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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9. 일상에 안착하기 1. 피곤함이 쌓이는 요즘. 견디다가 안심했다가 허둥지둥했다가 의미 없는 눈치를 본다. 삶의 주도권을 잡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시간을 허겁지겁 따라가는 기분이다.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을 간신히 쳐내고 나면 남은 체력이 없어 쉴 생각만 난다. 잠이 쏟아지고 일어나는 게 괴롭다. 매일 모르는 일과 맞닥뜨린다. 어떻게 해야 무리 없이 일이 진행될 지 고민한다. 최선을 다해서 진행하지만 자꾸 구멍이 난다. 어디까지가 나의 범위인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잘하고 싶은데 역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눈치를 보는 요즘, 빨리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데. 언제쯤 멋진 사회인이 될까. 2. 뮤지컬 ‘호프’를 보았다. 미발표 원고에 대한 소송 이야기라니 책을 좋아하는 내게 맞춤한 주제였다. 대학로에 2층 짜리 공.. 2023. 6. 9.
2023.5.26. 나의 장점, 단점, 환경, 결핍 파도가 밀려오면 덜 흔들리겠다고 생각한 지 몇 년이 지났다. 파도를 겪고 보니 덜 흔들리는 게 아니라 뿌리를 깊게 내려서 아예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더라고. 단단한 사람이 되도록 오늘도 노력한다. 그리하여 나를 잠깐 되돌아보는 날. 장점 꾸준하다.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대체로 지속하는 편. 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게 적성에 맞아서 더욱 그러한데, 제대로 삶에 끼워 넣은 과정은 오래도록 유지한다. 블로그가 그렇고, 매월 자산 검사가 그렇고, 일주일에 3~4번은 다니는 저녁 운동이 그렇다. 정리를 잘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다. 자격증을 따서 봉사활동을 나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적성에 맞는다. 방 정리는 물론 집안 정리도 많이 해냈다. 회사 책상도 늘 깔끔하게 유지한다. 가끔 동료가 감탄한.. 2023. 5. 26.
2023.5.18. 잘 적응하고 있어요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려니 지출의 개념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써야 하는 지출인 교통비와 점심값이 늘었다.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주 빽빽하지는 않은 지하철에서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도 좋고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번화가에 매일 나가니 새로운 곳을 구경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녁이나 주말에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는 집착도 줄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교통비는 최대 7만 원 중반이 나오겠지만 10% 카드할인이 되니 6만 원대로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용돈에 그렇게 책정해 두었으니 큰 무리는 없지. (다만 하반기에 요금 인상이 있다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도 20분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여러모로 새로운 상황이 부담스럽지 않아 신경 쓰지 않는다... 2023. 5. 18.
2023.5.14. 두 번째 부서라는 장(章)을 마무리하며 끝마무리가 예쁘진 않았지만 한때는 정말이지 사랑했던 부서에서의 생활이 끝났다. 2년 4개월 있었네. 그곳에서의 시간을 정리해 본다. 기록하지 않으면 마지막만 기억하게 될 것 같아서. 1. 자료실에서 매일 이용자를 만났고, 내가 이용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 자료실 근무였다. 많은 책이 이용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서가에서 보물 찾기처럼 옛 서적을 찾아내는 일도, 낡고 떨어진 책을 간단하게 수선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민원이 들어오면 -물론 민원이 좋진 않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내 모습도 좋았다. 양해 구하기. 예쁘게 말하기. 이용자 전화만 오면 벌벌 떨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악성 민원인의 전화도 그러려니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를 도운다는 사실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 2023. 5. 14.
2023.5.13. 시간은 가고 나는 산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쓰며 기억은 금방 휘발되고 기록한 대로 믿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어떤 일을 겪었건 간에 내가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이야기. 이 점을 기억하며 이번 소동과 발령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부분을 추려본다. 첫 회사에서의 나는 부당함에 맞서지 못하고 함께 웃었다. 사람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대신 나를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웃음 때문에 오래 아팠다.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 나를 지키려면 어떻게든 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싸워야한다는 마음으로 무장한 나는 이번 회사에서 정말 싸움을 했다. 상대의 싸움 방식을 잘 알았기에 지지 않고 응했다. 그 순간의 나는 꽤 잘 싸웠다. 모든 기력을 다 써버렸지. 그게 문제였다. 잘 싸.. 2023. 5. 13.
2023.4.19. 대접과 절약 그사이 어디쯤 미용실은 일 년에 한 번만 간다. 돈을 모으자고 결심한 몇 년 전 정한 원칙이고, 근 5년은 그 원칙을 잘 지켰다.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나면 몇 달 후 필연적으로 거지존을 지나게 된다. 엉망인 머리를 여름 핑계로 묶어가며 버텨냈다. 적당히 길어지면 풀고 다녔고, 긴 머리가 무거워 못 견딜 때쯤이면 미용실에 갈 시기가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거지존의 시절이 왔다. 사실 머리가 애매한 길이인 것쯤 참을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싫어하는 것은 정수리에 잡초처럼 짧은 머리카락들, 그리고 새로 자라나서는 자기 멋대로 뻗쳐버리는 앞머리의 잔머리들이다. 머리를 묶을 시기가 도래했나 생각하다가 나를 이렇게 방치하고 싶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미용실을 두 번 가면 되는데, 언제까지고 미련하게 참아야 할.. 2023. 4. 19.
[Book Review] 차이에서 배워라 - 해나 개즈비 스탠딩 코미디를 즐겨보는 한국인이 많을까? 한 명의 코미디언이 나와 한 시간 넘게 재담을 늘어놓으면, 정해진 듯한 시점에 관객 모두가 아하하 웃는다. 그게 재미있나? 왜 그걸 듣고 있지? 의구심을 갖고 보기 시작한 해나 개즈비의 ‘나네트’(한국 제목 ‘나의 이야기’)는 코미디를 섞어놓은 강연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오, 이래서 보나? 그냥 강연은 재미가 없으니 웃음을 섞여내는 건가 싶었다. 얕은 깨달음은 해나의 두 번째 넷플릭스 스탠딩 코미디 ‘나의 더글라스’를 보고 산산이 부서졌다. 나네트를 보고 ‘강연이냐?’며 비꼬는 남성의 “의견”이 많았다는거야. 스탠딩 코미디가 진심으로 재미를 위해 관람하는 장르라면, 나네트가 서구 사회에 던진 충격은 상당히 컸겠구나 싶었다. 예상치 못한 맞는 말을 듣고 머리가.. 2023. 4. 13.
2023.4.7. 좋은 건 많이많이 어제 찐적꾼적한 일기를 쓰며 좋은 이야기만 남기고 싶다고 했으니 좋은 날에는 바로 기록을 남긴다. 나중에 또 행복할 수 있게. 행복은 많이많이. 1. 남자친구의 이직이 확정되었다. 좋아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된 너를 보니 마음에 뿌듯함의 물결이 흘러넘친다. 네가 마음고생을 더 하지 않아도 되어서 진심으로 좋아. 내게도 내색을 못하고 참던 너에게 나는 대단한 위로가 되지 못했다. 힘들 때 편이 되어줘야 하는데, 알면서도 흔들리기만 하는 종지만한 그릇의 나. 미안해. 축하해. 행복하자. 2. 새벽에 성과급이 나왔다. 사기업에 비하면 쥐콩만하겠지만 내게는 상당한 액수였다. 매달 정리하는 자산 기록장을 살펴보며 올해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가, 저축액의 앞자리를 바꾸는 목표를 세워야겠다 싶었다. 내 자산이 생각보다.. 2023. 4. 7.
2023.4.6. 지나면 이 또한 아무 것도 아니다 요즘 일상을 기록하는 일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이유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남자친구의 이직이 확정되지 않아 늘 마음 한편이 걱정으로 잠겨있는 가운데 밝은 일상을 써 내려가는 게 어쩐지 거짓 같기 때문이고(그렇다고 불안을 드러내기엔 매주 어두운 일기를 써야 하고) - 하지만 이 마음을 이렇게나 드러내는 건 희망이 꽤나 있다는 뜻인데 이렇게 설레발치다 망칠까 싶어 또 걱정이고-, 둘째로는 수기로 독서기록장을 쓰기 시작하면서 쓰고 싶은 단상이 자꾸 그곳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뮤지컬을 보았고 행복했어요, 영감을 주는 책을 읽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런 책을 읽네요, 따위의 이야기 전부. 마지막으로 가장 큰세 번째 이유는 발에 통증이 와서 달리기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리해.. 2023. 4. 6.
2023.3.24.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2주일이나 일기를 쓰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 30분이라는 시간제한을 걸고 급박하게 기록을 늘어놓겠다. 좋은 일만 쓰고 싶어서 기분이 꿀꿀한 주를 넘어갔더니(3월 14일은 회사의 행사 개최 날이었고, 나는 기분이 아주 썩었고, 분노와 짜증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자꾸 지나치게 되네. 정신을 뽀짝 차려본다. 1. 지지난주 목요일에 2.2km의 달리기와 쿵쾅거리는 점프를 한 뒤 내 무릎은 망가졌다. 오만하게 일주일쯤 쉬면 나을 줄 알고 지난주의 운동은 태만한 태도로 흘려보냈는데, (PT 선생님 말씀대로) 일주일로는 택도 없었다. 무릎이 아팠다가 발이 아팠다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혼자서 돼지파티도 성대히 개최하였더니 몸이 무거워지려 해서 발이고 무릎이고 상관없이 운동을 하려 했다. 운동을 말.. 2023. 3. 24.
2023.3.7. 소소하게 잘 지내게 1.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시간이 맞아서 선택한 서치2는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재미있었다. 서치1도 흥미롭게 봤긴 했지(당시만 해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화면 구성이 몹시 새로웠다). 영화관 매점은 시끄럽고 팝콘이 휘날리고 음료가 쏟아지는 아수라장이었다. 오랫동안 방치해 뒀던 팝콘과 커피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뭐, 스무 살의 나도 그만큼 서툴었으니 이해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까탈스러운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다. 대단한 걸 원하면 대단한 값을 내야 하는 거고. 삼각지 카카오봄에 가서 65%짜리 코인초콜릿을 샀다. 입맛을 떨쳐내 줄 다크초코가 필요한데 또 너무 써서 침을 삼키기도 힘든 맛은 원치 않았다. 모험으로 사봤는데 딱 내가 찾던 맛이었다. 악마초콜릿 젤라또.. 2023. 3. 7.
2023.3.2. 일단 가다보면 어디든 도착하겠지 2주 연속으로 달리기 이야기를 하게 되네. 누가 보면 대단한 러너인 줄 알겠다! 연초의 버프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은 꽤나 운동을 잘 나가고 있다. 살을 빼겠다는 목표에서 근육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넘어간 뒤, 이제는 달리기를 잘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문자 그대로) 달리고 있다. 코로나 직전부터 5km를 뛰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무려 2020년부터 나는 달리기가 하고 싶었네. 이러쿵저러쿵 미루다가 런데이를 시작한 게 작년 10월, 이제 2km 정도는 느리게나마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짧을 2km지만 1km를 달리는 체력장이 한없이 길었던 내게는 아주 뿌듯한 수준이다. 유튜브에서 초보자를 위한 달리기 영상을 보고 런데이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무작정 뛰었다. 처음에는 종아리가 심하게 뻣뻣.. 2023.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