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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총결산 시리즈] 2019 올해의 OOO을 써보자! 샤워를 하다 문득 올해도 ‘올해의 OOO’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건 당연히 쓰고 싶은 뭔가가 있어서겠지? 작년의 OOO이 핫탑 때문에 시작되었다면(지금도 몹시 매우 잘 쓰고 있다! 역시 잘 샀어!) 올해도 또 써야 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생겼다. 지금부터 쓰기 시작해서 차곡차곡 쌓아갈 테다. 어쩐지 이렇게 한 10년 쌓이다보면 나의 취향이 정교해질 것 같은 느낌! 윤광준의 책을 읽었더니 정교한 취향이 더욱더 탐난다. 1. 올해의 잘 산 물건 - 워터픽! 어떤 버전을 살까 고민하다가 가정용, 물통에는 뚜껑이 없는 버전으로 샀다. 잇몸이 좋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 좋을 것 같아 엄마한테 살짝 설명했더니 바로 사자고 해서 고민도 많이 안하고 구입한 제품. 실제 친구의 온가족 이용 후기도.. 2019. 8. 2.
2019.7.30. 이제 거기 없는 당신에게 최근 몸이 너무 좋지 않았다. 목감기가 세게 들었는데 하필 이용자 교육과 사회를 보는 행사가 겹친 주간이었다. 어떻게든 목소리는 나오게 하고 싶어서 이 삼복더위에 약이며 뜨거운 물, 목도리, 마스크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썼다. 그 덕인지 어쩐지 여차저차 일들은 잘 마무리했는데, 여전히 몸은 엉망이었다. 아침마다 눈뜨면 물설사를 했다(갑작스런 ㄸ밍아웃). 배가 아파서 새벽에 깨는 기분은 정말이지 별로더라. 그래도 해야 할 것들은 해야 하니까. 주말도 스케줄이 빡빡했다. 토요일은 데이트, 일요일은 할머니 49재 날이었다. 데이트는 남자친구에게 취했는지 어쨌는지 아픈지도 모르고 잘 지나갔다. 사랑은 좋은 것이야. 영화도 잘 보고 집에 오니 그제서야 피곤이 몰려왔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너무 아픈데. 몸에.. 2019. 7. 30.
2019.7.17. 송곳 어젯밤, 일기장을 들척이다가 마음을 송곳에 찔렸다. 너무 아팠다. 2017년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찾아볼 일이 있어 일기장을 꺼냈다. 여행 일기는 읽기만 해도 그 시간이 퐁퐁 떠올랐다. 여행지에서의 평온함, 신남, 짜증까지도 그대로 묻어나왔는데 전부 다 되새기니 좋았다. 앞으로도 꼼꼼히 기록하리라. 그러다 부산에 다녀온 일기를 발견했다. 여행 직후의 일이었다. 명절마다 할머니 집에 꼭 가는 집의 분위기를 뒤로하고 긴 추석 기간을 이용해 오카야마에 다녀왔었다. 부모님은 추석날 전화를 하라며 보내주셨는데, 멀리 계신 할머니께는 그저 통보만 했다. 이번엔 못 가요 할머니. 추석 지나고 주말에 한 번 갈게. 여행 일기 속에는 짜증이 불뚝 난 내가 있었다. 아니 말이야. 추석날에 한번만 전화하면 되는 거지 .. 2019. 7. 17.
2019.7.4. 할머니가 다녀가셨다 할머니가 이틀 연속 꿈에 나왔다.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할머니는 내가 주로 기억하는 70대의 모습이셨다. 할머니가 항상 그만큼은 정정하시기를 바랐나보다. 그제는 할머니와 내가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눈을 보는 게 어쩐지 무섭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의식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혹시나 할머니의 눈이 공허할까봐 그랬을까. 할머니의 코와 그 아랫부분만이 기억날 뿐이다. 꿈을 꾸면서 한 생각인지 깨어나서 한 생각인지 분명치 않지만 할머니에게 미안했다. 그때도 할머니는 내게 다정했던 것 같다. 어제의 할머니는 나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었다. 할머니가 등장하기 전 집에 외부인이 침입을 했는지 들어와서 다 휘젓고 나갔는지 싶은 사건이 생겼다. 뭔가 많이 위험하진 않지만 집안이 어질러졌다. 그 .. 2019. 7. 4.
1주년이야 1주년! 5월 12일은 남자친구와의 1주년이었다. 끝을 생각하고 사귐을 시작하지는 않지만 얼마나 이어질 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으니, 귀여우니 한 번 손 잡아볼까 했던 마음이 1년을 훌쩍 넘어갈 줄은 미처 몰랐다. 벌써 1년이 되었나 싶기도 하고. 네가 1년 전 손을 내밀었던 합정역에서 그때처럼 내가 탈 지하철을 기다리니 웃음이 났다. 너는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네가 한 아름 안겨준 꽃을 바라보며 너를 바라보니 절로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이렇게 예쁜 걸 줘서 고마워. 앞으로 1년도 잘 부탁해, 하는 말에 너는 1년만? 하며 되묻는다. 자기는 20년을 부탁한다고, 내가 20년은 좀 짧다니까 금방 50년으로 바꾸는 너를 나는 많이 사랑한다.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1주년이지만 평범한 데이트를 했.. 2019. 5. 13.
2019.5.9. 프롤로그 어버이날이지만 할머니께 전화드리는 걸 잊었다.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저녁에 엄마가 말했다. 낮에 할머니가 네 전화 받았다고 좋아하시더라. 뭐라고? 나 전화한 적 없는데. 할머니가 받았다고 하시던데. 며칠 전에 서울 도착했다고 했던 전화랑 착각하셨나 보다. 요즘 할머니가 날짜 감각이 별로 없으셔서 그래. 할머니는 어느 동네의 부잣집 큰딸로 태어났다. 먹고 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고, 집에는 늘 일하러 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고고하게 앉아있으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는데 살림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일을 부러 만들어했다. 사람이 공주처럼 커야 공주처럼 사는 건데, 공주처럼 클 수 있는데도 그렇게 안 해서 온갖 고생을 했어. 동리에서 제법 소문이 날 만큼 길쌈과 요리 실력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할머.. 2019. 5. 9.
[Exhibition Review] 데이비드 호크니展 -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다녀왔다. 그의 작품도 내 기분도 좋은 관람이었다. 방금 누군가 뛰어든 양 수영장에 물보라가 이는 그림을 보고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전시는 꼭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납작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 그림은 내게 호퍼나 키미앤일이의 그림을 떠올리게 했다. 듣자하니 인기가 아주 많은 전시여서 사람이 초만원이란다. 흠, 주말에는 못 가겠군. 듣똑라에서 호크니 관련 방송을 해주었기에 조금 들었다. 전부 다 알고 가는 건 재미가 없고 아예 모르면 관심이 없다. 적당한 기대감과 적당한 지식을 가지고 서울시립미술관에 갔다. 연차를 낸 평일의 서울은 정말이지 한산했다. 전시관 안은 한산하지가 않아서 평일 낮에 서울에서 시간이 자유로운 이가 이렇게 많은가 하.. 2019. 5. 8.
아빠의 어머니와 엄마의 시어머니와 나의 할머니에 대하여, 시작.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씁쓸한 기분을 누르게 된 지도 2년은 되었다. 부산은 내게 지루하고 답답한 할머니의 집이다. 나는 할머니를 뵈러 가는 용건 외에는 부산에 놀러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끝이 보이지 않았던 부산 방문이 아무래도 조만간 끝이 나리란 예감이 자꾸 든다. 할머니에게서 처음 치매가 시작되던 때의 외할머니 모습을 발견한다. 외할머니와 제대로 된 마지막 대화는 내가 준비하지 못했을 때 찾아왔다. 정신이 길을 잃어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시던 외할머니와 단 둘이 풍경을 구경하던 때였다. 그저 응응, 하며 아무 말에나 대답하고 있는데 갑자기 외할머니가 나에게 늘 묻던 질문을 했다. “이렇게 잘 커서 사돈어른이 보시고 좋아하시지?” 외할머니의 손주 중 사돈어른의 손에 큰 아기는 나뿐이.. 2019. 5. 8.
2019.5.3. 운동, 운동, 운동! 이번 5일동안 몸무게가 2kg 넘게 빠졌다. 일주일 안에 5kg를 빼야 해서 얼음만 먹었다는 모 아이돌의 대단한 일화도 있지만 내게는 2kg도 버거운 무게였다. 얼마만큼의 몸무게를 빼야지 해서 시작한 다이어트는 아니었다. 얼마 전 쓴 글도 있지만 사촌언니의 결혼식이 성큼 다가왔다(당장 내일이다). 나는 사촌으로서 옷을 잘 갖춰 입어야 하고, 잘 갖췄다고 말할만한 옷을 한 개 정도 간신히 찾았고, 그래서 그걸 입고 싶은데 내 몸이 너무 컸다. 몸무게는 상관없어. 어떻게든 몸 두께를 줄여 옷에 몸을 맞춰야 했다.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밥을 덜어 먹었다. 저녁에는 닭가슴살이나 토마토, 삶은 계란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운동을 했다. 간식으로 먹던 모든 과자를 끊었다. 3월에 운동을 두 가지 병행하게 된 이후.. 2019. 5. 3.
2019.4.29. 방탈출 말고 언니탈출 지난주 금요일 저녁, 방탈출을 했다. 처음 방탈출이란 게임을 알게 되고는 더 흥분할 수 없게 흥분했다.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의 엄청난 팬인 난 –새 시즌은 정녕 나오지 않나요- 마치 내가 그 프로의 한 복판에 들어간 양 기뻤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그렇듯 시들해지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어서 요즘의 난 방탈출에 처음만큼 열광하지 않는다. 꽤나 비싼 값도 아마 한 몫 할 테지. 그럼에도 방탈출을 주기적으로 하는 건 만났을 때 방탈출 말고는 길게 할 이야기가 여의치 않은 지인들 덕분이다. 대학 동기 세 명으로 이루어진 이 모임은 본래 5명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우리의 접점은 거의 없다시피 줄어들었다. 자발적으로 빠져나간 동기가 한 명, 자발적이면서 또 비자발적으로 빠져나간 동기가 한.. 2019. 4. 29.
[Book Review]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 사카이 준코 읽으면서 묘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 2014년에 이런 책이 발간됐다면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다. 2019년에 발간되었다면 분명 시대를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법 한데, 2014년에는 수용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2014년의 일본도 이 책을 출간하고 우리나라에서 2016년에 번역도 된 건가. 애매하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중년의 마음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얼마 전 윤용인 작가의 ‘내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을 읽었고 중년 남성의 마음을 아주 살짝 알게 되었다. 이번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싶어 골랐는데 흠, 흠. 중년이 건강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분은 참 좋았다. 서로 좋지 않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서로 위안이 된다. 하지만 정작 더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나.. 2019. 4. 29.
2019.4.25. 나와 싸우기 운동의 목적은 건강한 나를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5월 4일에 사촌 언니의 결혼식이 있다. 사촌으로서 적절한 결혼식 하객 복장을 갖추는 건 기본적인 예의 이지마는 매일 캐주얼로 출근하는 나는 그것이 좀 어렵다. 정갈한 정장이 딱 하나 있는데 그 언니의 오빠가 결혼하던 때 이미 입었다. 다시 입을 순 없겠어서 여러 쇼핑몰을 전전하던 중 몇 년에 한 번 입을 정장을 사기가 영 아까워졌다. 옷장을 억지로 뒤져서 무난한 셔츠 원피스를 찾아냈다. 정장은 아니지만 깔끔한 하늘색 옷이다. 작년 초에 발표 할 때 입으려 사 둔 옷인데 허리에 띠도 있고 멀리서 가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지.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작년의 나는 이 옷을 겨우 입었다는 거였다. 운동을 좀 했다는 올해의 나도 가슴이 꽉 꼈다. 정말 꽈악.. 2019.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