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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4. SNS 마켓과 엄마와 딸, 그리고 도넛 어제는 도넛이 정말 맛있는 '카페 노티드'를 찾아갔다. 지인이 사다 주어 먹고 한 입에 반했었는데, 인스타에 올리면 예쁠법한 팝팝 컬러감의 인테리어가 커스터드 도넛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갓 만든 도넛을 포장해서 나오려다 절인 토마토가 든 프레첼에 홀려 자리를 잡았다. 커피랑 빵을 만족스럽게 먹고 있자니 앞자리에 앉은 엄마와 두 딸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핑크 바지와 도트무늬 레이스의 티를 입고 형광펜 색깔이 다채롭게 들어간 샤넬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샤넬에서 저런 디자인도 나오는군. 귀걸이마저도 폼폼으로 만든 도넛인 엄마를 보자니 젊은 시절에 얼마나 화려한 멋쟁이였을까 상상하게 됐다. 엄마는 가게를 배경으로 작은 토트백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참이었다. 가방은 족히 10가지 색으로 구성된, 노티드 .. 2020. 8. 4.
당근마켓 사용기 3 - 실전 거래를 위한 작은 팁(내가 편하려면) 수십 건의 당근마켓 거래 끝에 당테기(당근마켓 권태기)도 겪고 해서, 당근마켓에 질리지 않고 계속 물건을 처분할 노하우를 정리해 본다. 앞편과 겹치는 내용도 있지만 이전에는 '잘 팔리고 좋은 거래를 하려면'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편하게 계속 거래하려면'에 집중했다. 포인트는 딱 하나다.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고 "거래 챗은 최대한 짧게!" 1 거래 약속: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를 "단호하게" 기재한다 나는 특정 지하철역에서 평일 저녁 때만 가능함을 명시했다. "거래 가능한가요?"와 같은 채팅이 들어오면 "네~"하고 멈추지 않고 바로 "네! ㅇㅇ역에서 ㅇㅇ시에 가능하신가요?"로 시작한다. 조건을 워낙 명확하게 적어뒀던 터라 가부 여부에 대한 답도 빨리 오고 혹 시간은 바꾸더라도 장소를 바꾸려는 사.. 2020. 7. 30.
두 사주 이야기 어쩌다 보니 올해 사주를 두 번이나 봤다. 수원과 전주의 절에서 각각 보았는데, 사주의 설명이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결국 인생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회사 동기의 소개로 찾아간 수원의 남자 스님은 좋게 말하면 사이다처럼 말하는 분이었다. 꼼꼼하게 글자를 설명해주는 모습에 공부를 많이 하셨으리라 믿음이 갔지만 듣다 보면 마음이 아팠다. 제가 그렇게 어리석었나요. 지금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건가요! 꾸짖음에 힘들어도 시원하게 말씀해주시는 게 좋아 2년이나 찾아갔다. 친구 집안의 소개로 찾아간 전주의 여자 스님은 스님을 생각하면 떠오를 말을 해주는 온화한 분이었다. 인생은 원래 나쁜 일과 좋은 일이 조화를 이루는 법이니 정말 크게 나쁜 때만 아니라면 다 겪고 살아가면 된다. 너무 좋기만한 사주도 꼭 좋은 건 아.. 2020. 7. 29.
[Book Review]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에세이를 많이 읽는다. 어렸을 때부터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좋아했다. 실제로는 만나지 못할 다양한 사람들의 깊은 생각을 듣는 게 좋다. 에세이가 대 유행이 된 지금도 변함없다. 중년 남성 화자의 에세이에는 내가 참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 글에서 느껴지는 꼰대의 향기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게 한다. 대체 이걸 내가 왜 취미로 읽는 책에서까지 견뎌야 해? 자연스럽게 남성 작가의 에세이를 멀리하게 되어서 김정운 작가와 김영민 교수 정도의 신간만을 기다렸다. 새로운 작가를 우연히 발견하려 굳이 용기 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믿는 북튜버 겨울서점이 이 책을 추천해 지 뭐야. 평소에 신문에 읽는 칼럼도 눈여겨보았다니 더욱 믿을만하여 바로 읽었지. 첫 에피소드로 셰르파와 현지 가이드에게 점점 갑질을 하게 된 경험을 .. 2020. 7. 27.
[Book Review] 일과 독립된 '나'로 살아가는 법 호우! 가벼운 글을 써본다! 갑자기 왜 이러냐면 어젯밤 꿈에 누군가가 나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걸 들었다 "걔는 너무 고민을 많이 해서 문제야. 힘을 빼야 돼." 힘이라니 요즘 제일 힘 준 곳은 블로그 뿐인데요 그래서 블로그 글을 힘을 빼고 써보기로 한다 (완벽한 논리) 예전에는 구어체 잘 썼는데 오래간만에 하려니 잘 안 되는 구만 . . 오늘의 주제는 책과 유튜브! 유튜브 영상과 함께 연상되는 책을 소개해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고르고 보니 두 개 다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9번의 일, 퇴사하겠습니다) 1. 9번의 일 + MBC 다큐스페셜 '전봇대 가장(家長) - 희망퇴직 이야기' 작가의 상상력이 꾸민 내용이리라 믿고 싶을 만큼 주인공이 처한 사회적 현실이 끔찍한 책이었다 (원거리 발령, .. 2020. 7. 21.
2020.7.13. 필라테스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법 지난주, 처음으로 주 5일 필라테스를 다녀온 기념으로 이 글을 쓴다. 작년 2월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단체 헬스가 지루하게 느껴져서 종목을 바꿨다. 정적인 듯 동적인 필라테스는 내 성격과 제법 잘 맞아서 가기 귀찮네 어쩌네 하면서도 두 번이나 추가 등록을 했다. 6개월을 등록하면서 전혀 망설임이 없었으니 말 다했지. 나는 필라테스 시간을 좋아한다. 첫 몇 달간 나는 항상 가장 못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얼마나 못하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못해서 선생님이 왜 그렇게 나만 오래 붙잡고 있는지 주변에 한탄했다. 주목받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 덕에 선생님이 나를 교정하지 않게 하리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선생님이 내 곁으로 잘 오지 않았다. 나를 보고도 스윽 지나치면 어찌나 뿌듯한지. 몇 달.. 2020. 7. 13.
미니멀리즘 Part 4. 플라스틱 멀리하기 (feat. 고금숙 활동가,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딱히 환경운동가처럼 물자를 절약하고 재활용을 완벽하게 생활화했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그저 가만히 있기에는 마음이 불편한 고민 많은 개인이다. 세상에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굳이 추가하고 싶지 않은 그런. 박막례 할머니의 빈티지 그릇 영상을 보았다. 빈티지 물건 구경을 좋아하는 내게 아주 신나는 내용이었다. 스물몇 살에 사셨다는 노란 플라스틱 용기는 얼마나 잘 보관해 두셨는지 새것처럼 깔끔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고 싶었던 마음이며 예쁜 그릇을 원했던 살림하는 여성의 마음이 느껴졌다. 할머니 덕분에 보는 내내 빵빵 터졌다. 정말 즐겁게 영상을 보고 껐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물건을 줄이다가 할머니의 플라스틱 그릇이 생각났다. 5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아서 예뻤던 노란 그릇은 어쩜 그럴까. 20대의 할.. 2020. 7. 8.
[Movie + Book Review]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 아녜스 바르다의 말 책을 읽다 보면 가끔 특정한 문장과 부딪힌다. 어쩜 이 문장이 지금 내게 나타났을까 하며 횡단보도에서 갑작스레 마주친 양 깜짝 놀란다. 이런 우연을 겪으면 내가 읽는 책은 사실 하늘에서 수호천사가 내 상황에 맞게 내려주는 말이란 구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몇 달 전 '바르다가 만난 사람들'을 재미있게 본 후 바르다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교양 수업에서나 들었던 누벨바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는 그는 (나는 살아있는 줄도 몰랐던) 장 뤽 고다르의 집에 그가 좋아하는 빵을 들고 찾아갔었다. 고약한 프랑스식 농담인지 오랜 친구에게 고다르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옛 친구를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흥분했던 할머니는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수리 부분을 동그랗게 희게 남겨두고 바깥.. 2020. 7. 5.
2020.6.29. 글이라도 써야 괜찮은 척이 될 것 같아서. 또 승진에서 떨어졌다. 특출나게 한 일이 없으니 승진하지 못해서 억울해할 자격은 없다. 그냥 그렇다. 한 번 밀리면 영원히 밀려버리리란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자꾸 떠오르지만, 어떻게든 눌러본다. 물론 잘 되지 않는다. 주말이 너무 힘겨웠다. 부산에 다녀오는 일도, 언니의 웨딩박람회를 동행한 일도, 젊은 할머니의 꿈도 모두 버거웠다. 할머니는 산자락에 있을까 기장에 있을까 제사상 앞에 놀러왔을까. 부산에 가자마자 할머니가 뿌려진 산을 찾았다. 조용하고 좋은 곳이었다. 아직 팔리지 않은 집에도 갔다. 짐이 모두 빠진 할머니 집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 컸다. 할머니가 오래도록 걸어놓았던 거실 그림이 윗부분만 찢겨 남은 채로 걸려있었다. 남은 게 하늘인 건 알겠는데 그 아래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기.. 2020. 6. 29.
[Book Review]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 정희숙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정리 관련 컨텐츠를 봤다. 처음에는 해외 컨텐츠를 많이 봤는데 넷플릭스의 '미니멀리즘'이나 이 다큐에 출연했던 미니멀리스트가 쓴 책들 모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도미니크 로로의 책도 당연히 봤지. 곤도 마리에 영상은 첫 편을 보고 포기했는데, 설레는 물건에게 내는 소리와 표정(한쪽 다리를 들고 뀨우? 같은 소리를 낸다)이 도저히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세요 정말. 국내에는 마땅한 컨텐츠가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유튜브에서 두 채널을 찾았다. 첫 번째는 쓰레기집 청소 업체인 클린 어벤저스의 채널(이 채널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어 영상은 첨부하지 않지만 언젠가 관련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두 번째가 정희숙 정리 컨설턴트의 .. 2020. 6. 26.
2020.6.26. 10/10 물질적 소유 이론 책 '미니멀리스트'를 읽다가 '10/10 물질적 소유 이론'을 발견했다. 골자는 소유한 가장 비싼 물건과 가장 가치있는 순간을 살펴보면 서로 얼마나 관련이 적은지 알게된다는 것이지만 그거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만 하니까. 마침 29.5세를 살고 있기도 하니 20대를 정리하는, 20-29살의 목록을 적어보면 좋겠어서 한 번 작성해 본다. 비싼 물건은 소유한 것 중 직접 값을 지불한 것만 고려했다(엄마아빠 고마워유!). 며칠에 걸려 목록을 쓰면서 확실히 소유와 가치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지만, 반대로 투자했기에 좋은 경험으로 연결된 물건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큰맘먹고 지출했던 첫 여행비, 수많은 과제를 함께한 노트북, 처음 사 본 (나름) 비싼 가방.. 물론 구입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물건도 많고.. 2020. 6. 26.
2020.6.15. 평균적으로 평온하면 평온한 셈 칩시다 1. 어제 남자친구가 오랫동안 준비하던 공기업 필기시험을 봤다. 시험은 제법 어렵게 나온 듯 싶었다. 어두운 후기들을 찾아보며 짐짓 우울하지 않은 척하는 너에게 나도 이건 아무 일도 아닌 양 앞으로 해야 할 공부를 내밀었다. 마침 컴활 시험 접수기간이길래 같이 응시하자고 태연하게 제안했지. 데이트마저 공부로 잠식당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는 네게 이 자격증이 필요하다 말을 했다. 그 자격증을 따면 회사에서 교육비를 준대. 이 말이 네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같이 공부하면 좀 네 기분이 좀 나을까. 너의 우울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하늘이 굽어 살펴 혹시 네가 이번에 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라 그저 앞만 보는 중이다. 시험은 7월 4일이.. 2020.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