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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163

[Exhibition Review] 데이비드 호크니展 -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다녀왔다. 그의 작품도 내 기분도 좋은 관람이었다. 방금 누군가 뛰어든 양 수영장에 물보라가 이는 그림을 보고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전시는 꼭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납작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 그림은 내게 호퍼나 키미앤일이의 그림을 떠올리게 했다. 듣자하니 인기가 아주 많은 전시여서 사람이 초만원이란다. 흠, 주말에는 못 가겠군. 듣똑라에서 호크니 관련 방송을 해주었기에 조금 들었다. 전부 다 알고 가는 건 재미가 없고 아예 모르면 관심이 없다. 적당한 기대감과 적당한 지식을 가지고 서울시립미술관에 갔다. 연차를 낸 평일의 서울은 정말이지 한산했다. 전시관 안은 한산하지가 않아서 평일 낮에 서울에서 시간이 자유로운 이가 이렇게 많은가 하.. 2019. 5. 8.
[Book Review]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 사카이 준코 읽으면서 묘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 2014년에 이런 책이 발간됐다면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다. 2019년에 발간되었다면 분명 시대를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법 한데, 2014년에는 수용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2014년의 일본도 이 책을 출간하고 우리나라에서 2016년에 번역도 된 건가. 애매하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중년의 마음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얼마 전 윤용인 작가의 ‘내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을 읽었고 중년 남성의 마음을 아주 살짝 알게 되었다. 이번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싶어 골랐는데 흠, 흠. 중년이 건강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분은 참 좋았다. 서로 좋지 않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서로 위안이 된다. 하지만 정작 더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나.. 2019. 4. 29.
[Book Review] 맥락을 팔아라 - 원충열, 정지원 제목부터 이미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명확하게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읽은 책. 어디선가 소개를 보고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인데 막상 집어 들고는 무슨 말에 혹해서 읽고 싶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맥락이라는 키워드에 꽂혔을 테지.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이 아닌 ‘맥락’을 판다는 이야기는 이미 츠타야의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열심히 강조한 이야기이다. 라이프스타일을 판다고 표현했던 것도 같은데 그 이후로 무네아키가 쓴 모든 책과 츠타야 관련 서적, 잡지는 모두 챙겨보아서 책 자체에 새로운 내용이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는데, 바로 풍부한 사례가 그것이다. 어찌나 열심히 수집해 뒀는지 고마울 지경이다. 내가 스스로 그 모든 사례를 찾으려 했다면 정말이지 한참.. 2019. 4. 21.
[Book Review] 쓰기의 말들 - 은유 좋은 문장 몇 개를 골라내고, 하나마나한 말을 대충 적어 리뷰를 쓸 바에는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 외치는 글 앞에서 무엇을 더 첨언할 수 있으랴. 은유 작가의 책은 얄팍한 기술을 담은 적당한 글쓰기 조언 서적과는 전혀 다르다. 작가가 직접 깊이 있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통찰한 내용이 너무 잘 보인다. 덕분에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부끄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내 길을 계속 걷긴 해야지. 올해 처음으로 사고싶다 생각한 책이다. 토요일에 들을 그녀의 강연이 정말 많이 기대가 된다. 봄에 새로이 설레는 일이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정말이지 별이 다섯개! 문장의 힘이 무엇일까. 나는 문장 단위로 사고한 덕에 직관이 길러졌다. 내가 그랬듯이 다른 이들도 한 줄 ‘문장’에 즉.. 2019. 4. 15.
마루야마 겐지가 좋아서 처음 읽은 마루야마 겐지의 책은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였다. 그때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고 그냥 제목만 보고 읽었다. 어휴, 정말 엿을 막 날리더라고! 나에게는 좀 버거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독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이후 마루야마 겐지가 꽤나 인기 있는 작가이고 곧은 심지를 가진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고서 저 엿이나 먹으라는 책도 이해가 되고 관심이 좀 생겼다. 그래서 작년 9월에 그의 정원 생활을 담은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는 책을 읽었지. 너무 좋아! ‘사피엔스의 마음’을 읽은 후 역시나 독야청청, 차가운 얼음판이 쩍 갈라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그의 이야기에 마음이 감응했다. 그래서 또 눈여겨 봐두었던 그의 에세이 『취미 .. 2019. 4. 10.
[Book Review]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는 대단하다. 평범하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하는데 그 힘이 몹시 세다. 그녀의 신간이 나오거나 미처 읽지 못했던 예전 작품을 찾아내면 허겁지겁 읽게 된다. 늘 그렇듯 읽고 나면 마음에 여유와 편안이 생긴다. 오늘은 기분이 영 좋지 않다. 비가 오기 직전의 어둑한 날씨 탓일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몸 탓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이유는 명확히 알고 있다. 점심시간에 누구에게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혼자서는 언짢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인해 생각이 이리저리 튄다.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조심할 것, 내 욕심을 차릴 것, 모두 멀리할 것을 다짐하는 메모를 썼다. 숨이 막혀서 구원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마스다 미리를 찾았다. 제목부터 따뜻하다.. 2019. 4. 9.
[Book Review] 글쓰기의 최전선 - 은유 유유출판사에서 출판된 은유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는 몇 달이 되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막상 직접 책을 집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번 ‘은유’라는 이름을 알고 나니 여기저기서 들리더라고. 글쓰기 관련해서 많이 나오시는데, 들어야겠는데, 읽어야겠는데... 하던 차에 아름다운재단에서 문자가 왔다.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은유 작가의 강연이 있다나(신청정보를 찾아보니 꼭 기부자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주 소액이지만 기부하고 있다는 기쁨도 누릴 겸, 관심 가던 작가의 강연도 들어볼 겸 바로 강연 참석 신청을 했다. 그러니 어쩌겠니. 급하게 읽어야 하는 게 아니겠니! 강연 전에 최소한 2~3권은 읽고 싶어서 되는 대로 먼저 한 권 골라 들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글쓰기의 .. 2019. 4. 8.
[Movie + Book Review]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 시모어(세이모어) 번스타인, 앤드류 하비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계속 읽기 위해 빌렸던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은 내게 또 다른 인생의 현자를 소개해 주었다. 책을 읽다 보면 발견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위해서 그 긴 시간 이런저런 책들을 읽는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통해 수도를 하고 있는 아흔 살의 세이모어(시모어보다 세이모어가 어쩐지 더 마음에 든다^-^) 번스타인을 알게 된 것은 내게 소소하지만 큰 축복이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읽으려고 펼치니 이 사람에 대해서 에단 호크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고, 이 책은 그에 대한 후속 인터뷰라고 적혀 있어 급하게 영화를 찾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책까지 읽고 나면 세이모어의 인생과 피아노에 대한 자세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와 책을 섞어서 글을 남겨봐야지. 무대 위의 연주가 편해진 .. 2019. 4. 2.
[Book Review] 박완서의 말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얼마 전 처음으로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읽었다. 『헤밍웨이의 말』이었는데, 원래도 인터뷰를 좋아하는 내게 참으로 기분 좋은 책이었다. 인터뷰는 말 자체가 재구성되지 않고(물론 인터뷰어가 정돈을 하였지만) 작가의 입에서 그대로 나온 말이라는 점, 말하던 당시 일관된 분위기와 톤을 통해 그 작가에 대해 더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글이다. 두 번째로 집어 든 말 시리즈는 『박완서의 말』이다. 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맞나..?)’라는 예능에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유명해졌을 때 나는 초등학고 6학년이었다. 열심히 읽었지만 6학년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어려웠던 터라 전쟁통의 장면만 조금 기억할 뿐 내용을 아예 모른다. 이후 고.. 2019. 3. 29.
[Book Review] 사피엔스의 마음 - 안희경 마음이란 무엇일까? 삶이란 무엇이고 이 모든 구성을 작동시키는 원리는 어디서 올까? 살면서 마음을 다잡아야지, 다스려야지 하는 생각을 거른 날이 거의 없다. 가수 아이유가 이효리와 나온 예능에서 자신이 평정심에 집착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눈이 번적 뜨였다. 아이유는 그런 태도가 많은 걸 느끼는데 방해가 된다고 느끼는 듯 보였지만 난 평정심을 항상 갈구하는 Up&Down 파여서 그녀가 자못 부럽기도 했다. 그런 차에 올 1월, 처음으로 집안에 상을 당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까지 나에게 죽음은 남의 나라 이야기어서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그냥 장례식장은 기피하고 막연히 죽음을 두려워만 할 뿐이었다. 할아버지께서 몇 달간 겪은 일과 마지막 입관, 화장까지 지켜보.. 2019. 3. 28.
[Book Review]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제현주 제현주 작가가 좋다고 그렇게 써 뒀으니, 쓰신 책을 또 읽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니겠어요? 어떻게 일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젊은이로써 흥미가 동하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2019년에 신판이 나왔다(음, 난 구판의 표지가 더 예ㅃ....읍읍 요즘은 사진보단 그런 느낌이 더 유행인가보지 뭐). 이런 책을 썼던 분이니 '일하는 마음'까지 집필 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었다. 고수 중에서도 고수라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기 위해 정말이지 노력했다. 아직 완성형이 되지는 못했지만(완성형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이 길을 정말 걸어가야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던 시절, 어디선가 말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건 100% 매일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가 .. 2019. 3. 27.
[Movie Review] 플로리다 프로젝트 - 션 베이커 감독 잔잔한 일요일 오후를 함께 보내려 튼 영화였다. 포스터 색감도 예쁘고 무지개도 있고 애들도 뛰놀고 있었다. 발랄하겠거니 하고 틀었는데 글쎄, 처음부터 나오는 장면이 아이들이 차에다가 침이나 뱉어대는 거였다. 죄의식도 없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더니 그 엄마라는 사람은 그럴수도 있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이 불량하고 불쾌한 장면은 대체 뭐야. 주인공인듯한 여자애는 어쩐지 어린 일찐같아 보이기도 했다. 침 닦는걸 누가 좀 도와주면 참 좋을텐데. 좋니!? 바로 꺼버리고 싶은 심정을 누르고 계속 화면을 바라본건 이 영화를 내게 추천해준 이의 안목을 믿기 때문이었다. 괜찮다잖아. 무니라는 여자아이와 두 남자아이, 새로 나오는 다른 친구까지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모텔에 산다. 모텔장기투숙객이라면 응당 떠오르는.. 2019.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