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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31

[2021 서른] 16. 직접 당신에게 별명을 지어볼래요? 어디에 가입하건 닉네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는 제게 아주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요즘 주로 쓰는 닉네임은 푸휴(혹은 푸휴푸퓨)인데, 스마트폰에서 쿼티 자판을 쓰던 시절 키보드의 v, g, b, n 구역을 문질러서 나온 아무 말입니다.. 뜻은 없지만 어느 사이트건 기존에 쓰던 이용자가 잘 나오지 않아서 편리해요. 어감도 귀여워서 마음에 들고요. 귀여운 어감의 아무말이 괜찮다는 걸 깨닫고서 닉네임을 정해야 할 때 의성어를 쓰기 시작했어요.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라는 노래가 처음에 둠둠둠, 두룸둡둡~ 하는 음으로 시작되는데요, 그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지도 않는데 가끔 그 음이 입에 붙어서 나오곤 합니다. 그래서 닉네임으로 ‘두룹두두’도 쓰고 있죠. 이름을 볼 때마다 노래가 저절로 떠올라서 기.. 2021. 2. 16.
[2021 서른] 15. 코로나 이후 어떤 여행이 가고 싶나요? 저는 코로나 이후 갑갑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어디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코로나가 오기 전 그래도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혼자 하는 여행을 참 좋아해요. 대학생 시절에는 유럽 여행을 좋아했어요. 여행을 가기 위해 휴학을 하고 돈을 모았죠. 부모님의 지원 덕에 미국 여행을 하기도 했어요. 서양은 꽤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들어 취직 후에는 가까운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아시아의 다른 지역도 좋았지만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일본이 취향에 잘 맞았는데요. 몇 번 다녀오니 방사능이 무서워져서 2018년 이후로는 가지 못했어요. 그렇게 해외여행에서 흥미가 사라지자 국내를 많이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주도까지는 혼자 갔는데, 어쩐지 다른 도시는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 2021. 2. 15.
[2021 서른] 14. 삶이 6개월 남았을 때 하고 싶은 5가지는 무엇인가요? 6개월이 남았다고 해서 일상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맛있는 저녁 먹고, 남자친구와 데이트하고 부모님과 수다떨고요. 이 생활을 그대로 이어가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몇 가지 마무리를 해야겠지요. 우선 얼마 되지 않는 자산을 나눠야겠네요. 반은 부모님의 노후 자금으로, 반은 기부로 남기고 싶어요. 처음 취업하면서 소득 중 조금은 나누자고 결심했어요. 매년 기부 금액을 늘릴 줄 알았는데, 증액 버튼 누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마지막엔 통 크게 쏘고 갈 수 있겠네요. 할머니가 계신 곳에도 가고 싶어요. 오래 지난 후에 할머니가 되면 만나러 가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간다는 말을 전해야겠죠. 할머니가 거기 계시지 않았으면 하지만 어쩐지 그래도 말을 걸고 싶어요. 햇빛쬐며 앉아있다 오면 좋겠어.. 2021. 2. 14.
[2021 서른] 13. 당신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어느 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후회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깨달음이 왔거든요. 그래서 무슨 결정을 하건 '나중에 후회할까?'를 기준으로 삼게 됐어요. 감정에 휩쓸려 모진 말을 하고 싶다가도 후회할 것 같아 멈추고, 용기가 부족해도 후회할 상황이 싫어 억지로 힘을 내요.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정말로 후회는 안 하게 되더라고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후회 없는 삶'이라는 기준을 좀 더 넓혀보기로 했어요. 눈앞의 선택을 넘어서 좀 더 긴 범주를 생각했죠.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3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만족스러울까? 건강, 돈, 글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좁혀지더라고요.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관계가 최상으로 만족스러워서 더 나아지게 하는 .. 2021. 2. 13.
[2021 서른] 12.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무엇인가요? 저는 공기의 냄새를 좋아해요. 여름밤의 풀냄새와 서늘한 겨울의 냄새는 맡으면 바로 기분이 좋아져요. 둘 다 아파트 단지 앞 육교 근처에서 맡을 때가 제일 좋아요. 풀냄새는 건너편 초등학교 옆의 울창한 수풀에서, 겨울바람 냄새는 육교 위에서 가장 진하게 나요. 영국에서 1년 가량을 보낸 적이 있어요. 먼저 가 있던 친구가 이 나라는 우리나라만큼 겨울이 춥지 않아 겨울 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나라마다 공기의 냄새가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한국에 돌아왔을 때가 겨울이었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반갑던지. 특별한 추억은 없지만 요즘도 매년 겨울이 되면 겨울 냄새가 날 때 괜히 반가워요. 비 냄새도 좋아하지만 매번 좋아하지는 않아서 가장 좋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네요. 비가 오는데도 공기.. 2021. 2. 13.
[2021 서른] 11. 당신의 삶에서 가장 멋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 질문을 보고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만족스러운 순간 말고 '멋있었던' 순간을 꼽아야 한다니. 옷을 잘 입는 멋을 말하는 것도 아닐 테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했지만 쓸만한 대답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순간은 많아요. 기억만 해도 행복한 순간이나 그 시간을 지나면서도 나중에 돌아보면 이 시간이 소중하겠구나 느꼈던 순간은 몇 개쯤 쉽게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멋있는 행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딱히 없네요. 제가 무언가 성취를 해낸 순간도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건 제가 자랑스러운 순간이지 멋지진 않다고 생각해서요. 아무래도 멋있으려면 약자나 세상을 위해 나서거나 하기 힘든 배려를 했어야 할 텐데, 솔직하게 제 이익을 접고 남을 위한 적이 떠오르지 않아요. 이제 서.. 2021. 2. 11.
[2021 서른] 10.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쉽지 않은 질문이라 곰곰이 고민했어요. 가장 먼저 떠올렸던 건 ‘자존’이나 ‘주도권’ 같은 것들이에요. 대학생 때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 ‘나의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친구가 이기적이라길래 너의 지구는 너를 중심으로 돈다고 했죠. 제 삶은 제가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직업을 선택하며 워라밸을 중요시했던 이유도 결국은 회사에 삶의 주도권을 뺏기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회사에 소홀할 생각은 없지만 회사가 제 모든 기력을 소진하게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살다 보니 나의 지구를 희생해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 사랑하는 남자친구. 이해관계를 계산할 생각이 들지 않는 소중한 친구 몇 명. 그래서 저는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 2021. 2. 10.
[2021 서른] 9.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마디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전 유난히 제가 못났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 손에 자란 덕에 얻은 소아 비만과 늘 우등생인 언니와의 비교가 제 자존감을 갉아먹었죠. 깊은 열등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제가 내세웠던 건 자존심이었습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고슴도치처럼 늘 뾰족한 바늘을 세우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저의 모습마저도 싫었어요.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는 왜 나는 미디어에 나오는 멋진 대학생이 되지 못하는지 자책했습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었어요. 중·고등학교에서 상담 교사를 하는 분의 사례 이야기였는데요. 겉으론 세 보이는 노는 아이도 마음 속에는 용서받지 못한 어린 자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네 마음속 상처받은 아이를 안아주라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라 하면 많은 학생이 눈물.. 2021. 2. 9.
[2021 서른] 8. 당신이 가장 잘 하는 것과 자신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잘한다 자부하는 일은 “계획 짜기”입니다. MBTI를 빌려서 말하자면 철저한 J 형이죠. 매일 그날 할 일 목록을 만들어서 회사 일도 처리하고 퇴근 후 해야 할 일도 정리해요. 주말에도 예외 없이 To do list를 만들어 하나씩 체크하며 지워나갑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목표를 몇 개 정해 1년 치 달성 일정을 짜기도 하고, 재테크 로드맵도 장/단기로 짜두었어요. 당연히 여행 갈 때에도 철저히 계획을 짜요. 엑셀에 시간대별 일정과 각 일정별 소요 예산, 시간을 꼼꼼히 정리합니다(다만 여행에서만큼은 계획을 뭉개는 것도 좋아해 지키지 않는 일도 아주 많습니다.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의 맛!). 모든 계획을 100% 지킨다고 할 순 없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을 때보다 세웠을 때 무언가 달성할 확률은 확실.. 2021. 2. 8.
[Book Review]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 - 김동욱 '90년생의 마음을 흔드는 마케팅 코드 13'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을 읽는 목적은 한 가지다. 잘 정리된 다양한 마케팅 사례를 한 눈에 보는 것. 직접 찾아보기 귀찮으니 떠먹여달라는 심보다. 밀레니얼의 특징을 적당히 정리하고 몇몇 브랜드를 알게 되겠지. 모르는 사례가 많았으면 하는 간단한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시작부터 독특했다. 본인을 드러내지 않고 사례를 나열할 법 한데 저자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트렌디하다 자부할 법 한데 꼰대라서 따라가기 어렵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열심히 공부했고, 자신이 부족했던 점이 드러날 거고, 그러니 밀레니얼이 읽고 있다면 이전 세대의 생각은 이러하다고 비교하며 읽어보면 좋겠단다. 솔직한 글을 보니 조금의 꼰대끼가 보여도 참고 읽어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결론적으로 아주 재.. 2021. 2. 8.
[2021 서른] 7. 2021년 당신의 삶에 더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나요? 올해는 바뀐 몸무게 앞자리가 갖고 싶어요. 작년에 애를 썼는데 코로나로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결국 해내지 못했어요. 상반기 안에는 앞자리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무게만 빠지는 게 아니라 체력과 근육이 모두 의미 있게 길러보려 노력 중이에요. 늘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있을 수 있게 등근육이 발달했으면, 거울을 보면 뿌듯할 수 있게 복근이 잘 보였으면, 계단을 몇 층쯤 올라도 숨차지 않은 폐가 되었으면, 대신 허리와 엉덩이의 군살은 빠졌으면... 금요일에 한 하체운동의 여파로 어제와 오늘의 전 똑바로 걷지를 못했습니다. 뿌듯한 고통이에요. 또 브런치와 블로그에 목표한 양의 글을 올리고 싶어요. 몇 년쯤 운영한 블로그에는 일주일에 한 편 이상의 글을 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 리.. 2021. 2. 7.
[2021 서른] 6. 최근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요즘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하나뿐인 언니입니다. 언니의 결혼이 딱 한 달 남았네요. 늘 언니와 영향을 주고받지만 이렇게까지 마음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건 오래간만이에요. 언니가 결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또 정말로 우리 모두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니와는 한 학년 차이인 데다 얼굴이 많이 닮아서 쌍둥이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학교에 가면 말하지 않아도 자매임을 누구나 알아보았죠. 최고 단짝인 언니였지만 언니 때문에 힘들기도 했어요. 언니는 모범생에 우등생이었거든요. 언니를 가르친 후 저를 가르치게 된 선생님들은 제게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언니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아등바등 공부했는데, 언니만큼 하거나 언니보다 조금 못 미칠.. 2021. 2. 7.