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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163

[Book Review] 라면을 끓이며 - 김훈 김훈의 책을 읽었다. 읽고 싶어서 읽은 것은 아니었다. 전투적인 광고를 보았고, 어느 순간부터 서점에서 전투적인 광고를 하는 책은 의심의 마음이 먼저 들었고, 지난번 이분의 책을 읽었을 때 술술 넘어갔던 것도 아니었던지라,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내 손에 왔다. 읽었더니, 나의 얕음이 부끄러웠다. 글을 쓰고 싶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왔다.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말인지도 모르고, 감히 나는 쓸 것이 없다고 떠들었구나. 감히. 내가 이 책을 지금 읽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나는 이 책에 수록된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와 '밥벌이의 지겨움'을 몇 년 전에 읽었다. 부끄럽지만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읽은 오늘 그 생각이 부끄럽다... 2015. 10. 27.
[Book Review] 봉고차 월든 /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소비가 없으면 돌아갈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쇼핑을 좋아하는 스타일로, 다년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나는 매일 이것저것 조금씩 사들이는 양과 참다가 한 번에 폭발해서 사들이는 양이 결국 한 달 단위로 보면 비슷하다. 참아도 폭발해도 따지고 보면 큰 의미가 없다. 딱 한 달 안에 쓸 수 있는 돈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충동이 오더라고. 다행히 파산하지는 않겠다. 봉고차 월든은 그냥저냥한 대학(그것도 인문계!)을 나오느라 거금의 학자금 대출을 안게 된 저자가 어떻게 빚을 갚아 나가고 급기야 봉고차에 살며 대학원을 다니는지에 대한 경험담이다. 학자금 대출은 없지만 삼포세대의 확고한 일원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요즘, 봉고차에서 산다는 그의 극단적인 생.. 2015. 9. 2.
[Book Reivew]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 파 세상에 요즘에는 이런 책도 나오네! 하며 도서관에서 꺼내 들은 책이다. 사회학이나 문화인류학 책은 재밌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내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된건 오로지 에어컨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에어컨 바람을 잘 쬘 수 있는 직속 서가에 얘가 있어서... 지금처럼 살다가는 나도 부모님께 얹혀사는 장기 캥거루족이자 니트족이 될 것 같다는 위기감도 있고 해서 '얼만큼이나 뻔뻔하면 당당히 니트족이 될 수 있는건지.. ㅉㅉ' 하는 마음으로 빌려왔다. 당연히 이런 책은 일본에서 나왔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럼 그렇지 싶었다. 읽고 나서도 저자가 한심하게 느껴졌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니트족으로 산다는 것이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삶에 대.. 2015. 8. 30.
[Book Review]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 가이도 다케루 JTBC에서 하는 '크라임씬'이라는 프로가 있다. 시즌1 첫 편부터 재미있게 봤었고 시즌2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편에서 무려무려무려무려 표창원교수님께서 나오셔서 깜짝 놀랐더랬다.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으시더라고. 아무튼 그분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반갑게 보았다. 최근에 그분께서 어린이 추리책을 출간하셨다는 기사를 읽었다. 성인 추리책도 괜찮습니다 교수님ㅠㅠㅠㅠ 책 이야기를 하시면서 재미있는 미스테리 책도 몇 권 추천하셨고,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확장된 심장을 절제하는 수술의 별칭인 바티스타 수술을 하는 팀에 의료 사고로 의심되는 사망 사건들이 생기고, 그것을 추적해 나가는 간단한 이야기다.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내용이 신선해서라기 보다는 병원 내부를 생생하게.. 2015. 8. 26.
[Book Review] 여행가이드북 거꾸로 읽기 - 뱅상 누아유 아 진짜!! 이런 책을 만나면 흥분된다. 재미있어서 책 넘어가는게 아까운 책, 근데 빨리 읽고 싶은 책! 이런 책을 왜 이제 알았나 싶기도 하고,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책을 다시는 새로운 책으로 볼 수 없다니 아쉽기도 하고ㅠㅠ. 이 책 안 읽은 눈 삽니다!!! 여행가이드북을 점점 멀리하고 싶어하던 나에게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다. 만세! 서양식 위트에 익숙해 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으려다가 그분의 코드와 도대체 맞지가 않아서 포기하기를 여러번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영국에 가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TV나 책을 한참 본 후에야(나에게 한글로 된 책을 달라) 그 웃음코드에 공감하게 되었다. 역시 유머는 반복이라고, 익숙해지면 또 웃기다니까. 이 책도 아마 출간 직후에 보았더라면 재미.. 2015. 8. 26.
[Book Review] 옷장에서 나온 인문학 - 이민정 제목에 '인문학'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책은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 취업 시장에서 인문학 전공자가 굉장히 천대받는 것과는 달리 책 시장에서는 인문학이 떠오르는(이미 한참 떠올라서 식상해진) 대세라서 말이다. '0000 인문학'은 뭔가 숙고 없이 만들어낸 시류에 편승하는 책이란 편견이 있다. 제목에 인문학만 들어있으면 무작정 읽어야 할 것 같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또 인문학이야?' 싶은 마음도 들고, 그런 제목 달고 있는 책 치고 크게 마음에 들었던 책도 솔직히 없고. 이 책도 제목을 좀 바꾸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과는 전~혀 상관 없이 아주 잘 읽었다는 건 확실하다. 일단 많은 인문학 서적들과는 달리 굉장히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쉬우면서도 내가 옷에 관해.. 2015. 8. 25.
[Movie Reivew]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2014) 8.9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 니, 베르나데트 라퐁, 엘렌 뱅상, 루이스 레고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06 분 | 2014-07-24 그냥 잔잔한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영화 자체에 큰 흥미가 없어서 보는 영화가 상당히 한정적인데, 가끔 일본식 잔잔한 영화가 보고 싶을 때도 있고 프랑스식의 잔잔한 영화가 보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런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덕에 조금만 검색해도 취향에 맞는 영화가 곧잘 나오곤 하는데 보통 평도 비슷하다. 그래서 안심하고 본다. 이 영화는 좀 이상했다. 어떤 사람은 인생 영화라 하기도 하는데 어떤 사람은 졸려서 미칠 것 같았다더라고. 이렇게 평이 확 갈리는 영화를 보면 나는 보통 인생 영화파로 들.. 2015. 8. 19.
[Book Review] 신데렐라 티쓰, 끊어지지 않는 실, 화과자의 안, 밤을 달리는 스파이들 - 사카키 쓰카사 일본 도서가 가득 꽂혀있는 도서관의 서가 브라우징을 할 때에는 정신을 곤두세운다. 제목이 괜찮아 보여서(주로 소녀감성이다), 표지가 귀여워서 등의 이유로 무작정 빌려갔다가는 후회하는 경우도 꽤 많아서다. 몇 번 그런 경험을 한 후로는 앞 부분을 좀 읽어 본 후에 심의(?)를 통과하면 집으로 가져간다. 사카키 쓰카사를 만나는 처음도 그랬다. 깔끔한 새 책인데 화과자라니! 뽑아 드니 표지는 더 좋다. 흠... 화과자의 안이라니까 이것도 소녀감성틱 하기는 한데 일단 읽어봐? 싶어 자리에 앉아 펴 들었다. 따뜻하고 소소한 것이, 소녀 감성이 맞다. 일본 소설이 그런거 아니겠슈? 멋있는데 옷 못입고 왠지 코믹한 점장 언니, 모델같이 멋있고 시크한데 사실은 소녀 감성 충만한 사원 오빠, 그리고 하얀 모찌를 닮은 귀.. 2015. 6. 4.
[Book Review] 와세다 1.5평 청춘기,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극락 타이 생활기,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 다카노 히데유키 내가 이 사람 책을 왜 네 권이나 읽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 권을 읽고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주섬주섬 자연스럽게 나머지 책도 읽게 된 거다. 소설을 읽었는데, 소설에서 나오는 책 제목이 저자 약력에 실제 책으로 있는거다. 그러면 또 읽어 봐야지, 안그래? 그래서 도서관에 있는 책 전부 주워와서는 쭉 읽었다. 그리고는 혼란에 빠졌다. 이상하다. 분명히 내가 첫 번째로 읽은 책은 '소설'인데, 읽을 때만 하더라도 소설이라고 느꼈는데, 점점 소설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실제로 사는 사람은 없지~ 하며 킥킥대며 읽던 것이 저자의 에세이를 읽고 나니까 '헐... 이거 소설이라고 주장만 했지 사실은 에세이 아니야!?'싶다. 나머지 책들은 전부 실화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부터 주요 배경(노.. 2015. 6. 1.
[Book Review] 정확한 사랑의 실험 - 신형철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영화를 많이 보겠다고 선언하였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혜리 기자 덕분에 영화 줄거리 소개를 듣거나 그에 관한 평론을 듣는 것은 점점 더 많이 좋아하는 참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소개받은 영화를 더 안보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역시나 어떤 이야기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영상을 보는 것 보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내가 상상하는 걸 더 좋아하나보다. 영화 비평을 문학 평론가가 썼다기에 더 끌렸고, 이 분의 책을 읽는 시작은 이 책이 썩 괜찮다는 추천을 보고 내심 상당히 난해해 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믿고 읽기 시작했다. 자신은 영화 전문가가 아니니 전적으로 문학평론가가 쓴 글을 주지해 달라는 겸손도 좋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를 해석하는 데에서 보이는 그의 통찰.. 2015. 5. 24.
[Book Review] 매그레 시리즈 - 조르주 심농 이 책은!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꼭! 책 표지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19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용 만큼이나 호기심을 당겼던 것은, 과연 다음 책에선 어떻게 표지를 그려놓았을까, 였으니까. 시리즈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19권을 1주일 만에 다 읽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만큼 표지 또한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이고 좋았다는 뜻이다. 1권의 표지에 2권의 표지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고, 이것이 19권 까지 연결이 되는데, 그 연결 뿐만 아니라 각각 독립적으로도 그 디자인이 상당히 멋져서, 일러스트를 그리신 분의 재능에 열렬히 감탄을 표하는 바이다!!!!!!!!!!!!!!!! 좋았어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나의 흥분이 표현되었을 것 같다. 에, 그러면 일주일 만에 19권을 다 읽어버린 이 책의 내용에 대한 .. 2015. 5. 24.
[Book Review]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올드미스 자유열전 - 고솜이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때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전부 다 읽어보려는 습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책 추천글을 보면 어느 정도 '이건 내가 좋아하겠다' 싶은 책을 구별하는 눈도 이제 많이 갖추었다고 생각하는데, 책 읽는 범위를 상당히 제한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추천 글을 읽다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만 메모해 두곤 한다. 그리고 (사진과 실물이 왠지 느낌이 영 다른 책을 빼고는-그게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개 나의 선택은 옳다. 그럴 때에는 뿌듯해 하면서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찾고, 다른 책 또한 마음에 들면 앞으로 정기적으로 찾아봐야 할 작가의 목록에 올려두곤 한다. 고솜이 작가의 책도 어느 추천 글을 읽다가 무심코 발견했다. '수요일의 커피하.. 2015.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