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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관 종교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면서도 위안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종교를 가진 이는 세상을 주도하는 것이 '내'가 아니라 내가 파악할 수 없는 미지의 어떤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주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항상 겸손한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고, 또한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그러한 주도를 따라간다면 삶의 방향이 올바르게 이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인간의 형상을 닮은 신이 있다고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지의 어떤 것이 곧 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 세계를 지탱해 주는 원리는 존재하며 그 안에서 인간은 특별히 선택된 종(種)이 아닌 다른 모든 생물과 함께 공존하는 하나의 구성원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제가 말하는 원리가 신.. 2015. 6. 7.
고맙습니다 인생의 롤모델이 누구냐는 대답에 한 때는 선뜻 대답하곤 했다. 믿음 덕분에 많은 일을 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 질문이 어려워진 건 어느 날, 닮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롤모델이 누군지 대답할 수 없다. 어느 순간 삶 전부를 빼어 닮고 싶은 이는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느낌이 들었다. 왜 내 삶과 가치 선택 기준을 다른 사람에 맞추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 롤모델을 꼭 만들어야 하나 싶고. 한 때 내 모든 가치관을 결정지을 것만 같았던 사람의 신간을 읽다가 아- 이 사람과 나는 다른 길을 걷겠구나, 를 느낀 순간에 나의 성장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이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을 닮고 싶다고 말할 일은 앞으로 없을 거.. 2015. 6. 6.
[Book Review] 신데렐라 티쓰, 끊어지지 않는 실, 화과자의 안, 밤을 달리는 스파이들 - 사카키 쓰카사 일본 도서가 가득 꽂혀있는 도서관의 서가 브라우징을 할 때에는 정신을 곤두세운다. 제목이 괜찮아 보여서(주로 소녀감성이다), 표지가 귀여워서 등의 이유로 무작정 빌려갔다가는 후회하는 경우도 꽤 많아서다. 몇 번 그런 경험을 한 후로는 앞 부분을 좀 읽어 본 후에 심의(?)를 통과하면 집으로 가져간다. 사카키 쓰카사를 만나는 처음도 그랬다. 깔끔한 새 책인데 화과자라니! 뽑아 드니 표지는 더 좋다. 흠... 화과자의 안이라니까 이것도 소녀감성틱 하기는 한데 일단 읽어봐? 싶어 자리에 앉아 펴 들었다. 따뜻하고 소소한 것이, 소녀 감성이 맞다. 일본 소설이 그런거 아니겠슈? 멋있는데 옷 못입고 왠지 코믹한 점장 언니, 모델같이 멋있고 시크한데 사실은 소녀 감성 충만한 사원 오빠, 그리고 하얀 모찌를 닮은 귀.. 2015. 6. 4.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고 고민하는 동안 훌쩍 나이만 먹었다. "사는게 뭔가 싶어요. 아직도 그걸 찾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밥이 나이가 많아서인지 공연한 얘기까지 하게 된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그건 진부한 이야기 아닌가요? 난 그런 거 안 찾아요. 도대체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죠. 그냥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고 고민하는 동안 훌쩍 나이만 먹었다. 그게 순식간이다.'왜 사는지?' 따위의 고민은 별 소용이 없다. 그 대신 무엇이건, 왜 그런지는 잘 몰라도 빠져드는 게 좋은 것 같다.책이건, 음악이건, 사진이건, 여행이건, 커피이건, 춤이건... 밥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책과 레코드를 사 모으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 박 준, '방콕 여행자' 中 - 2015. 6. 4.
[Book Review] 와세다 1.5평 청춘기,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극락 타이 생활기,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 다카노 히데유키 내가 이 사람 책을 왜 네 권이나 읽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 권을 읽고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주섬주섬 자연스럽게 나머지 책도 읽게 된 거다. 소설을 읽었는데, 소설에서 나오는 책 제목이 저자 약력에 실제 책으로 있는거다. 그러면 또 읽어 봐야지, 안그래? 그래서 도서관에 있는 책 전부 주워와서는 쭉 읽었다. 그리고는 혼란에 빠졌다. 이상하다. 분명히 내가 첫 번째로 읽은 책은 '소설'인데, 읽을 때만 하더라도 소설이라고 느꼈는데, 점점 소설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실제로 사는 사람은 없지~ 하며 킥킥대며 읽던 것이 저자의 에세이를 읽고 나니까 '헐... 이거 소설이라고 주장만 했지 사실은 에세이 아니야!?'싶다. 나머지 책들은 전부 실화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부터 주요 배경(노.. 2015. 6. 1.
힘을 내고 살기가 너무 어렵다 돈을 벌고 살아야 할 것 같아 연락처를 남긴 곳에서는 며칠 째 연락이 없고, 이제 올 가망성도 없지만 돈을 좀 써야할까 싶어 연락처를 남겨놓은 곳에는 한 시간도 못 되어 득달같이 전화가 온다 그런 세상이야 2015. 5. 30.
[Book Review] 정확한 사랑의 실험 - 신형철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영화를 많이 보겠다고 선언하였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혜리 기자 덕분에 영화 줄거리 소개를 듣거나 그에 관한 평론을 듣는 것은 점점 더 많이 좋아하는 참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소개받은 영화를 더 안보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역시나 어떤 이야기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영상을 보는 것 보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내가 상상하는 걸 더 좋아하나보다. 영화 비평을 문학 평론가가 썼다기에 더 끌렸고, 이 분의 책을 읽는 시작은 이 책이 썩 괜찮다는 추천을 보고 내심 상당히 난해해 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믿고 읽기 시작했다. 자신은 영화 전문가가 아니니 전적으로 문학평론가가 쓴 글을 주지해 달라는 겸손도 좋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를 해석하는 데에서 보이는 그의 통찰.. 2015. 5. 24.
[Book Review] 매그레 시리즈 - 조르주 심농 이 책은!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꼭! 책 표지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19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용 만큼이나 호기심을 당겼던 것은, 과연 다음 책에선 어떻게 표지를 그려놓았을까, 였으니까. 시리즈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19권을 1주일 만에 다 읽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만큼 표지 또한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이고 좋았다는 뜻이다. 1권의 표지에 2권의 표지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고, 이것이 19권 까지 연결이 되는데, 그 연결 뿐만 아니라 각각 독립적으로도 그 디자인이 상당히 멋져서, 일러스트를 그리신 분의 재능에 열렬히 감탄을 표하는 바이다!!!!!!!!!!!!!!!! 좋았어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나의 흥분이 표현되었을 것 같다. 에, 그러면 일주일 만에 19권을 다 읽어버린 이 책의 내용에 대한 .. 2015. 5. 24.
[Book Review]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올드미스 자유열전 - 고솜이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때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전부 다 읽어보려는 습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책 추천글을 보면 어느 정도 '이건 내가 좋아하겠다' 싶은 책을 구별하는 눈도 이제 많이 갖추었다고 생각하는데, 책 읽는 범위를 상당히 제한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추천 글을 읽다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만 메모해 두곤 한다. 그리고 (사진과 실물이 왠지 느낌이 영 다른 책을 빼고는-그게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개 나의 선택은 옳다. 그럴 때에는 뿌듯해 하면서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찾고, 다른 책 또한 마음에 들면 앞으로 정기적으로 찾아봐야 할 작가의 목록에 올려두곤 한다. 고솜이 작가의 책도 어느 추천 글을 읽다가 무심코 발견했다. '수요일의 커피하.. 2015. 5. 24.
무뎌집시다 어떨 때에는 무뎌지는 내가 싫다. 분명히 몇 년 전이었다면 정말 좋아했을 일, 떨려 했을 일,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지겹다, 혹은 이제까지의 경험과 비슷할 거라며 대충 넘기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장거리 비행기를 탔던 순간 이륙할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은 이제 다 어디로 갔나 싶은거다. 나는 그런 순수성을 가지고 싶은데, 이제 그런 극심한 두근거림은 점점 덜 느끼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런 상념은 잠시이고, 자꾸 무뎌지려고 한다. 그게 더 좋다. 감정 기복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 확실히 너무 힘들다. 내 감정 기복인데 내가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고, 따라가다보면 지치고 그렇다. 바쁘다고 동동거리는 게 별로라고 쓴 얼마 전의 내 포스팅을 읽는다. 지금은 할 일이.. 2015. 5. 22.
바쁘다고 동동거리는 거 별로야 개학하고 나서 너무 바쁘다. 분명히 2월까지만 해도 딩기딩기했는데 이번에 유난히 시험은 없고 과제가 많은 수업을 듣게 되어서(수업 선택권이 없는 4학년이여!!!) 매주 마음이 초조하다. 하나를 끝내도 바로 하나가 다시 나오니까 할 일이 남아 있으면 부채감을 심하게 느끼는 나에게 이번 학기는 악몽과도 같다. 그 와중에 틈틈히 이력서도 써야 한다. 남들은 한 학기에 100개 씩 쓴다는데 나는 10개도 못 쓰게 생긴건 어쩌나. 추천서를 받고 싶으니 교수님께 연락도 해야 하는데 2년 정도 코빼기도 안 비추던 애가 갑자기 '겨스님 추천서 구다사이..' 이러면 싫잖아! 어찌되었건 더 시간이 가기 전에 부탁을 드려야 하는데 미루고, 미루고 있다. 그러니 부채감과 초조함은 또 추가요! 평탄한 사주지만 계속 일을 할 거.. 2015. 4. 4.
쉽게 얻는 것은 없다지만은 쉽게 얻는 것은 없다는 말에 동의가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는게 동시에 있는 날이다. 보통의 날들이라면 쉽게 얻는 것은 없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동의하고 응, 하고 말거다. 그 말이 대체로 맞는 것 같다. 살다보면 확실히 그렇다. 얼마 산 것 같지 않은데도 그런 걸 보면 앞으로는 더 확신하게 될 것만 같다. 도서관을 몹시 사랑하지만 도서관은 나를 원하지 않기에 소심소심, 떠나려는 판이다. 다른 쪽에서도 나를 원하지는 않지만 어찌되었건 기웃거릴 수 있는 자리라도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좋은 기관에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인턴을 뽑는단다. 정말 가고 싶고 그런 것을 원해왔는데, 나는 고작 학사 학위만 간신히 받는 경력도 없는 무지랭이라서 뽑힐 일이 없을 것 같다. 도대체 그런 모든 자격을 얻으려면 언제.. 2015.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