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37

2021.3.29. 미니멀라이프는 모든 삶의 해답이 아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지만 아름다운 물건도 좋아한다. 장식할 곳도 없으니 참자며 늘 소비하고픈 나를 막는다. 미니멀 소비주의자의 타협점은 스티커여서, 내 물건은 대부분 스티커가 붙어있다. 내게 미니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쁜 것을 모으고 싶은 마음이다. 언니의 신혼집은 맥시멀리스트의 둥지라 부를 만하다. 콜라를 60캔 샀는데 그마저도 제로콜라와 일반 콜라를 각각 샀다. 새 냉장고를 샀지만 자취 때 쓰던 냉장고도 그대로 둔다. 광파오븐이 있지만 전자레인지도 있어야 하고, 그래도 에어프라이어는 다른 이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했다니 다행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집이 물건으로 가득할 듯한데 사진을 보면 또 그렇게 휑하다. 텅 비어있는 벽과 장식품 하나 없는 집. 언니는 인테리어에 얼마나 애를 썼는데 그런 반.. 2021. 3. 29.
2021.3.19. 어른이 된다는 의미 언니의 결혼이 끝나고 나는 아빠와 언니(정확히는 차 형부)에게서 각각 10만 원씩 용돈을 받았다. 피곤하다고 그렇게 외쳐댔는데 뒤돌아보니 모두가 피곤했고, 그 와중에 용돈을 받은 건 나뿐이었다. 이래서 막내인 건가. 아빠는 언니의 축사에서 딱 한 가지만을 강조했다. 행복. 아빠의 인생 화두는 행복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몇 가지 주제가 더 있더라고? 그중의 하나가 '어른 다움'이었다. 좀 고리타분한 생각이긴 하지만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되는 거고 어른은 어른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나. 아직 결혼을 안 한 나는 '얼라'니까 제외한다고도 했다. 하하. 그리하여 결혼을 하지 않고도 어른스러울 수는 없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용돈과 선물을 받은 내가 영 어른 같지는 않다. 물론 서로의 수고를 당연.. 2021. 3. 19.
2021.3.16. 30대에는 저변을 넓히며 살겠소 2021년, 서른이 되면서 좀 어리둥절해졌다. 20대가 끝났다는 사실은 기뻤다. 파릇한 새싹 같은 젊음은 지나갔지만 성격에 맞는 성숙의 나이가 더 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0대인 나는 처음이어서, 텅 빈 지도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20대를 잘 갈무리하자며 컨셉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를 적는 동안에도 나는 답을 몰라 방황했다. 프로젝트를 하며 20대를 성실히 잘 살았음을 확인했다. 내가 가치를 둔 단어가 무엇인지도 알았고. 하지만 30대의 방향은 얻을 수 없었는데, 특히 더 성장해야겠다고 쓰면서도 대체 무슨 성장을 해야할 지 모르는 점이 그랬다. 잘 쉬었으니 열심히 살고 싶은 건 맞아. 근데 '뭘' 열심히 할지는 잘 모르겠단 말이야. 매일 질문이 들이닥치는 프로.. 2021. 3. 16.
2021.3.11. 다시 일상이다. 1. 언니가 결혼했다. 지난 토요일, 언니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옆에서 지켜본 결혼 준비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을 구하는 과정이 빠졌기에 이만하지, 집까지 구했으면 더 어마어마했을 일이다. 집안의 대사가 왜 대사라 불리는지 다시 깨닫게 됐다. 많은 사람이 내게 ‘서운’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의아했다. 언니가 즐겁게 결혼하는데 내가 왜 섭섭해야 하지? 너무 반복적으로 많이 듣게 되자 고민하게 됐다. 결혼 후에도 언니가 집을 떠나지 않아서 덜 서운한지 몰라. 적당히 타협적 생각을 떠올리다가 결론을 냈다. 나는 언니의 1순위에 내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참 잘 맞는 하나뿐인 자매지만, 주말 계획이나 휴가 계획 1순위에 서로가 올라 있지는 않았다. 우리는 20살 이후 공유하는.. 2021. 3. 11.
[2021 서른] 31. 당신은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 “Stay Humble, Hustle Hard”를 말해주고 싶어요. 겸손하자. 적당히 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저는 요즘 인생에서 꽤나 평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큰 고민이나 저를 괴롭히는 일이 없거든요. 별일이 없는 지금이 가장 방심하기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대로 이뤄낸 것도 없으면서 이만하면 되었지, 하며 (뇌에) 살만 쪄 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답답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나태해져서는 매너리즘에 빠진 줄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 저는 돌파구를 찾고 있는데요. 무엇을 해야 신선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그런데 그 고민마저도 일상의 분주함에 치여 충분히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고민하지 않아도 살만하니 유야무야 미루고 있다는 생각이.. 2021. 3. 3.
[2021 서른] 30. 당신의 삶을 책으로 만든다면 어떤 제목을 붙여주고 싶나요? 저는 '무사 평안'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삶이 무사 평안해서가 아니라, 늘 제가 무사 평안을 원했기 때문에요. 저는 늘 평온한 상태를 가장 좋아했어요. 우아해 보이는 백조도 물아래에선 열심히 발을 놀린다고 하고,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도 하죠. 결국 평안해 보이는 사람도 매일의 분투를 남들 모르게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어쩌면 그 분투가 매일 일어나는 그 상태가 평온 인지도 모르겠어요. 별 일이 없어서 분투를 할 수 있는 것일 테니까요. 지금까지의 삶이 제법 마음에 들어요. 원하는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하면 제법 보상이 돌아오는 행운을 누렸어요. 혜택 받은 삶이라 느낄 만큼 저는 제 인생이 좋아요. 지금.. 2021. 3. 2.
[2021 서른] 29. 당신의 삶에서 과거로 돌아가 한 번 더 경험해보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렸을 때 숙모가 해리포터 시리즈 전권을 선물해주셨어요. 처음부터 관심이 갔던 건 아니었어서, 책꽂이에 몇 년쯤 그대로 묵혔습니다. 그런 제가 어쩌다가 첫 권을 읽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빠져드니 세상이 달라졌어요. 정말 미친 흡입력을 느꼈답니다. 저는 특히 3편을 좋아했는데요, 책이 너덜너덜너덜너덜해졌어요. 그러던 제가 13살 즈음 처음 해리포터 영화가 나왔습니다. 영화관에 자주 가던 때는 아니어서 영화관에서 볼 순 없었고, 비디오가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어요. 비디오 대여점에 해리포터 포스터가 붙었을 때 그 설렘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대여점에 비디오가 들어오고 한 3등 정도로 빌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딱 1박 2일 동안 볼 수 있었죠. 저녁 즈음 전화가 와서 비디오.. 2021.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