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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서른] 20. '인생의 깨달음'을 주제로 강연해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제 삶을 아는 사람이 너는 인생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한다면 세상에 벼락같은 행복은 없다고 하고 싶어요. 세상이 깜짝 놀랄 행운을 얻거나 주목을 받은 게 꼭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요. 몇 년째 제 책상 앞에 붙어 있는 글귀가 있는데요, '신은 천둥 번개처럼 오지 않는다. 신은 빗방울같은 모습으로 온다.'는 말이에요. 특별히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나의 구원은 매일의 내가 빗방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힘듦을 헤쳐나가는 구원일 수도, 더 행복할 수 있게 되는 구원일 수도 있겠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와도 닿아 있는 깨달음이려나요. 벼락같은 행복을 믿지 않게 된 건 마지막 결승점이라 생각했던 곳이 알고보니 시작점이었던 경험을 몇 번 했기 때문이에요. 좋은 대.. 2021. 2. 21.
[2021 서른] 19. 당신이 꿈꾸는 당신의 10년 뒤 모습을 알려주세요. 마흔 살의 전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요? 얼굴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의 문턱에 서서 지금까지 만들어온 얼굴은 만족스러우니 앞으로는 또 어떤 10년을 살지 숙고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삶이 한창 바쁠 텐데, 되는대로 살지 않고 생각하며 살고 있기를 바라고요. 결혼을 했건 안 했건 독립된 가정을 꾸리고 있었으면 해요. 원하는 모습으로 집을 꾸미고 그 안에서 안정을 찾았다면 좋겠네요. 지금보다 더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면 좋겠고, 미니멀한 삶도 잘 유지했으면 해요(지금보다 더 간소해도 좋고요). 여전히 책과 글을, 또 운동을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10년쯤 했다면 체력이 부족한 기분은 별로 느끼지 않겠죠? 아이를 낳았을지 저도 진심으로 궁금하네요. 낳기로 선택했다면 그 생명이 나름의 행복을 일굴 수 .. 2021. 2. 19.
[2021 서른] 18. 당신의 삶에서 감사한 다섯 가지는 무엇인가요? 타고난 것 중 가장 감사한 부분은 건강 체질이라는 거예요. 가족력도 없고 잔병치레도 거의 없어요. 20대 초반에는 타고난 체력을 탕진하며 즐겁게 여행했어요. 그런데 건강을 과신하고 계속 운동을 안 하니 28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몸이 좀 찌뿌둥하더라고요. 이런게 노화인가 싶어 부랴부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좋은 게 주어졌으니 잘 지켜보려고요.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감사한 행운은 화목한 가족을 만났다는 거예요. 아빠는 어릴 적에 좋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었다며, 돌아보니 좀 더 큰 꿈을 가졌으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제게 큰 꿈을 가져보라는 뜻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아빠의 꿈이 좋은 아빠여서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집에서는 언제든 편히 쉴 수 있어요. 좋은 가족을 꾸리는 게 어려.. 2021. 2. 18.
[2021 서른] 17.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20대가 된 저는 거대한 성공보다 순간의 사소한 충만함이 삶을 행복하게 한다고 믿었어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성취감이 드는 일이지만 자주 행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취미가 많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는데요. 어느 순간 작은 행복만을 추구하는 건 삶의 도약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주하지 않고 늘 예민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삶의 범위가 점점 작아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왜 내가 도전을 멀리하고 작은 행복이 최고라 믿었는지 돌아봤죠. 10대에 달성해야 했던 목표가 저를 너무 힘들게 했더라고요. 좋은 결과를 냈지만 그만큼 녹초가 됐어요. 다음 도전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게요. 그래서 저는 제 도전의 상.. 2021. 2. 17.
[2021 서른] 16. 직접 당신에게 별명을 지어볼래요? 어디에 가입하건 닉네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는 제게 아주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요즘 주로 쓰는 닉네임은 푸휴(혹은 푸휴푸퓨)인데, 스마트폰에서 쿼티 자판을 쓰던 시절 키보드의 v, g, b, n 구역을 문질러서 나온 아무 말입니다.. 뜻은 없지만 어느 사이트건 기존에 쓰던 이용자가 잘 나오지 않아서 편리해요. 어감도 귀여워서 마음에 들고요. 귀여운 어감의 아무말이 괜찮다는 걸 깨닫고서 닉네임을 정해야 할 때 의성어를 쓰기 시작했어요.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라는 노래가 처음에 둠둠둠, 두룸둡둡~ 하는 음으로 시작되는데요, 그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지도 않는데 가끔 그 음이 입에 붙어서 나오곤 합니다. 그래서 닉네임으로 ‘두룹두두’도 쓰고 있죠. 이름을 볼 때마다 노래가 저절로 떠올라서 기.. 2021. 2. 16.
[2021 서른] 15. 코로나 이후 어떤 여행이 가고 싶나요? 저는 코로나 이후 갑갑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어디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코로나가 오기 전 그래도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혼자 하는 여행을 참 좋아해요. 대학생 시절에는 유럽 여행을 좋아했어요. 여행을 가기 위해 휴학을 하고 돈을 모았죠. 부모님의 지원 덕에 미국 여행을 하기도 했어요. 서양은 꽤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들어 취직 후에는 가까운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아시아의 다른 지역도 좋았지만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일본이 취향에 잘 맞았는데요. 몇 번 다녀오니 방사능이 무서워져서 2018년 이후로는 가지 못했어요. 그렇게 해외여행에서 흥미가 사라지자 국내를 많이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주도까지는 혼자 갔는데, 어쩐지 다른 도시는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 2021. 2. 15.
[2021 서른] 14. 삶이 6개월 남았을 때 하고 싶은 5가지는 무엇인가요? 6개월이 남았다고 해서 일상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맛있는 저녁 먹고, 남자친구와 데이트하고 부모님과 수다떨고요. 이 생활을 그대로 이어가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몇 가지 마무리를 해야겠지요. 우선 얼마 되지 않는 자산을 나눠야겠네요. 반은 부모님의 노후 자금으로, 반은 기부로 남기고 싶어요. 처음 취업하면서 소득 중 조금은 나누자고 결심했어요. 매년 기부 금액을 늘릴 줄 알았는데, 증액 버튼 누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마지막엔 통 크게 쏘고 갈 수 있겠네요. 할머니가 계신 곳에도 가고 싶어요. 오래 지난 후에 할머니가 되면 만나러 가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간다는 말을 전해야겠죠. 할머니가 거기 계시지 않았으면 하지만 어쩐지 그래도 말을 걸고 싶어요. 햇빛쬐며 앉아있다 오면 좋겠어.. 2021. 2. 14.
[2021 서른] 13. 당신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어느 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후회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깨달음이 왔거든요. 그래서 무슨 결정을 하건 '나중에 후회할까?'를 기준으로 삼게 됐어요. 감정에 휩쓸려 모진 말을 하고 싶다가도 후회할 것 같아 멈추고, 용기가 부족해도 후회할 상황이 싫어 억지로 힘을 내요.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정말로 후회는 안 하게 되더라고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후회 없는 삶'이라는 기준을 좀 더 넓혀보기로 했어요. 눈앞의 선택을 넘어서 좀 더 긴 범주를 생각했죠.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3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만족스러울까? 건강, 돈, 글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좁혀지더라고요.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관계가 최상으로 만족스러워서 더 나아지게 하는 .. 2021. 2. 13.
[2021 서른] 12.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무엇인가요? 저는 공기의 냄새를 좋아해요. 여름밤의 풀냄새와 서늘한 겨울의 냄새는 맡으면 바로 기분이 좋아져요. 둘 다 아파트 단지 앞 육교 근처에서 맡을 때가 제일 좋아요. 풀냄새는 건너편 초등학교 옆의 울창한 수풀에서, 겨울바람 냄새는 육교 위에서 가장 진하게 나요. 영국에서 1년 가량을 보낸 적이 있어요. 먼저 가 있던 친구가 이 나라는 우리나라만큼 겨울이 춥지 않아 겨울 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나라마다 공기의 냄새가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한국에 돌아왔을 때가 겨울이었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반갑던지. 특별한 추억은 없지만 요즘도 매년 겨울이 되면 겨울 냄새가 날 때 괜히 반가워요. 비 냄새도 좋아하지만 매번 좋아하지는 않아서 가장 좋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네요. 비가 오는데도 공기.. 2021. 2. 13.
[2021 서른] 11. 당신의 삶에서 가장 멋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 질문을 보고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만족스러운 순간 말고 '멋있었던' 순간을 꼽아야 한다니. 옷을 잘 입는 멋을 말하는 것도 아닐 테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했지만 쓸만한 대답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순간은 많아요. 기억만 해도 행복한 순간이나 그 시간을 지나면서도 나중에 돌아보면 이 시간이 소중하겠구나 느꼈던 순간은 몇 개쯤 쉽게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멋있는 행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딱히 없네요. 제가 무언가 성취를 해낸 순간도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건 제가 자랑스러운 순간이지 멋지진 않다고 생각해서요. 아무래도 멋있으려면 약자나 세상을 위해 나서거나 하기 힘든 배려를 했어야 할 텐데, 솔직하게 제 이익을 접고 남을 위한 적이 떠오르지 않아요. 이제 서.. 2021. 2. 11.
[2021 서른] 10.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쉽지 않은 질문이라 곰곰이 고민했어요. 가장 먼저 떠올렸던 건 ‘자존’이나 ‘주도권’ 같은 것들이에요. 대학생 때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 ‘나의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친구가 이기적이라길래 너의 지구는 너를 중심으로 돈다고 했죠. 제 삶은 제가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직업을 선택하며 워라밸을 중요시했던 이유도 결국은 회사에 삶의 주도권을 뺏기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회사에 소홀할 생각은 없지만 회사가 제 모든 기력을 소진하게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살다 보니 나의 지구를 희생해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 사랑하는 남자친구. 이해관계를 계산할 생각이 들지 않는 소중한 친구 몇 명. 그래서 저는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 2021. 2. 10.
[2021 서른] 9.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마디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전 유난히 제가 못났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 손에 자란 덕에 얻은 소아 비만과 늘 우등생인 언니와의 비교가 제 자존감을 갉아먹었죠. 깊은 열등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제가 내세웠던 건 자존심이었습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고슴도치처럼 늘 뾰족한 바늘을 세우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저의 모습마저도 싫었어요.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는 왜 나는 미디어에 나오는 멋진 대학생이 되지 못하는지 자책했습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었어요. 중·고등학교에서 상담 교사를 하는 분의 사례 이야기였는데요. 겉으론 세 보이는 노는 아이도 마음 속에는 용서받지 못한 어린 자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네 마음속 상처받은 아이를 안아주라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라 하면 많은 학생이 눈물.. 2021.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