 2019. 4. 15.
마루야마 겐지가 좋아서 처음 읽은 마루야마 겐지의 책은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였다. 그때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고 그냥 제목만 보고 읽었다. 어휴, 정말 엿을 막 날리더라고! 나에게는 좀 버거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독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이후 마루야마 겐지가 꽤나 인기 있는 작가이고 곧은 심지를 가진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고서 저 엿이나 먹으라는 책도 이해가 되고 관심이 좀 생겼다. 그래서 작년 9월에 그의 정원 생활을 담은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는 책을 읽었지. 너무 좋아! ‘사피엔스의 마음’을 읽은 후 역시나 독야청청, 차가운 얼음판이 쩍 갈라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그의 이야기에 마음이 감응했다. 그래서 또 눈여겨 봐두었던 그의 에세이 『취미 .. 2019. 4. 10.
[Book Review]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는 대단하다. 평범하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하는데 그 힘이 몹시 세다. 그녀의 신간이 나오거나 미처 읽지 못했던 예전 작품을 찾아내면 허겁지겁 읽게 된다. 늘 그렇듯 읽고 나면 마음에 여유와 편안이 생긴다. 오늘은 기분이 영 좋지 않다. 비가 오기 직전의 어둑한 날씨 탓일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몸 탓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이유는 명확히 알고 있다. 점심시간에 누구에게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혼자서는 언짢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인해 생각이 이리저리 튄다.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조심할 것, 내 욕심을 차릴 것, 모두 멀리할 것을 다짐하는 메모를 썼다. 숨이 막혀서 구원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마스다 미리를 찾았다. 제목부터 따뜻하다.. 2019. 4. 9.
[Book Review] 글쓰기의 최전선 - 은유 유유출판사에서 출판된 은유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는 몇 달이 되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막상 직접 책을 집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번 ‘은유’라는 이름을 알고 나니 여기저기서 들리더라고. 글쓰기 관련해서 많이 나오시는데, 들어야겠는데, 읽어야겠는데... 하던 차에 아름다운재단에서 문자가 왔다.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은유 작가의 강연이 있다나(신청정보를 찾아보니 꼭 기부자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주 소액이지만 기부하고 있다는 기쁨도 누릴 겸, 관심 가던 작가의 강연도 들어볼 겸 바로 강연 참석 신청을 했다. 그러니 어쩌겠니. 급하게 읽어야 하는 게 아니겠니! 강연 전에 최소한 2~3권은 읽고 싶어서 되는 대로 먼저 한 권 골라 들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글쓰기의 .. 2019. 4. 8.
[Movie + Book Review]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 시모어(세이모어) 번스타인, 앤드류 하비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계속 읽기 위해 빌렸던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은 내게 또 다른 인생의 현자를 소개해 주었다. 책을 읽다 보면 발견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위해서 그 긴 시간 이런저런 책들을 읽는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통해 수도를 하고 있는 아흔 살의 세이모어(시모어보다 세이모어가 어쩐지 더 마음에 든다^-^) 번스타인을 알게 된 것은 내게 소소하지만 큰 축복이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읽으려고 펼치니 이 사람에 대해서 에단 호크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고, 이 책은 그에 대한 후속 인터뷰라고 적혀 있어 급하게 영화를 찾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책까지 읽고 나면 세이모어의 인생과 피아노에 대한 자세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와 책을 섞어서 글을 남겨봐야지. 무대 위의 연주가 편해진 .. 2019. 4. 2.
[Book Review] 박완서의 말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얼마 전 처음으로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읽었다. 『헤밍웨이의 말』이었는데, 원래도 인터뷰를 좋아하는 내게 참으로 기분 좋은 책이었다. 인터뷰는 말 자체가 재구성되지 않고(물론 인터뷰어가 정돈을 하였지만) 작가의 입에서 그대로 나온 말이라는 점, 말하던 당시 일관된 분위기와 톤을 통해 그 작가에 대해 더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글이다. 두 번째로 집어 든 말 시리즈는 『박완서의 말』이다. 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맞나..?)’라는 예능에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유명해졌을 때 나는 초등학고 6학년이었다. 열심히 읽었지만 6학년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어려웠던 터라 전쟁통의 장면만 조금 기억할 뿐 내용을 아예 모른다. 이후 고.. 2019.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