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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서른] 8. 당신이 가장 잘 하는 것과 자신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잘한다 자부하는 일은 “계획 짜기”입니다. MBTI를 빌려서 말하자면 철저한 J 형이죠. 매일 그날 할 일 목록을 만들어서 회사 일도 처리하고 퇴근 후 해야 할 일도 정리해요. 주말에도 예외 없이 To do list를 만들어 하나씩 체크하며 지워나갑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목표를 몇 개 정해 1년 치 달성 일정을 짜기도 하고, 재테크 로드맵도 장/단기로 짜두었어요. 당연히 여행 갈 때에도 철저히 계획을 짜요. 엑셀에 시간대별 일정과 각 일정별 소요 예산, 시간을 꼼꼼히 정리합니다(다만 여행에서만큼은 계획을 뭉개는 것도 좋아해 지키지 않는 일도 아주 많습니다.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의 맛!). 모든 계획을 100% 지킨다고 할 순 없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을 때보다 세웠을 때 무언가 달성할 확률은 확실.. 2021. 2. 8.
[2021 서른] 7. 2021년 당신의 삶에 더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나요? 올해는 바뀐 몸무게 앞자리가 갖고 싶어요. 작년에 애를 썼는데 코로나로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결국 해내지 못했어요. 상반기 안에는 앞자리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무게만 빠지는 게 아니라 체력과 근육이 모두 의미 있게 길러보려 노력 중이에요. 늘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있을 수 있게 등근육이 발달했으면, 거울을 보면 뿌듯할 수 있게 복근이 잘 보였으면, 계단을 몇 층쯤 올라도 숨차지 않은 폐가 되었으면, 대신 허리와 엉덩이의 군살은 빠졌으면... 금요일에 한 하체운동의 여파로 어제와 오늘의 전 똑바로 걷지를 못했습니다. 뿌듯한 고통이에요. 또 브런치와 블로그에 목표한 양의 글을 올리고 싶어요. 몇 년쯤 운영한 블로그에는 일주일에 한 편 이상의 글을 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 리.. 2021. 2. 7.
[2021 서른] 6. 최근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요즘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하나뿐인 언니입니다. 언니의 결혼이 딱 한 달 남았네요. 늘 언니와 영향을 주고받지만 이렇게까지 마음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건 오래간만이에요. 언니가 결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또 정말로 우리 모두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니와는 한 학년 차이인 데다 얼굴이 많이 닮아서 쌍둥이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학교에 가면 말하지 않아도 자매임을 누구나 알아보았죠. 최고 단짝인 언니였지만 언니 때문에 힘들기도 했어요. 언니는 모범생에 우등생이었거든요. 언니를 가르친 후 저를 가르치게 된 선생님들은 제게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언니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아등바등 공부했는데, 언니만큼 하거나 언니보다 조금 못 미칠.. 2021. 2. 7.
[2021 서른] 4. 시련을 이겨낸 당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보고 고민했어요. 힘든 일을 시련이라 부르면 더 힘든 기억이 될 것만 같아서요. 그러다 문득 오늘 아침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침을 먹으며 엄마가 미용실 원장님과 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취직 못한 아들의 고민 상담 이야기에 엄마는 취직도 힘들고 취직 후에도 힘들다고 대답하셨답니다. 몰래 회사를 그만두고 원룸에서 은둔해있을까 고민한 제 이야기를 하면서요. 저도 오래간만에 그때를 떠올렸어요. 지방의 어느 곳에 첫 취업을 했어요. 모두가 축하해주는 곳이었지만 저는 괴로웠어요. 입사 후 6개월쯤부터는 우울에 빠져들었습니다. 회사를 벗어나면 술이나 감기약을 먹고 쓰러지듯 잠만 잤어요. 그런데 제 취업 턱을 냈다며 행복해하는 아빠에게 차마 그만두겠단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저는 통장의 잔고를 헤아리고,.. 2021. 2. 4.
[2021 서른] 3. 지금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5가지는 무엇인가요? 얼마나 진중한 대상을 골라야 하나 고민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골라봤어요.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건 운동이에요. 순발력도 부족하고 공을 무서워하는 제게 끈기와 성실성으로 성과를 내는 헬스는 편안해요. 얼마 전 누군가 제게 헬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통을 즐기는 변태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근육을 찢고 그 고통으로 근육을 키우는 걸 좋아하니까요. 근육통에 시달리다 맞는 말인 듯 해 엄청 웃었어요. 산지 2주쯤 된 컴퓨터를 좋아해요. 요즘 컴퓨터는 부팅이 눈 깜빡하면 되더라고요? 새삼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며 매일 저녁 그 앞에 앉아 뭔가 써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얗고 간결한 디자인이 제 방과 잘 어울려 볼 때마다 뿌듯해요. 물론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쓴 용도는 YouTube와 Netflix 시.. 2021. 2. 3.
[2021 서른] 2.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는 사서로 일해요. 이번 직장은 벌써 4년 차네요. 사서라 하면 조용한 안내데스크에서 책을 읽다가 이용자가 책을 대출하려 하면 바코드를 찍어주는 사람으로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제가 하는 업무는 그와는 전혀 다르답니다. 요즘 저는 100년쯤 된 책이 가득한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중 두 권을 다른 기관에 빌려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을 좋아했어요. 책도 좋아했지만 조용한데 각자 할 일에 집중하는 도서관도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는데 책 좋아한다고 사서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관종(도서관의 종류)을 가리지 않고 경험해봤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책 꽂는 일만 했는데 나름 아르바이트나 인턴 경력이 쌓인 후엔 꽤 다양한 일을 할 기회를 얻었어요. 할수록 느껴지더라고요. .. 2021. 2. 2.
[2021 서른] 1. 당신은 요즘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대학 시절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제 인생을 정리하는 과제를 낸 적이 있어요. 20쪽에 달하는 긴 보고서였는데 몇 년에 한 번씩 열어보며 당시의 저를 떠올려보곤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잘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취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던 막막하던 시절이었죠. 그 보고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하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줘요. 얼마전 오래간만에 그 보고서를 다시 열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마흔이 되면 무려 아이를 네 명(!)이나 낳고 업무적으로는 세계가 주목할만한 일을 해내고 그 와중에 건강 관리도 잘 하는 슈퍼우먼이 되어 있을 거라고 써뒀더라고요. 20년 후까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나봐요. 대신 10년 후, 그.. 2021. 2. 1.
[2021 서른] 0. '지금의 당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서른이 되었습니다. 서울의 제법 큰 도서관에서 일해요. 서울이 아닌 곳에서 잠시 살아본 적도 있지만 사람 많은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제가 익명성을 좋아하기 때문일 거예요. 사서가 꼭 독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드물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서입니다. 게다가 사람 구경과 고요를 동시에 좋아하는 제게 낯선 이가 드나들면서도 차분한 이 공간은 참 소중한 곳입니다. 처음 이 직업을 갖게 된 후 책이 가득 찬 자료실을 둘러보며 ‘이 직장에서 내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끝내 행복할 것 같다’고 느낀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물론 여느 직장인처럼 퇴근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리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거북이의 코에 빨대가 들어간 사진을 본 후 환경을 신경 .. 2021. 2. 1.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년 월별 정리 20대를 돌아보면 매년 키워드나 성취한 일이 생각나곤 하는데, 대체 2020년은 딱 떠오르는 게 없다(코로나는 나만의 키워드가 아니라서 제외한다). 아무 성장도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썼던 한 해라고 해야 할까. 그만하면 이 힘든 시기에 성공인지도 모른다. 1월 어느 날 일어났는데 배 아래쪽이 너무 아파 식은땀이 났다. 처음 아파보는 부위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기에 자궁이 있겠더라고. 주변에 수소문을 해보고 산부인과에 갔는데 자궁에 혹이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위험해 보이지 않는 데다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구만리로 떠났지. 세상에,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구나. 너무도 당연한 일을 겪고 깜짝 놀라 건강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 2021. 1. 2.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에 맞이한 변화와 성과 2020의 변화1. 1미터짜리 옷장 두 개가 10년 전 이사 올 때부터 방에 있었는데 그중 한 개를 다른 방으로 옮겼다. 그만큼의 짐도 치워냈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며 책상도 서랍도 많이 비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옷장이다. 덕분에 방이 넓어져 스트레칭할 때마다 행복하다. 2.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직급 이름이 바뀌었다. 지난번 직장 동기가 승진할 시기에는 나도 옮기지 않았더라면 변했을까 상상하며 이직하지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봤다(승진을 위해 이직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결론만 나왔지만). 어찌어찌 버텨내니 직급이 달라졌고 아마도 이 직급으로 몇 년쯤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무엇인가를 해서 바뀌었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이 가서 바뀐 것이기에 마음이 많이 동하지는 않는 변화. 3. 네가 .. 2020. 12. 23.
[2021 새해를 맞이하며] 2021 어떻게 살까 2021년을 올해보다 밀도 있게 보내기 위해서 마인드맵을 그렸다. 2020년에 얻은 가장 좋은 깨달음은 '천재성보다는 20년을 버텨내는 꾸준함이 재능'이라는 것. 나를 지켜주는 힘은 결국 단단한 매일임을 느끼고 특별한 일 없는 하루도 즐겁게 보내려 노력한 해였다. 처음 하다 보니 좌충우돌 쉽진 않았지만. 성시경이 예능 ‘온앤오프’에서 지금은 ‘그걸 왜 해?’라는 질문이 필요 없는, 모두가 각자 무엇인가를 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는 말을 했다.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한 시기. 텅 빈 매일 무엇을 할까 고민하면서 평범한 매일의 소중함을 느낀 게 어쩌면 2020년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면 돌아오는 24시간을 계속 맞이하면서 나는 마냥 똑같아 보이는 매일을 성실히 보내고 문득 뒤를 돌아.. 2020. 12. 18.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 올해의 OOO을 써보자! 1. 올해의 사건 코로나19를 일단 꼽아본다. 판데믹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많은 분이 수고해주신 덕에 그래도 안전하게 살았지. 온갖 야외 활동을 모두 놓고 남은 게 없어서 우울하기도 했지만 고작 우울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다. 코로나와 새 시대에 잘 적응하기 위해 1년 내내 고군분투했다. 코로나 외의 사건을 꼽자면 평생 기억에 남을 한라산 등반도 있다. 굳이 '평생'이라 하는 것은 살면서 또 올라갈 확률이 높아보이진 않아서. 그외에 회사에서 처음으로 승진을 해봤고, P2P 투자 실패로 조금의 돈을 날리기도 했다. 명품가방을 사볼까 했는데 나에게 내리는 벌로 가방을 포기했다. 아깝다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는 돈이라 다행이고 가방이야 어쩔 수 없지. 사는게 그렇지 뭐! 2. 올해의 어플.. 2020.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